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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불사 금융권 新동맹시대

각자 강점·노하우 '공유' 통한 고객서비스 제공 위해 '맞손'

 

[FETV=권지현 기자] "코로나19는 전 산업의 디지털화에 촉매 역할을 했고 이 흐름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필수 과제인 만큼 기업 간 협약 등은 융합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

 

최근 금융권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감히 경계를 허물고 적과 '동침'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디지털'이라는 흐름 속에서 경쟁 대신 '동역자'라는 동맹을 택한 것이다. 각자가 지닌 강점과 서로의 노하우를 활용해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윈윈' 전략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소상공인 금융지원에 나섰다. 양사는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과 플랫폼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융복합 상품을 개발하고 플랫폼 금융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 첫 번째 공동사업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소상공인을 위한 우리은행 전용 대출상품과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을 선보이기로 했다.

 

우리은행이 네이버와 손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8월 네이버 지도에 우리은행 영업점 대기 고객 수와 모바일 번호표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우리은행 고객은 국내 모바일 최대 플랫폼 네이버에서 우리은행 영업점 방문 전 번호표를 발급받아 편리하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자사 채널이 아닌 외부 채널로 영업점별 실시간 대기 고객 수 확인이 가능토록 한 것은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생명·손해보험 상위사가 연합군을 형성하는 사례가 나왔다. 지난 17일 한화생명은 현대해상과 협약을 맺고 내달 1일 출범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눈에 띄는 점은 양사의 합의 내용이다. 이들은 모든 보험상품에 대한 컨설팅 기법을 공동 개발하고 상품 아이디어를 공유, 협업상품 판매 홍보 등에도 함께 나서기로 했다. 기존 보험사가 상품을 개발하면 GA는 판매역할에 전념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현대해상의 이번 제휴는 GA와 원수보험사 간의 일반적 협약이라고 보기에는 긴밀한 내용이 많이 포함된 것 같다"며 "이는 GA, 원수보험사 구분할 것 없이 그만큼 보험업계가 전반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중에서는 삼성카드의 동맹 행보가 매섭다. 삼성카드는 지난 1월 웰컴저축은행 등을 보유한 웰컴금융그룹과 제휴를 맺고 웰컴금융그룹 카드 출시에 나선다. 이외 플랫폼 기반 사업 협업, 빅데이터 협업 마케팅도 함께 진행한다.

 

삼성카드는 5월에는 가입자 3000만명을 보유한 카카오페이와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를 내놓는다. 삼성카드는 이미 지난해 1월 양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결제를 연동시키는 등 카카오페이와의 이번 제휴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 결제는 물론 60만개에 달하는 온·오프라인 가맹점 결제가 가능한 카카오페이는 카드사에게 그야말로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삼성카드가 카카오를 잡았다면 현대카드는 네이버에 힘을 들였다. 현대카드는 네이버와 함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PLCC를 내놓을 계획이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월정액 이용자에게 네이버페이 결제 시 5% 적립 혜택을 지급하는 구독형 서비스로, 지난해 출시 6개월 만에 가입자 약 25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60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이번 PLCC 협약식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물론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직접 참석했다는 점이다. 한 대표가 금융사와의 제휴식에 집적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현대카드가 네이버와의 협력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방증이다. 

 

롯데카드는 미래에셋대우와 '데이터' 맞손을 잡았다. 롯데카드는 지난 15일 미래에셋대우와 데이터융합 사업을 전개, 데이터분석 및 모델 개발을 함께 수행하기로 했다. 양사의 협약으로 거대 데이터 연합군이 탄생할 예정이다. 데이터융합을 위해 롯데카드는 고객 소비데이터와 금융데이터를, 미래에셋대우는 고객 투자자산과 거래내역 데이터를 제공해 결합한다. 롯데카드는 처음으로 증권사와 긴밀한 데이터 협력을 맺었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가 줄어들어 기존 가맹점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수익원으로는 카드사들이 향후 이익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이에 카드사들이 금융사·빅테크와의 제휴를 통해 가맹점을 직접적으로 통하지 않고도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