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건혁 기자] 올해 증권가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상반기만 해도 2600포인트 수준이었던 코스피가 10월을 기점으로 4000포인트를 뚫었고 연말까지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내세우면서 당분간 이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에게는 봄바람이 불어왔다. 코스피 상승에 따라 주식거래량도 급증하면서 리테일 부문 수탁수수료가 일제히 늘어났다. IMA부터 발행어음 인가까지 대형 증권사에게 따뜻한 햇볕이 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 대형 증권사들의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졌다. H증권의 강남지점 영업 직원이 고객의 돈을 빼돌려 도박 자금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IMA 인가를 앞두고 사고가 터지면서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었다. 승인됐으니 다행이지만 문제가 생겼다면 해당 이슈가 크게 번질 수 있었다.
N사도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는 10월28일 N사 고위 임원이 연루된 공개매수 관련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관련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임원 A씨가 최근 2년간 N사가 공개매수를 주관한 11개 종목에 대해 중요 정보를 공유하면서 지인이 20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IMA 사업자 인가를 받기 위해 6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던 N사 입장에서는 벼락같은 소식이었다. 대통령이 “주가조작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강경대응을 예고한 상황에서 고위급 인사가 엮이자 비상이 떨어졌다.
실제로 N사는 칼을 뽑았다. 미공개 중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인원을 전사적으로 등록, 인증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정보에 접근한 이들을 추적할 수 있게끔 했다. 내부통제 대상이 되는 임직원의 계좌는 물론, 가족 계좌에서 발생하는 이상거래도 점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상은 개별 동의한 배우자부터 미성년 자녀까지다.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제공·유출한 사실이 드러나면 즉시 업무 베재 이상으로 징계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대표이사는 이때 작심한 듯 내부통제 강화 태스크포스의 방향키를 쥐고 기민하게 움직였다. 당시 관련 취재를 위해 통화한 N사 관계자는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혁신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위기라는 말 속에서는 위험과 기회라는 말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존 F.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한 말로 알려져 있다. 오해로 탄생한 격언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위기 속에서 의지를 다지는 말로 통용된다. 이 말이 다시 소환되는 이유는 최근 증권가의 분위기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 불어온 훈풍이 일시적인 호재에 그칠지, 체질 개선으로 나아갈지는 결국 증권사들의 내부통제에 달려 있다. 호황기일수록 방심은 커지고 사고의 파급력은 더 커진다. 지금의 기회를 위기를 봉합하는 데 쓰느냐, 아니면 신뢰와 관리체계를 다시 세우는 계기로 삼느냐는 증권사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