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4 (토)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공모가 밑도는 쿠팡, 이유는?

50달러서 30달러로 떨어져...'반토막' 주가에 투자자 손실↑
물류센터 화재·노동자 과로사 등 악재 반영...향후 전망은 밝아

 

[FETV=이가람 기자] 최근 약세를 이어가던 쿠팡의 주가가 결국 공모가를 밑돌기 시작한 가운데 그 이유에 관심이 모인다. 쿠팡은 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됐다.

 

24일(현지 시간) 뉴욕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쿠팡은 31.7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상장 이후 최저 수준이었던 30.55달러에서 소폭 상승했다. 상장 초인 지난 3월 15일 종가 기준 50.45달러까지 올랐던 쿠팡은 꾸준히 낙폭을 키우다가 이달 들어 공모가(35달러) 방어에도 실패했다.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지난 16일까지 총 1억3534만달러를 순매수했다. 평균 46.34달러에 사들였다. 지난 23일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추정 수익률은 -34%에 달한다. 만약 상장 초기에 매수한 투자자라면 더 높은 금액(53.07달러)에 사들인 만큼 추정 수익률은 -40%를 넘어서게 된다.

 

쿠팡을 둘러싼 논란이 주가 부진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최근 몇 년 동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가치를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ESG의 가치를 중요시한 기업들이 더 오랫동안 성장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ESG는 이제 글로벌 경영 이념으로 자리 잡았다.

 

쿠팡은 지난 6월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건으로 뭇매를 맞았다.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지하는 등 안전 관리가 부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이 순직하기도 했다. 멀티탭 과부하 등 전기 합선에 대한 위험성과 스프링클러의 물줄기가 닿는 면적이 좁다는 진단도 나왔다.

 

지난 2018년에도 이 물류센터에서 담배꽁초로 인한 소규모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쿠팡은 현장 직원들에게 대피하지 말고 근무할 것을 강요했다. 여기에 일용직근로자를 상대로 안전교육 증빙자료 허위 작성을 지시해 사태의 심각성을 키웠다. 지금까지 수많은 물류창고 화재가 인재로 밝혀진 만큼 재발을 방지할 시간은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노동자에 대한 처우도 열악하다. 컨베이어벨트가 물건을 쏟아내는 동안 근로자들은 쉴 수 없다. 냉·난방기 설치가 쉽지 않아 폭염에는 선풍기, 한파에는 핫팩에 의지해야 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로켓배송 및 로켓프레시 수요가 급증해 배송인력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양물류센터를 찾아 근로 현장을 확인했지만, 쿠팡은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동식 에어컨은 넓은 공간을 감당할 수 없고, 물과 포도당이 비치된 휴게실까지는 왕복 15분이 걸려 쉽게 찾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와 서스틴베스트 등은 지난 1년간 쿠팡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9명이라고 발표했다. 쿠팡 관계자는 "업무와 연관돼 산재승인을 받은 것이 단 1건에 불과하다"며 "일부의 주장만을 근거로 9명이 사망한 것처럼 묘사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산재로 인한 사망임을 확인받기가 어려운 현실이고, 가족이나 친구 등에게 꾸준히 과로를 호소한 점을 고려하면 사망자 수를 9명으로 집계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류센터 화재가 완전히 진압되기도 전에 쿠팡이 1조원 규모의 신규투자 계획과 김범석 쿠팡 의장 사임 등의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발부한 것도 공분을 샀다. 쿠팡 측은 어떻게 화재가 일어날 것을 예견할 수 있겠냐며 그저 일정에 맞춰 미리 준비한 자료였다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도 김 의장을 겨냥해 89억달러의 자산가가 된 뒤 논란이 시작됐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영향 등으로 쿠팡은 무료 배송 프로모션 진행에도 올해 2분기 적자를 키웠다. 쿠팡의 영업손실은 5억1493만달러로 전년 동기(1억205만달러) 대비 400% 가까이 급증했다. 당기순손실은 5억186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향후 주가 전망은 밝다. 먼저 쿠팡이 경쟁사와 비교해 저평가됐다는 평가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한국 전자상거래시장이 세계 5위 규모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자상거래 매출 비율이 6.8%로 집계되면서 선두인 중국을 추격하고 있다"며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활용해 본 적이 있는 국민의 비중이 72%에 육박해 사업 전개에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쿠팡의 평균 목표가는 약 44.70달러다.

 

올 2분기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구매한 적 있는 활성 고객이 직전 분기보다 100만명(26%) 증가하면서 분기 기준 매출액이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한 점도 긍정적이다. 물류센터 화재로 발생한 손해(2억9000만달러)는 추후 보험금을 받게 될 분기에 순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을 매수 기회로 여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1594만달러어치의 쿠팡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달 순매수 규모가 1000만달러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