[FETV=박민석 기자] ‘추가 분배금,’ 말만 들으면 뭔가 더 받는 듯한 기분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KODEX S&P500 ETF의 운용 방식을 바꾸며 이 문구를 유튜브 광고 제목에 썼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운용업계에선 “그게 정말 추가 분배금이 맞냐”는 반응이 나왔다. 이유는 명확하다. 해당 ETF는 TR(토탈리턴)형에서 PR(분배금 지급)형으로 전환되며, 재투자 방식으로 쌓였던 분배금을 투자자에게 지급했다. 기존 투자자에겐 해당될 수 있지만, 신규 투자자에겐 이미 가격에 반영된 자산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보너스’처럼 보이게 만든 문구는 착시를 유발했다. 광고는 금융투자협회의 지적을 받은 뒤 철회됐다. 삼성운용은 “금투협에 사전 승인을 받았고, 수정 의견을 받기전 내부 검토 후 즉시 조치했다”고 해명했지만, 애시당초 해당 문구를 걸러내지 못한 점에서 해명은 더 허술하게 들렸다. ETF는 구조의 투명성과 운용의 정직성으로 신뢰를 쌓는 상품이다. 하지만 가장 많은 상품을 보유한 삼성운용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을 외부에 노출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볍지 않은 문제다. 이번 과장광고는 단순 실수가 아니라 경쟁 압박의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S&am
[FETV=신동현 기자] 2024년 7월 11일, 시프트업은 코스피 시장에 입성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상장 당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는 총 2164곳이 참여해 225.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일반청약 경쟁률은 이를 웃도는 341.24대 1에 달했다. 상장 당시 시프트업은 ‘승리의 여신: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라는 2개의 강력한 IP에 김형태 대표 특유의 ‘예술 중심 개발 철학’까지 더해지며 시장의 기대치는 정점을 찍었다. 총 청약 증거금은 18조5551억원으로 2024년 IPO 중 HD현대마린솔루션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공모가는 희망 밴드 최상단인 6만원으로 확정됐고 상장 첫날 종가는 7만1000원으로 마감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2025년 7월 주가는 4만원 초반대로 하락해 첫 공모가 대비 약 30% 가까운 하락폭을 보였다. 신작 부재, 밸류에이션 부담, 기존 IP의 매출 둔화 등이 지적되며 일부 증권업계에선 ‘실망’이라는 단어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단순히 주가 흐름만으로 시프트업의 지난 1년을 평가하긴 이르다. 일단 내부를 들여다보면 시프트업의 재무 구조는 건전하다. 2025년 1분기 기준 부채총계는 481억원, 자본총계
[FETV=장기영 기자] “지난해는 세계적으로 불안정한 경제환경 속에서도 회사의 의지와 지혜를 모아 건실한 성장을 이뤄낸 의미 있는 한 해였습니다. 과거 금융위기에 맞먹는 불황과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이유는 ‘고객과 함께하는 행복한 사회를 추구하는 글로벌 보험그룹’으로의 성장을 위한 회사 구성원 개개인의 부단한 노력과 이를 지지해 준 이해관계자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2024년 6월) “지난해는 세계적으로 불안정한 경제환경 속에서도 회사의 의지와 지혜를 모아 건실한 성장을 이뤄낸 의미 있는 한 해였습니다. 과거 금융위기에 맞먹는 불황과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이유는 ‘고객과 함께하는 행복한 사회를 추구하는 글로벌 보험그룹’으로의 성장을 위한 회사 구성원 개개인의 부단한 노력과 이를 지지해 준 이해관계자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2025년 6월) 한 대형 상장 손해보험사가 지난해와 올해 6월 각각 발간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수록된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다. “존경하는 이해관계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FETV=박원일 기자] ‘기후 위기 대응은 곧 재생에너지’라는 공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목표 아래 풍력과 태양광에 쏠렸던 시선이 다시 원전으로 향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SMR(소형모듈원전)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며 변화의 흐름을 읽고 있는 지금, ‘최선’이 아닌 ‘차선’의 가능성을 다시 검토해야 할 때다. 탄소중립은 궁극적 ‘목표’지만 그 목표를 향하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는 풍력, 태양광, 수소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기술에 집중해 왔다. 환경적 이상과 기술적 확신이 결합된 결과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았다. 수급 안정성, 송전망 확장, 보급속도 유지 등 구조적 한계를 마주하면서 점차 ‘재생에너지 중심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바로 원자력 발전이다. ‘탄소는 없지만 위험은 있다’는 딜레마로 인해 점진적인 소멸의 대상이었던 원전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특히 안전성과 경제성을 강화한 SMR(소형모듈원전)은 기존 대형 원전의 대안이자 재생에너지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차선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건설이 최근 미국 홀텍과 협업하며 SMR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도 같은
[FETV=김선호 기자] “이제는 외부인이 됐지만 롯데에 있었을 때 더 신중하게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투자를 진행하고 사업을 추진했다면 지금의 위기는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금 롯데그룹에서 일하는 임직원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떠나고 나서 드는 후회이지만 단기 성과가 아닌 보다 긴 호흡으로 미래를 봤다면 보다 나은 롯데가 돼 있지 않았을까”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전직 임원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유동성 위기 루머’에 이어 연일 지면을 채우고 있는 ‘매각’ 보도를 보며 느낀 소회다. 그동안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운 롯데그룹은 현재 보유 자산을 매물로 내놓으며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가 재직하던 시기 롯데그룹은 자산개발과 유통 사업구조 간 시너지를 창출하며 하는 사업마다 잘 됐다. 롯데그룹은 이를 기반으로 대규모 투자와 M&A를 진행해 롯데케미칼을 키울 수 있었다. 소비재 산업으로 시작해 재계 5위에 오른 그룹. 성장의 시기에 롯데그룹에 몸 담았던 임직원은 자부심을 느끼며 일했다. 과거를 회상하는 그도 경제성장의 한 축으로서 자신이 해낼 수 있는 몫을 다하기 위해 땀을 흘렸다고 전했다. 입사해 퇴임하기까
[FETV=나연지 기자] 기술력, 자본력, 복지까지 흠 잡을 데 없어 보이는 SK하이닉스. ‘완벽’의 외피를 두른 채 시장의 찬사를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해엔 ESG 목표의 80%를 달성하여 ‘글로벌 최고 반도체 기업’과 '국내 최고 지속경영가능 기업'이라는 자부심도 드러낸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자체 설정 ESG 25개 목표 중 20개를 달성했다. 상당수 항목에서 실질적인 개선을 이뤄냈다. 미달된 항목도 일부만 빼면 모두 수치 미달일 뿐, 실질적으로는 목표에 근접한 항목들이 대부분이다. SK하이닉스가 2024년 달성하지 못한 5개 ESG 목표는 △행복도시락 수혜 인원(5300명 목표 → 5100명 실적) △통합재해율 10% 저감(3.3%↓ 목표 → 14.7%↑ 실적) △대사증후군 10% 저감(3.3%↓ 목표 → 14.7%↑ 실적) △재생에너지 사용률 30% 달성(30.0% 목표 → 29.9% 실적) △취수량 집약도 35% 감축(10%↓ 목표 → 7%↓ 실적) 등이다. 이 중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국내 전력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물 사용량 증가도 생산량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여러 현실적 한계를 딛고 성과를 SK하이닉
[FETV=권현원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증권사에 이어 보험사까지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지난 2014년 해체된 지 14년 만이다. 그간 우리금융그룹은 우리은행 하나로 버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티는 수준을 넘어서 우리은행 실적에 의해 그룹 실적이 정해지는 수준이었다. 은행의 부담감은 주요 금융그룹 순위 싸움에서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실제 올해 1분기 순이익 기준 신한·KB·하나금융그룹은 일찌감치 경쟁 상대에서 멀어졌고, 순위로는 NH농협금융그룹한테까지 따라잡혔다. 업계에서도 우리금융그룹의 이러한 약점을 끊임없이 지적해 왔다. 이른바 은행 ‘원툴’ 체제에서 벗어나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금융그룹들의 비은행 부문 강화 추세는 우리금융그룹에 더욱 뼈아프게 작용했다. 보험·증권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경쟁 금융그룹 대비 우리금융그룹은 계열사 자체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탓이다. 그러던 중 지난해 8월 우리금융그룹은 임종룡 회장 지휘 아래 우리종금과 포스증권 합병을 통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켰다. 임 회장은 우리투자증권 출범 당시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은행
[FETV=박민석 기자]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신영증권이 최근 밝힌 자사주 소각에 대한 입장이다. 신영증권은 전체 발행주식의 53% 이상을 자사주로 보유 중이다. 유통 주식보다 자사주가 더 많은, 국내 상장사 중 자사주 비중 1위 기업이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방식이지만, 신영증권은 1994년 처음 자사주를 매입한 이후 31년간 단 한 번도 소각한 적이 없다. 그 대신 고배당 정책에 집중해왔다. 매년 시가배당률 6%를 유지하며, 작년에는 자본준비금을 활용한 감액배당을 도입해 배당소득세 부담도 줄였다. 사측은 이를 두고 “다양한 주주환원 중 배당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틀린말은 아니지만, 신영증권이 자사주를 절반 이상 쥐고도 소각하지 않는 배경은 따로 있다. 원국희 명예회장(10.42%)과 그의 외아들인 원종석 회장(8.14%) 등 오너일가는 보통주 지분이 20%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통되지 않는 자사주를 포함하면 실질 지배력은 70%에 달한다. 즉, 자사주는 오너일가의 낮은 지분율을 커버하는 ‘경영권 방어 수단’인 셈이다. 실제 원 회장은 매년 자사주를 상여금으로 받고 장내 지분 매수도
[FETV=신동현 기자] ‘한글’로 불리던 회사,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는 오랫동안 국민 문서도구의 상징이었다. 공공기관과 기업, 개인 사용자 모두에게 익숙했던 이름이지만 동시에 변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이미지도 함께 따라붙었다. 그런 한컴에 변화를 가져온 이는 김상철 회장이었다. 2010년 회사를 인수한 그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탈피해 종합 기술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꿨다. 김 회장은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국내 자동차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1위 기업인 MDS테크놀로지(2014), 모바일 포렌식 1위 기업 한컴GMD(2015), 개인안전장비 기업 산청(현 한컴라이프케어, 2017), 우주기술 기반의 인스페이스(2020)까지 잇따라 인수하며 외형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처럼 공격적인 인수합병 전략에 힘입어 사업 포트폴리오는 빠르게 다각화됐고 매출 규모는 10년 만에 약 10배 가량 성장했다. 그러나 빠른 외형 확장은 한계와 부담도 함께 떠안았다. 오피스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수익성이 흔들렸고 일부 인수 기업은 뚜렷한 시너지를 내지 못한 채 정리 수순을 밟게 됐다. 그런 흐름 속에서 2021년, 한컴은 중요한
[FETV=김주영 기자]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안타까울 뿐이죠.” 한 바이오기업 연구원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운다. 이 말은 단순한 체념이 아니다. 몇 년 혹은 수십 년을 연구실에 바친 끝에 들려온 한 통의 소식 '임상 실패', 그 무게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다. 바이오 산업은 느리다. 신약 하나 개발하는 데만 기본 10년이 걸린다. 전임상부터 시작해 1상, 2상, 3상까지. 각 단계마다 수많은 실험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 오랜 시간에도 성공 확률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글로벌 기준으로 임상 3상까지 통과해 신약으로 출시되는 비율은 10%를 밑돈다. 결국 대부분의 후보물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인 파이프라인이 임상에서 실패하면 곧바로 재무적 손실로 이어진다. 주가 하락은 물론 후속 투자 유치에도 타격을 입는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4월 14일 장 마감 후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의 임상 2상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발표 당시 8960원이던 주가는 5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 4월 16일에는 680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며칠 만에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