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지난해 ‘9·7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 후 사업 방식을 토지 매각에서 직접 개발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3기 신도시 조성과 공공주택 공급 확대에 따른 선투자 부담이 커지며 수익성 저하와 현금흐름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의 강한 관리·감독 체계와 유상증자, 공익사업 손실보전 등 제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재무안정성과 신용도는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LH는 택지 조성, 주택 공급, 산업단지 개발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정책 수행기관이다. 과거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기능을 통합 승계하며 공공주택과 토지 개발 전반에 걸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해왔다. 이러한 위상은 국내 주택 수급 조절과 기업활동 여건 조성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공사의 지배구조 역시 정부 통제력이 강하게 작동하는 구조다. 사장과 감사는 관련 법령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업 실적과 결산, 주요 사업 수행 전반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LH의 사업·재무 운영은 정책 판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LH의 최근 실적은 다소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토지 해약과 연체 증가로 토지 매출이 줄고 공공주택 분양 수익도 감소하면서 2025년 상반기 누적 기준 42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정부의 공급 확대 기조에 따라 사업 방식이 토지 매각 중심에서 직접 시행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수익 인식까지의 기간이 길어졌다는 점이 향후 수익성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LH는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착공을 앞당기고 있다. 다만 대규모 개발사업 특성상 정책 변화와 거시경제 환경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구조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LH의 회계 구조는 손실보전대상사업, 토지은행, 일반사업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손실보전대상사업에는 공공주택, 산업단지, 공공주택관리,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개발 등이 포함된다. 임대주택 물량 확대와 노후화로 공공주택관리 부문의 적자 폭은 확대될 가능성이 크며 전체 영업수익성은 공공주택사업과 일반사업의 채산성에 좌우되는 구조다.
재무 측면에서는 현금흐름 변동성이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장기 개발사업 중심의 사업 구조로 인해 선투자 부담이 누적되고 있으며 재고자산 규모는 최근 수년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자산 확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잉여현금흐름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 차입 역시 확대 추세다. 3기 신도시 조성과 임대주택 공급 확대 과정에서 차입 의존도가 40%를 웃돌며 부담이 커졌다. 정책 수행 역할이 강화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러한 차입 구조는 단기간에 해소되기보다는 일정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표상 차입 부담과 달리 실질 위험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택도시기금 등 정부 차입금 상당 부분이 후순위로 설정돼 있어 일반적인 재무지표보다 실제 상환 부담은 낮은 구조다. 여기에 정부의 지속적인 유상증자로 부채비율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제도적 지원 장치 역시 LH의 신용도를 떠받치는 핵심 요인이다. 공익사업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법령에 따라 정부가 보전하도록 돼 있으며 과거 정부 차입금의 후순위 전환과 반복적인 증자는 재무 완충 장치로 기능해왔다. 법적으로는 LH가 발행하는 사채에 대해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돼 있다.
단기 유동성 측면에서도 위험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보유 유동성이 단기성 차입금을 상회하고 있고 정부 지원과 우수한 대외 신인도를 바탕으로 한 자금 조달 여력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공공성과 정책적 중요성이 결합된 사업 지위는 LH의 재무적 융통성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방안’ 이후 LH의 직접시행 진행 상황과 지난해 하반기 재무 현황 질의에 대해 LH 관계자는 “지난 1월 말 LH 직접시행 공공주택 민간사업자 첫 모집 이후 후속적으로 3기 신도시에서도 직접시행 방식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공개되어 있는 재무관리계획은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정책들이 세밀히 반영되기 전 내용이라 재고자산 및 차입금 예상 규모 등을 새롭게 반영한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