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2021년 3월 16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결전의 날'이 밝았다. 이날 열리는 '이베이 전쟁'엔 이름만 대면 단박에 알 수 있는 재벌기업들이 대거 참가했다. 일단 롯데, 카카오, 신세계, SKT 등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베이 인수전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이베이 전쟁'은 4파전 양상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이커머스 3강중 하나다. 따라서 '이베이 전쟁'의 승자는 단박에 이커머스시장 3강에 진입하게 된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뒤 이커머스 판도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커머스는 물론 유통업계 전체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을 예의주시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가 성공하면서 국내 이커머스에 대한 긍정적인 재평가도 기대된다는 점이다. 당초 이베이코리아가 제시한 매각 희망가 5조원이 지나치게 높다는 분위기였지만 상장후 평가는 180도 뒤집혔다. 롯데, 카카오, 신세계, SKT 등 대기업들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전한 속내다. 16일 '이베이 전쟁' 직후 누가 승자의 축배를 마실지 주목된다.
◆ 이베이코리아 16일 예비입찰 마감...롯데, 신세계, 카카오, SKT 등 관심=최근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는 16일 예비 입찰을 마감한다. 당초 5조원으로 추정되는 높은 몸값과 쿠팡과 네이버 등 경쟁사에 비해 약하다고 평가받는 성장성 등을 이유로 매각에 대한 관심이 적을 것으로 평가됐으나 최근 이커머스 업체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여러 대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통해 5조원대의 '실탄'을 확보한 쿠팡을 비롯해 경쟁업체들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유통 양대 산맥인 롯데와 신세계, IT(정보통신) 업계 공룡으로 발돋움한 카카오,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규모 1위인 MBK파트너스 등 복수의 원매자들이 이베이코리아 매각 개요가 포함된 IM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옥션을 인수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베이코리아는 2009년 당시 업계 1위 업체 인터파크로부터 G마켓을 인수하며 규모를 키웠다. 이후 G9 등을 론칭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 60%가 넘어서는 독보적인 1위 기업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쿠팡과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들의 성장과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 업체들의 시장 참전, 롯데와 신세계 등 전통 유통업체들의 시장 확대 등으로 압도적이던 시장 지배력을 잃어 갔다. 이후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이베이코리아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해 왔다. 지난 1월 이베이 본사가 "한국 사업을 위한 전략적 대안 모색에 나선다"고 밝히면서 매각이 공론화됐다.
당시 이베이 측은 "주주를 위한 가치를 극대화하고, 미래의 비즈니스 성장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매각을 포함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은 약 5조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 3000억원, 거래액만 20조 원에 달한다.
◆ 이베이코리아 지난해 거래액 20조...국내 이커머스 3강=이베이코리아는 격변의 유통시장에서 판도를 뒤흔들 ‘게임체인저’로 재평가 받고 있다. 당초 5조원에 달하는 높은 몸값이 매각이 성사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쿠팡의 상장과 함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상장 직후 쿠팡 시가 총액이 100조원까지 치솟은 걸 감안하면 몸값 5조원은 오히려 저평가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거래액 20조원을 돌파하며 쿠팡, 네이버쇼핑과 함께 3강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 유일하게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알짜' 매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이베이코리아의 이커머스 점유율은 12%로 네이버(17%)와 쿠팡(13%)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순간 쿠팡과 네이버를 위협하는 위치까지 단숨에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가 내세우는 핵심 경영전략인 문어발식 팽창보다는 각 분야별 내실 있는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시너지 극대화가 통했다는 평가다. 이베이코리아는 상품 소싱부터, 물류, 결제 서비스 영역까지 고정비를 획기적으로 줄여 효율적인 경영을 자랑한다. 특히 물류 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해 CJ대한통운과 협약을 체결하고 효율적인 자사 물류처리 시스템을 구축한 점은 업계에서도 높게 평가받는 부분이다.
또 16년이라는 시간동안 쌓아온 충성고객들도 이베이코리아의 강점으로 꼽힌다. 유료 회원제 스마일클럽을 비롯해, 스마일카드, 스마일배송, 스마일 페이 등 스마일 시리즈가 충성고객들을 락인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실제 스마일클럽 가입자는 지난해 기준 300만명을 넘어섰고, 스마일카드도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2021년 기준 가입자수 약 1500만명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 간편결제 '스마일페이'도 각종 온·오프라인 가맹점과 제휴를 맺어 경쟁력을 높였다. 마트, 외식, 패션, 뷰티, 레저, 교통 등 폭넓은 온·오프라인 가맹점과 제휴, 사용처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현재 스마일페이의 가맹점 수는 2만5000여 곳(브랜드 기준 300~400곳)에 이른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염두하고 있는 업체들도 이러한 강점을 염두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점유율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신규 고객 유치와, 충성고객 확보까지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업체들은 예비입찰 참여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내부적으로 인수 득실을 신중히 검토하는 분위기다.
◆ 전통 라이벌 롯데, 신세계 이어 카카오, SKT 등 큰손도 인수 관심=최근까지도 자금력 부족을 이유로 인수에 소극적이었던 롯데도 통합 온라인쇼핑몰 '롯데온'의 부진을 타개할 묘책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여러 가능성을 점검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조영제 이커머스 사업부장이 사임하면서 외부인사 영입 등 전반적으로 혁신을 예고한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재반등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는 지난해 4월 야심차게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을 출시했으나 초기부터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생각보다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SSG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도 유력한 후보다. SSG닷컴이 지난해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며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지만 쿠팡과 네이버쇼핑에 비하면 아직 시장 경쟁력과 점유율면에서 약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SSG닷컴이 오픈마켓 사업 개시를 미루고 있는 것도 이베이코리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베이코리아의 점유율과 SSG닷컴의 점유율을 합치면 약 15~6%로 네이버쇼핑과 쿠팡과의 차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네이버와의 협업시너지도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고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역시 온라인쇼핑 후발 주자로서 경쟁 업체인 네이버와의 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거래액은 쿠팡과 비슷한 20조원 수준으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네이버나 쿠팡과 비슷한 규모로 단숨에 뛰어오를 수 있게 된다. 지난해 네이버쇼핑의 거래액은 27조원이었다.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국민 메신저 카카오를 활용하는 만큼 다른 기업보다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자회사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으로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3조원을 웃도는 등 급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톡 선물하기 이용자 수는 2173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가 보유하고 있는 순현금은 약 3조원이며, 자사주를 포함할 경우 최대 5조원으로 추정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증권가 전망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경우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연간 거래액은 25조원 규모로 단숨에 쿠팡을 소폭 상회해 네이버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카카오의 현재 보유 순현금은 약 3조원이며 자사주 2.8%를 포함하면 4조2천억원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11번가를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도 유력한 후보로 등장했다. 당초 예상 후보에서는 후순위였으나 최근 매우 적극적으로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밝힌 아마존과의 협업에 이어 이베이코리아까지 인수할경우 매우 강력한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로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기준 11번가의 연간 거래액은 약 10조원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업체) 거래액은 161조1000억원으로, 11번가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네이버, 쿠팡, 이베이코리아에 이은 4위 규모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유통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차익실현을 위해 홈플러스 매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점포 자산유동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몸집을 줄여 인수자의 부담을 낮춰 주기 행보로 읽힌 탓이다. 그러나 MBK파트너스가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로부터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다른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홈플러스를 매각하는 대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후 덩치를 더 키워 더 비싼 값에 매각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한 셈이다.
◆ 증권가 "이베이코리아 몸값 고평가 가능성...신중한 분석 필요"=국내에 내노라하는 업체들이 모두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지만 쿠팡으로 인해 한국 이커머스 시장 자체가 인정받고, 전체 시장 규모가 커지더라도 이는 다른 이커머스에 호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수석연구위원은 “쿠팡이 기업가치를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절대적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이며, 이는 경쟁사들의 도태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전제 시장이 커지면 수혜를 받는 다른 유통업태와 달리 이커머스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11번가, 이베이코리아, 티몬, 위메프 등의 기업가치가 상승할 이유가 없다”며 “이베이코리아 등 다른 이커머스들은 자체 물류망 등 유형 자산이 거의 없고, 성장도 거의 제자리 걸음이라 쿠팡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