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쿠팡에 이어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마켓컬리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의 2배로 뛰며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쇼핑 수요가 급증하면서 유통 대기업의 온라인 쇼핑몰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18일 금융투자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운영업체인 컬리는 최근 주주들에게 김슬아 대표 이름으로 보낸 정기주주총회 소집 통지서에서 지난해 매출액이 9523억원(연결 기준)으로 전년(4259억원)보다 123.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주요 대형마트의 온라인 쇼핑몰 매출액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의 지난해 매출은 1조2천941억원(거래액 3조9236억원) 수준이며 홈플러스도 작년 3월부터 지난 2월까지인 2020회계연도 온라인 매출이 1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마트의 작년 매출은 6조8천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온라인 비중은 10∼15% 수준이다.
컬리의 매출 급증은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쇼핑 증가에 따른 것이다. 앞서 쿠팡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상장 서류에서 지난해 매출이 119억7천만달러(약 13조2500억원)로 2019년의 7조1000여억원보다 약 91% 늘어났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쿠팡과 나란히 2배 안팎의 매출 성장을 이룬 셈이다. 이런 매출 성장세에 회사 내부에선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업계에서도 마켓컬리가 쿠팡의 상장과 동시에 상장추진 계획을 밝힌 것이 작년 실적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마켓컬리는 최근 김슬아 대표가 최근 팀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내 상장 추진 계획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연내를 목표로 상장 준비에 들어간 것은 맞다. 미국 증시로 한정하지는 않았다"면서 "한국과 미국 시장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김 대표가 인터뷰에서 연내 상장을 위한 계획을 금융인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마켓컬리가 쿠팡처럼 올해 중 미 뉴욕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마켓컬리가 약 8억8000만 달러(한화 1조원) 가치를 가진 업체라고 소개했다.
2015년 문을 연 마켓컬리는 국내 '새벽배송'의 선구자다. '샛별배송'으로 불리는 새벽배송을 도입해 다른 곳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프리미엄' 상품으로 입소문을 탄 마켓컬리는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하며 신선식품 분야에서 국내 주요 유통업체 중 하나로 부상했다.
회원 수는 이달 현재 7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달 문을 연 김포 물류센터를 포함 총 4개의 물류 센터를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WSJ 인터뷰에서 마켓컬리가 선별해 제공하는 제품들을 모두 직접 맛보고 있다"면서 사업을 다른 제품 영역으로 확장하기보다는 계속 식품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WSJ는 마켓컬리 내부 자료를 인용해 마켓컬리 이용자의 재이용률이 60%로 업계 평균치(29%)보다 훨씬 높다고 전했다.
컬리 측도 최근 상장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연 매출이 1조원 수준이라며 컬리의 재정 상황이 기업공개(IPO)가 가능할 정도로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쿠팡과 마찬가지로 컬리 역시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컬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162억원으로, 전년의 1012억원보다 150억원 가량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누적 영업적자는 26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다만 매출액 증가에 비해 영업적자 확대폭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내부에선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이 4200억원 수준, 누적 영업적자를 고려해도 아직 여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주총회 통지서에 나온 실적과 관련해 "주총 참가자들을 위해 대략적인 숫자를 먼저 전달한 것"이라면서 "정확한 숫자는 회계 과정을 거쳐 이달 말께 공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적 개선과 상장 추진 소식에 17일 기준 컬리 주식 거래가는 비상장 주식 거래플랫폼인 '서울거래소 비상장'에서 5만7700원으로 전날 대비 23.74% 치솟았다. 이에 컬리의 기업가치 또한 1조3213억원으로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