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선호 기자] “실적 관리가 중요하지 않았죠. 신약의 경쟁력과 가치를 증명하는 게 우선이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발 단계에서 R&D 투자에 따른 손실은 당연한 얘기였죠. 하지만 지금은 미래를 증명하기보다는 과거의 실적 관리에 신경을 써야만 하는 처지입니다” 바이오 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만나자마자 한숨을 내쉬며 투자유치의 고충을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요동쳤던 바이오 시장이 이제는 자금난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장기간에 걸쳐 임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실탄 부족은 생존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R&D 중심의 바이오는 그동안 실적 관리보다는 투자유치가 중요했다. 개발단계에서 기술이전을 하지 않는 이상은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 수는 없었다. 연구개발비 부담으로 인해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것도 이상 현상은 아니었다. 실적은 정말 '숫자'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아내지 못했다. 투자유치 경쟁력은 후보물질의 임상 승인 가능성과 상용화 시 기대할 수 있는 시장점유율이었다. 향후 시장점유율과 이에 따른 후보물질의 가치 산정은 비교적 단순하다. 우선적으로 의약품 시장규모 중 후보물질 치료제가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계산한다. 해당 자료는 대
[FETV=이신형 기자] “독과점으로 서비스 축소한다”, “통합 앞두고 갑질 시작인가” 최근 대한항공의 좌석 개편을 둘러싸고 일부 여론이 쏟아낸 비판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가시화된 가운데 터져 나온 논란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독과점’에 맞춰졌다. 서비스 조정의 의미보다 시장 지배력 확대에 대한 불안이 먼저 작동한 셈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했고 2027년 초 통합 항공사 출범을 예고했다. 아시아나항공 브랜드는 소멸하고 아시아나항공의 LCC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도 대한항공 LCC인 진에어로 편입될 계획이다. 다만 국내 유일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 체제가 탄생하며 시장의 기대가 커지는 만큼 시장의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논란의 기폭제는 최근 통합 과정에서 맞닥뜨린 독과점 우려다. 올해 대한항공은 보잉 777-300ER 기종 11대에 대한 3-4-3 좌석 개편과 프레스티지석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보다 줄어든 좌석 크기에 소비자들은 해당 계획을 ‘통합 대비 서비스 축소’로 해석했고 이는 독과점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2021년 2000%가 넘는 부채비율로 한계에 직면하며 산업 구조
[FETV=임종현 기자] 중금리 개인신용 대출을 공급하던 P2P금융 기업 렌딧이 영업을 종료했다. 2019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 제정으로 제도권 금융에 편입된 지 불과 6년 만이다. 온투법은 당시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야당, 소수정당을 막론하고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는 P2P금융을 제도권에 들여놓고 포용적 금융의 한 축으로 키워보자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였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 약속과 다소 거리가 있다. 중금리 개인신용대출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적 취지는 제도 속에서 오히려 갇혔고 혁신의 에너지는 규제의 벽 앞에서 소진됐다. 금융기관의 온투업 투자 불허, 개인투자 한도 제한, 예약거래 금지 등 다층적 규제가 그 벽을 더욱 높였다. 법제화로 투명성과 안정성은 높아졌으나 시장의 자생력을 키울 유인책은 끝내 마련되지 못했다. 그 결과는 냉혹했다. 2022년 하반기 부동산 경기 위축과 금리 부담이 겹치며 온투업 연계대출 잔액은 1조원 내외에서 정체됐고 자격요건을 갖춘 일부 업체만 살아남는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2019년 237개였던 온투업체 수는 올해 10월 말 51개로 급감했고 이 중에서도 실제로 영업을 이어가는 곳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FETV=나연지 기자] 지난해 삼성전자의 주요 벤더들은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메모리 업황 둔화와 설비투자 축소로 장비·소재 기업들의 실적이 줄줄이 꺾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판이 달라졌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전환이 본격화되며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이 ‘속도’에서 ‘완성도’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HBM 공정은 적층·레이저·식각·테스트 전 과정이 맞물려야 수율이 확보된다. 이 복잡한 밸류체인 속에서 한미반도체, 이오테크닉스, 솔브레인, 두산테스나, 하나마이크론, 하나머티리얼즈, 티씨케이 등 국내 벤더들은 각자의 기술 영역에서 핵심 축을 담당한다. 한미반도체의 하이브리드 본더가 적층 정밀도를 높이고, 이오테크닉스의 레이저 리페어 기술이 수율을 안정화한다. 솔브레인·하나머티리얼즈·티씨케이의 케미컬·세라믹 부품이 공정 균일성을 뒷받침하고, 두산테스나와 하나마이크론은 테스트·패키징을 통해 제품 신뢰도를 완성한다. 삼성전자도 이들을 단순한 납품사로 보지 않는다. DS(반도체) 부문은 매년 ‘상생협력 Day’를 열고 1·2·3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상생펀드·공정개선 지원사업·기술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별도의 ESG 펀드를 조성해 협력사의 환경·안전·지속가능
[FETV=권현원 기자] “그룹 CFO 박종무입니다. 두 가지 질문이 저희한테는 조금 아픈 질문인 것 같습니다.” 최근 진행된 하나금융지주(이하 하나금융)의 3분기 경영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비은행 부문과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대해 묻는 한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대한 박종무 하나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답변 서두에서 꺼낸 말이다. 이 애널리스트의 질문의 요지는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이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와 환율 민감도가 높은 하나금융 특성상 기존에 약속한 13%대 CET1 유지 목표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묻는 것이었다. 이 중 특히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의 기여도는 여러 부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3분기 연결 기준 하나금융 비은행 부문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5890억원으로, 그룹 전체 순이익에 기여하는 비중은 13%였다. 이는 전분기에서 3% 가까이 빠진 수준이다. 지난해 10% 이상 대폭 끌어올렸던 비중이 재차 하락 전환했다는 점도 비은행 부문 관련 질문이 ‘아픈 질문’으로 작용하는 이유다. 앞서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2023년 4.7%를 기록하며 한 자릿수까지 내려 앉았지만, 이듬해인 2024년에는 15
[FETV=신동현 기자] 4년 전 SK텔레콤의 ‘AI 기업’ 변신을 선언하고 그 과정을 이끌던 유영상 대표가 최근 물러난다. 지난 10월 30일 SK텔레콤은 신임 대표이사로 정재헌 사장을 선임했다. SK텔레콤은 정 신임 CEO가 공직과 그룹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만큼 기본과 원칙을 바탕으로 조직의 내실을 강화하고 대내외 신뢰 회복에 집중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유영상 전 대표는 2021년 취임 직후 ‘AI & 디지털 인프라 서비스 컴퍼니(SKT 2.0)’를 제시하며, 국내 1위 통신사를 넘어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목표로 삼았다. 이후 SK텔레콤은 ▲AI 인프라 ▲AIX(산업 전반의 AI 전환) ▲AI 서비스 등 세 축으로 구성된 ‘AI 피라미드 전략’을 수립하고, AI 데이터센터(AI DC), GPUaaS, 엣지 AI, 텔코 특화 LLM(거대언어모델) 등 핵심 사업을 추진해왔다. 2022년 선보인 개인화 서비스 ‘에이닷(A.)’은 세계 최초 한국어 기반 LLM을 활용해 2025년 현재 월간 이용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기업용 AI컨택센터(AICC) 역시 금융·렌털 업종을 중심으로 매출이 매년 두 배 이상 성장하며 B2B 사업의 핵심으
[FETV=장기영 기자] 최근 ‘사법개혁’ 논란의 중심에 선 대법원과 대법원장의 거취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법관을 현재 14명에서 26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을 포함한 ‘사법개혁안’을 발표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여당의 이 같은 움직임을 ‘사법쿠데타’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전직 대법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제 변호사 신분이 된 두 명의 전직 여성 대법관이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에 모였다. 삼성 보험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사외이사로 약 7년만에 다시 만나게 된 박보영 전 대법관과 김소영 전 대법관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대법관으로 재임하며 함께 판결을 했다. 두 전직 여성 대법관이 삼성 보험계열사에서 나란히 사외이사로 활약하는 것은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본사는 두 사람이 몸담았던 대법원과 멀지 않다. 삼성생명은 오는 11월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박 전 대법관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박 전 대법관은 1961년생으로 전주여고와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FETV=박원일 기자] 국내 건설현장은 지금 전환점에 서 있다. 한때 젊은 노동력으로 북적이던 현장은 내국인 청년층의 유입이 눈에 띄게 줄어 이제 50~60대 이상 고령 근로자가 주축이 됐다. 현장마다 ‘젊은 사람 보기가 어렵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건설업의 외인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하지만 언어·문화 장벽과 기술 수준의 차이는 ‘생산성’과 ‘안전’에 새로운 부담을 안긴다. 숙련도 격차로 인한 공정 지연·안전사고 우려는 현장의 고질적인 고민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인력난 속에서 대형 건설사들은 ‘기술이 답’이라며 스마트 건설, 자동화, 로봇 시공 등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건설도 예외가 아니다. 디지털트윈, 로보틱스,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건설 기술을 포함해 전 구간 실시간 모니터링 디지털 관제부터 웨어러블 로봇, 자율주행 드론까지 첨단 건설기술 등으로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현장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로봇은 정형화된 작업에는 능하지만 불규칙하고 복잡한 공사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한다. 첨단 장비를 도입해도 이를 운용할 숙련 인력과 시스템 이
[FETV=김선호 기자] 최근 SNS 상에서 ‘영포티(Young Forty)’가 조롱의 대상이 됐다. 젊은 40대가 아니라 젊은 척하는 이미지가 형성되면서 반감을 사기도 한다. 젊어 보이려고 애써 노력하는 패션, 묘한 꼰대 감성, 2030을 이해하지 못하는 중년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처음부터 조롱의 대상으로 영포티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외모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마인드 등 자기관리를 하며 젊게 사는 40대를 의미했다. 1990년대에 X세대 붐을 일으킨 1970년대생부터 1980년대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이에 속한다. X세대는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는 개성파, 경제적 풍요 속에서 성장했던 세대로 1990년대 보급된 워크맨과 당시 유행한 삐삐가 이들을 대변한다. 파격적인 음악과 춤으로 흥행한 ‘서태지와 아이들’도 상징적인 존재다. X는 ‘정의할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후 등장한 밀레니얼 세대는 ‘N세대’로 불리기도 했다. N세대는 넷 제너레이션(Net Generation)의 줄임말로 각종 디지털 매체를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문화의 주체로 등장했다. 정보사회학자인 돈 탭스콧은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세대’로 이
[FETV=이신형 기자] 올해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주요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격한 노사 갈등을 겪었다. 지난달 9일부터 시작된 부분 파업으로 시작된 HD현대중공업 노조의 임단협은 지난달 17일 사측의 2차 잠정합의안 수용 전까지 전면 파업으로까지 확대되며 전개됐다. 특히 백호선 HD현대중공업 노조 지부장은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40m 높이 크레인에서 고공 농성을 이어갔고 일부 조합원 파업 시위 중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다. 이러한 HD현대중공업 노조의 쟁의 격화 배경을 두고 지난 8월말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법은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남용을 막고 노조 활동을 폭넓게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됐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산업계 곳곳에서 쟁의 강도, 빈도가 높아지고 파업 기간이 길어지는 현상이 이어졌다. 제도적 보호가 오히려 교섭을 장기화시키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이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까지 제한할 경우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위법한 폭력과 파괴까지 노조 의사결정의 결과라는 이유로 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