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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중흥토건, ‘대우 출신 사령탑’ 승부수…‘역PMI 전략’ 시동

대우 출신 김해근 대표 선임, 중흥 체질 개선·시평 회복 특명
피인수기업 역량 흡수하는 ‘역PMI’ 전략, 중흥·대우 통합 가속

[FETV=박원일 기자]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이후 유지해온 ‘독립경영’ 기조를 넘어 계열 간 시너지 강화 단계로 진입했다. 대우건설 출신 인사를 중흥토건 대표이사로 발탁하면서다. 대우건설을 품은 뒤 몸집을 키운 중흥그룹이 이제는 조직 통합과 체질 개선이라는 ‘인수 후 통합(PMI)’ 과제를 본격적으로 풀어가는 모습이다.

 

중흥그룹은 올해 1월 김해근 전 대우에스티 대표를 중흥토건 대표이사이자 그룹 건설부문 총괄사장으로 선임했다. 대우건설이 그룹에 편입된 이후 대우 출신 인사가 중흥 계열사 수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중흥 측 인력이 대우건설로 이동한 사례는 있었지만 반대 방향의 인사는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단순한 인사 교류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본다. 양사 사이에 존재하던 조직적 경계를 허무는 상징적 조치라는 해석이다. 대우건설에서 주택사업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김 대표가 중흥토건에 대형 건설사 수준의 사업 관리 경험과 경영 노하우를 접목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김 대표는 대우건설 자회사 대우에스티 대표 시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실적 반등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미수채권을 선제적으로 충당금 처리하는 등 단기 실적 악화를 감수한 ‘빅배스’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대우에스티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에게 주어진 첫 과제 역시 중흥토건의 체질 개선이다. 중흥토건은 최근 건설 경기 침체와 원가 부담 등으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16위에서 40위권대로 밀려난 상태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대우에스티에서 보여준 방식처럼 선제적인 리스크 정리와 경영 체계 고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우건설과의 협력 확대도 주요 변수다. 현재 평택 브레인시티 개발사업 등에서 두 회사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사업 협업 범위는 더 넓어질 전망이다. 평택 브레인시티 프로젝트의 경우 반도체 산업 회복 기대감과 함께 미분양 물량이 감소하면서 사업 환경도 점차 개선되는 분위기다.

 

 

대우건설 자체의 성장 기반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신규 수주액은 14조원을 넘어서며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고 수주잔고는 50조원 수준까지 쌓였다. 올해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가덕도 신공항, LNG 프로젝트 등 대형 사업 수주가 예상되면서 창사 이후 최대 수준인 18조원 신규 수주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중흥그룹 입장에서는 대우건설 인수 자체가 이미 한 차례 ‘체급 상승’을 의미했다. 2021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그룹 자산 규모는 단숨에 20조원대로 확대됐고 재계 순위도 크게 올라섰다. 당시 시장에서는 중견 건설사가 대형 건설사를 인수한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인수합병(M&A)의 성패는 결국 인수 이후 통합 과정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중흥그룹 역시 시험대에 올라 있다. 건설업계에서도 과거 사례를 보면 통합 전략의 중요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우건설의 과거 경험이다. 대우건설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편입된 뒤 그룹의 공격적인 인수 전략을 뒷받침하는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커졌고 결국 몇 년 만에 산업은행 체제로 넘어가는 부침을 겪었다. 이후 산업은행 관리 아래에서 비핵심 자산 매각과 대규모 손실 정리를 단행하며 체질 개선을 진행해야 했다.

 

이처럼 대형 인수 이후 조직과 전략을 안정적으로 결합하는 ‘PMI(Post Merger Integration)’ 과정이 흔들릴 경우 기업 경쟁력도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반대로 최근 글로벌 M&A에서는 피인수 기업의 경영 역량을 역으로 흡수하는 ‘역(逆)PMI’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중흥그룹의 이번 인사 역시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흥토건에 대우건설 출신 경영진을 배치해 대형 건설사의 사업 관리 경험과 경영 시스템을 흡수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M&A는 계약이 끝났다고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통합 과정이 시작점”이라며 “중흥과 대우건설의 관계 역시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4년간 이어진 독립경영 체제 이후 관계 전환에 나선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닌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갈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중흥토건 관계자는 “그사이 대우건설로 옮겨간 직원은 별로 없었다. 1~2명 정도 간 걸로 알고 있다. 반면 대우건설 쪽에서 온 직원은 없다”며 “이번 김해근 대표 선임은 대형 건설사 수준의 경영 시스템과 영업 전략 등을 중흥에 접목하기 위한 상징적 인사”라고 말했다.

 

이어 “본격적인 양 사간 통합은 현재로서는 조금 먼 이야기”라며 “아직은 조직시스템이 다르고 또 상장사와 비상장사의 차이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