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임종현 기자] "지방은행 전환 가능성을 열어준 건 의미 있지만 자산 20조원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금융당국이 업권의 성장 경로를 제시했지만 현재의 영업환경과 규제 안에서는 자산 확대 자체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권의 구조 개편과 함께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한 저축은행이 지방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업권이 단순 서민금융 기관에 머물지 않고 지역 금융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표면적으로는 업권의 성장 사다리를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정책 취지와 시장 상황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 지방은행 전환 기준으로 거론되는 최소 자산 규모는 약 20조원이다. 하지만 현재 저축은행 업계에서 이 기준에 가장 근접한 곳도 자산이 10조원대 중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조차 약 14조원 수준이다.
문제는 자산을 빠르게 늘리기 쉽지 않은 업권 환경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 이후 건전성 관리가 강화되면서 여신 확대는 한층 보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PF 의존도를 낮추고 건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업권 관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차주 구성상 중·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점도 자산 확대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경기 변동에 따른 연체율 상승 위험이 커 여신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2023년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통해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을 허용하는 방향을 제시하며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가능성도 열어둔 바 있다.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취지였다.
당시에도 업권의 역할 확대라는 방향성에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당장 지방은행으로 전환해 기존 지방은행과 경쟁하기보다는 건전성 관리가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지방은행 전환을 신청한 저축은행도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업계에서는 지방은행 전환 논의보다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전성 관리 강화와 자산 확대를 동시에 요구받는 구조에서는 외형을 크게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의 방향성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저축은행을 지역 금융의 한 축으로 활용하고 업권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에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 다만 지금의 제도 환경에서는 가능성만 제시됐을 뿐 현실적인 경로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지방은행 전환이라는 문은 열렸지만 저축은행이 그 문에 도달하기까지 넘어야 할 장벽은 여전히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