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 [사진=각 사 제공]](http://www.fetv.co.kr/data/photos/20200626/art_15928140744992_7efb1a.png)
[FETV=이가람 기자] 증권업계에서 투자은행(IB) 출신들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최근 인사에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되는가 하면 능력을 인정받아 연임에도 성공하고 있다. 이들이 업계에 불어 넣을 ‘새바람’에 주목된다.
투자은행이란 기업공개, 증자, 회사채 발행, 장기 자금 조달, 기업 인수·합병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기관을 의미한다.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과 투자 주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며, 일반 은행과 달리 예금은 받지 않고 차입 또는 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다.
올해 새롭게 CEO에 취임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와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이사 등이 대표적인 IB 전문가들이다. 업계 최초 IB 출신 CEO인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와 IB 영업통인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등은 최근 연임이 확정됐다. 증권사들의 IB 출신 중용은 회사의 경쟁력 증대와 안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초저금리 충격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권 시장이 위축되면서 증권사 대부분이 올해 1분기 실적 하락을 겪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56곳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527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전체 자기매매 이익 역시 1조788억원으로 7%(852억원)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IB 부문 실적은 상승했다. IB가 증권사의 경영 위기를 돌파하는 힘이 된 것으로 여기는 이유다.
실제 전체 수수료 수익 중 IB 수익(인수 및 주선수수료, 매수 및 합병수수료,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의 합계)은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눈에 띄는 신한금융투자의 올 1분기 IB 수익의 경우 전년 동기 157억원에서 2배 넘게 뛴 337억원을 달성했다. 한국투자증권도 540억원에서 865억원으로 60% 이상 상승했다. IBK투자증권은 26.39%, 대신증권도 19.53% 올랐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올 1분기 수수료 수익 2281억원 중 32%에 가까운 729억원이 IB로 거둔 이익이었다.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는 정통 ‘대신맨’이다. 1987년 대신증권에 공채로 입사한 후, 지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대신저축은행 상무와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대신저축은행을 업계 10위권 안으로 진입시켰다. 뿐만 아니라 영업, 마케팅, 인사, 재무관리, 리스크관리, IB 등 증권업 전반에 걸친 역량을 갖춰 준비된 CEO라는 평가를 받았다.
‘1위 신화’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하면서 증권계에 몸담게 됐다. 대우증권 도곡동 지점장으로 근무하며 실적이 가장 낮았던 지점을 전국 1위로, 딜링룸 부장 시절에는 주식형 펀드 운용 수익률을 국내 1위로 만드는 등 굵직한 성과를 낸 자본통으로 유명하다. 2009년 도입된 IB 상품인 ‘한국형 기업인수전문회사(스팩)’도 이 대표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제도다.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는 외환은행과 한국투자공사를 거쳐 신영증권 IB총괄 부사장, 리스크관리본부장과 자산관리부문장 등을 지냈다. 서 대표는 정책 금융 분야의 전문가로, 중소기업 특화증권사인 IBK투자증권의 정체성을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IBK투자증권의 자기자본 1조원대 달성에 출사표를 던졌다.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자산운용본부장, 법인사업본부장, IB 부문장 및 총괄 부사장 등 요직을 거쳐 대표직에 올랐다.
올해 연임에 성공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증권업계 최초 IB 출신 CEO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IB 호실적을 바탕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한 476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최고기록을 세웠다. 이중 IB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21% 가량 늘어난 3260억원에 달했다. 국내 IB 업계의 대부로 꼽히는 정 대표는 경북사대부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증권에 입사하며 증권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대우증권 투자금융담당 상무와 우리투자증권 투자금융사업부장 상무를 지냈다.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 합병 후에는 NH투자증권 투자금융사업부 대표와 부사장을 역임했다.
IB 부문에서만 27년을 일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역시 임기를 늘렸다. 정 대표는 취임 1년 만인 작년에 당기순이익 700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4993억원에 비해 42.2% 늘어난 역대 최고 실적이다. 특히 자기자본이익률(ROE) 13%를 달성하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에 대해 얼마나 이익을 얻었는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정 대표는 1988년 동원증권의 전신인 한신증권에 입사한 이래로 ‘현장 경영’을 강조하며 한국투자증권 임원이 되기 전까지 자동차로 연평균 9만km를 달렸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4대를 폐차한 일화는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