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예진 기자] 국내 스팩(SPAC) 시장의 외형이 축소되고 합병 성공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상장 초기 주가의 변동성은 오히려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 합병 절차와 별개로 상장 초기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상회·급등락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고점에 진입한 투자자들의 손실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스팩(SPAC) 상장과 합병 현황 분석 결과, 스팩 시장의 규모는 축소되고 있으나 단기 투기성 거래는 확대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신규상장 스팩은 25건으로 총 2704억원 규모를 기록하며 전년인 2024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 전체 IPO 시장에서 스팩이 차지하는 비중도 5.7% 수준으로 낮아지며 시장 활력이 저하되는 추세다. 2025년 스팩 합병 성공률도 38.5%로 전년(68%) 대비 크게 하락했다.
금감원은 단기 가격 급등이 반복되는 것은 기업 가치와 무관한 투기적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스팩은 타 기업과의 합병이 유일한 목적인 ‘껍데기 회사’로, 합병 전까지는 주가가 공모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상장 당일 변동 폭 확대 정책을 악용한 거래가 늘면서 고점에 진입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실제로 유동성이 낮은 소형 스팩을 중심으로 상장 초기 가격 변동폭이 시장 평균치를 크게 상회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대신밸런스제17호스팩은 상장 당일 장중 6500원까지 치솟으며 공모가 대비 225%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으나 이후 급락하는 패턴을 보였다. 디비금융제13호스팩 또한 장중 4500원까지 오르며 공모가 대비 125% 상승한 뒤 하락하는 패턴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11월 21일 상장한 비엔케이제3호스팩의 경우 상장 첫날 시가 2980원으로 시작해 장중 고가 7700원(공모가 대비 285% 상승)을 기록했으나 종가는 고점 대비 72.7% 하락한 210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개인 투자자 순매수액은 30억2000만원에 달했으며 당일 평균 체결가가 공모가 2000원의 약 2.4배를 상회하며 투자자들이 평가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관은 28억5000만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당일 거래량은 7443만5946주로 상장 주식수 431만주 대비 약 17.2회의 회전율을 기록했다.
2025년 스팩 합병 성공률은 38.5%로 전년 68% 대비 크게 하락했으며 합병에 실패해 상장 폐지된 건수는 24건으로 전년 대비 200% 폭증했다. 스팩은 상장 후 3년 이내에 합병을 완료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며, 이 경우 투자자는 공모가와 소정의 예치 이자만 회수할 수 있다. 현재 합병 대상을 탐색 중인 스팩 78개 중 만 2년차와 3년차 비중이 각각 43.6%, 24.3%로 높아지며 청산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비이성적 주가 변동을 방지하기 위해 소비자 경보를 확대하고 공시 서류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일반 IPO와 달리 주관사의 기업실사 책임이 느슨하다는 지적에 따라 합병가액 고평가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공모가 대비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락하는 것은 일반적인 투자 양상으로 보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흐름"이라며 "가격이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상황에서 고점에 진입한 개인 투자자들이 물량을 떠안게 될 경우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