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윤섭 기자] 쿠팡의 뉴욕증시 데뷔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도 달아오르고 있다. 계속 언급됐던 롯데, 신세계, 카카오 등에 이어 16일 SKT도 예비입찰 참여를 공식화하면서다.
이베이코리아는 이커머스 3강중 하나다. 따라서 '이베이 전쟁'의 승자는 단박에 이커머스시장 3강에 진입하게 된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뒤 이커머스 판도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커머스는 물론 유통업계 전체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을 예의주시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16일 투자은행(IB) 및 유통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예비 입찰에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은 물론 카카오와 SKT 등 정보기술(IT)업계 큰손과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참전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남아시아 기반의 직접구매 플랫폼 큐텐도 참여했다.
당초 5조원으로 추정되는 높은 몸값과 쿠팡과 네이버 등 경쟁사에 비해 약하다고 평가받는 성장성 등을 이유로 매각에 대한 관심이 적을 것으로 평가됐으나 최근 이커머스 업체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여러 대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매각 측은 예비입찰에서 후보들이 적어낸 가격과 조건을 토대로 ‘적격 인수후보(쇼트리스트)’를 추려 약 2개월의 실사 기회를 주고 오는 5~6월께 본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베이코리아의 2020년 매출액은 1조3000억원, 거래액은 20조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8.7%, 거래액은 5.3% 증가했다. 이커머스 시장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G마켓·옥션·G9 등을 거느린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네이버나 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IB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등 매각 주관사가 발송하는 투자설명서(IM)를 받아 간 곳은 10여 곳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유력 후보들이 예비 입찰 참여에 참여,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릴지 여부가 이날 결정된다. 유력 후보군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 예비입찰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날 오후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G9)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마감한 예비입찰에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SK텔레콤은 "오늘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 측에 예비입찰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며 "이커머스 영역에서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이번 인수전 참여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커머스 키우기 전략의 일환이다. 11번가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유통 플랫폼인 아마존과 함께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협력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이 11번가에 이어 업계 3위인 이베이코리아(거래액 약 20조원)를 품을 경우 네이버(27조원), 쿠팡(22조원)을 넘어 거래액 기준 국내 최대 커머스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최근까지도 자금력 부족을 이유로 인수에 소극적이었던 롯데도 통합 온라인쇼핑몰 '롯데온'의 부진을 타개할 묘책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여러 가능성을 점검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조영제 이커머스 사업부장이 사임하면서 외부인사 영입 등 전반적으로 혁신을 예고한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재반등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는 지난해 4월 야심차게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을 출시했으나 초기부터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생각보다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SSG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도 유력한 후보다. SSG닷컴이 지난해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며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지만 쿠팡과 네이버쇼핑에 비하면 아직 시장 경쟁력과 점유율면에서 약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SSG닷컴이 오픈마켓 사업 개시를 미루고 있는 것도 이베이코리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날 신세계와 네이버가 25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합의하면서 전방위적 협력을 예고한만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카카오는 온라인쇼핑 후발 주자로서 경쟁 업체인 네이버와의 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국민 메신저 카카오를 활용하는 만큼 다른 기업보다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자회사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으로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3조원을 웃도는 등 급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톡 선물하기 이용자 수는 2173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순현금은 약 3조원이며, 자사주를 포함할 경우 최대 5조원으로 추정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증권가 전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인수를 검토하는 중"이라면서도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유통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차익실현을 위해 홈플러스 매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점포 자산유동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몸집을 줄여 인수자의 부담을 낮춰 주기 행보로 읽힌 탓이다. 그러나 MBK파트너스가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로부터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다른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홈플러스를 매각하는 대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후 덩치를 더 키워 더 비싼 값에 매각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한 셈이다.
다만 예비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인수전에서 완주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실제 인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베이코리아 현황을 들여다보고 경쟁 업체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참여하는 곳도 상당수일 것"이라면서 "5조원으로 추정되는 매각 희망가도 여전히 부담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