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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길수 삼성생명 노조위원장 "삼성화재·증권노조와 연대할 것"

출범 한 달, 기존 노조 한계 넘는 ‘진성’ 노조 지향
조합원 수 늘려 '제1노조'로 올라설 것

 

[FETV=권지현 기자] “기존 노조가 직원의 권익 향상보다 사측 입장에 동조하는 등 노조 본연의 역할과 의무를 다하지 않는 모습이 느껴져 직원 고충을 대변할 진정한 노조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삼성생명 제2노동조합인 ‘삼성생명직원노동조합’이 출범 한 달을 맞았다. 삼성생명직원노조는 지난달 4일 대구고용노동청으로부터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은 삼성생명 2번째 노조다. 그렇다. 삼성생명은 노조가 2개다. 제1노조인 민주노총 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소속 삼성생명노조와 한국노총 연합연맹 소속의 제2노조인 삼성생명직원노조 등이 각각 활동 중인 복수노조 회사다.

 

이 중 제2노조인 삼성생명직원노조는 영업부문의 김길수씨와 자산부문 임근섭씨가 함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 중이다. FETV는 출범 한 달을 맞은 제2노조인 삼성생명직원노조의 김길수 공동위원장을 만나 노조 출범에 대한 소감과 그동안의 성과,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삼성생명 대구지역본부에 근무 중이라는 김 공동위원장은 “직원들이 사측으로부터 존중받으면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정년까지 보람과 자긍심을 느끼며 회사 생활을 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그가 제2노조를 설립하고 공동위원장으로 변신한 배경은 기존의 노조가 노조원보다는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1962년 설립된 삼성생명노조는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먼저 출범한 '삼성 1호' 노조다. 삼성생명노조는 58살로 가장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삼성생명노조는 삼성생명의 전신인 동방생명 노조가 모태다. 삼성생명 전직원 5000여명 가운데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3200여명(64%)이 제1노조의 조합원으로 가입된 상태다. 삼성생명노조는 오랜 역사와 노조원 숫자 규모 부문에서 ‘막강한 파워’를 갖췄다. 이 같은 막강한 조직력과 파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기엔 다소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는 게 김 위원장의 말이다. 그가 제2노조를 선택한 이유와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삼성생명직원노조는 출범 직후 구체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당장 삼성생명 제2노조는 삼성 금융 계열사인 삼성화재·증권 등의 노조와 긴밀히 연대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연대 계획을 언급하면서 “출범 당시 50여명이던 제2노조 구성원이 현재 500여명으로 10배 급증했다”며 그동안의 노조활동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노동자와 동고동락하는 ‘진짜 노조'가 될 것"이라 목청을 높였다. 

 

앞서 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디스플레이·화재·애니카손해사정·웰스토리·SDI울산노조 등 삼성계열사 6개 노조는 지난 5월 '삼성그룹 노동조합연대'를 결성했다. 지난 3일 삼성생명 제2노조가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선정하면서 이들과의 연대가 가능해졌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한국노총 산하 ‘삼성그룹 노조연대’ 움직임도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그룹 노동조합연대 주최로 ‘삼성노동자 현장 사례 발표’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사례발표에서 삼성 노조연대는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 이후에도 노조 활동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위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 후 노조 활동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노조와 관련된) 자신의 말이 지켜지는지 아닌지 알것”이라며 “(삼성은 노조 활동에 대해) 반대하지 않지만 찬성하지 않지도 않는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생명직원노조 출범 직후 사측에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 면담을 요청하는 한편 이메일 등 사내망 사용, 경영진과의 정기적인 미팅, 노조 사무실 설치 등 4개 조항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제2노조에 대한 비판이나 억압만 없을뿐 노조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조차 없는 실정”이라며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제2 노조 출범의 ‘성과’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기부금 납부와 봉사활동의 전면 자율화’를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사측은 지난 2일 5대 의무사항에서 기부금과 봉사활동을 제외해 완전 자율화했다”며 “이는 제1노조가 과반노조라는 이유로 사측의 입장에서 찬성한 사안을 이후 직원들의 자유의지에 맡겨 기부금 납부와 봉사활동 여부 등을 직원 개인이 정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2018년 1월부터 2년 6개월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기부금’이라는 명목으로 직급에 따라 매월 1만~3만원씩 걷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자금이 ‘회사 이름으로’ 관리되는데다 누적금액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다는 점이다. 

 

제2노조는 직원들의 의견을 진솔하게 듣고자 지난달 29일 47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기부금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응답자의 60~70%가 ‘타의로 기부금을 내고 있다’고 답했으며, 향후 ‘기부금 자율화 및 폐지’에 대해 응답자의 87%가 찬성했다”고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같은 설문조사와 결과에 부담을 느낀 사측은 지난 2일 기부금 납부와 봉사활동에 대해 전면 자율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제2노조의 설문조사 직후 회사가 이 같은 선언을 한 것은 그동안 제1노조가 직원들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기부금 등을 보면 기존 노조는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임금피크제를 비롯한 급여삭감 조항’을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했다. 임금피크제의 경우 ‘55세 임금피크제 및 매년 연봉 10% 삭감’ 등 급여 삭감 조항은 ‘연봉 5~10% 삭감’을 말한다.

 

김 위원장은 “임금피크제 등에 대해 항의하자 파트장 등 사측 관계자들이 제1노조의 동의로 합법화됐다고 밝혔다"면서 “직원들은 사측에 불만을 전달하고 싶어도 전달할 방법이 없고 개인적인 건의는 묵살된다”고 전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임금피크제 및 급여삭감과 관련된 더 큰 문제는 제1노조의 동의로 시행된 급여 관련 정책 등에 대해 정작 적용을 받는 직원들은 해당 규정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자신들의 급여가 삭감된 것을 모르는 직원들이 많은데, 이는 제1노조가 직원들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않는다는 증거”라며 “급여 인상과 초과이익분(PS) 지급율이 어떤 기준에 의해서 지급되는지 모른 채 직원들은 회사에서 공지하는대로 월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이런 불이익과 깜깜이 정책에 대해 직원들은 제2노조가 자신들을 대변해 불이익을 막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새 노조에 대한 직원들의 바람을 전했다. 삼성생명직원노조가 우선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에 대해 김 위원장은 급여삭감조항 등 제1노조가 사측의 편에서 일방적으로 체결한 조항의 삭제, 공정한 인사와 평가, 직원들과 경영진의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소통 등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세력 확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현재 대구·경북 지역 중심으로 이뤄진 제2노조는 서울 등 타 지역으로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노조 가입시 간부를 지망한 노조원이 50여명이며, 이들을 대상으로 현안을 공유하고 권역별 모임을 통해 조직을 확대할 예정이다”며 "코로나19 등으로 당장 권역 확장에는 무리가 있지만 추후 활동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생명직원노조의 목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장기적인 목표는 직원 과반 이상의 조합원 수 확보를 통해 제1노조의 위치로 올라서는 것이며, 단기적인 목표는 한국노총의 법률적 지원을 받아 임금과 단체협상 및 타임오프(유급 노조활동 시간 제한제) 등을 얻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가장 시급하고도 강력한 문제들을 이슈화해 제1노조의 부당한 처사를 홍보하면서 여론을 형성시켜 사측의 부당한 행위를 개선시켜 나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