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이란 공습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중동 위기가 고조되면서 건설업계도 해외 사업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 단기적으로는 해외 현장 공정 지연과 수주 일정 변동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가격과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며 업황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중동 정세는 이란 사태를 계기로 빠르게 긴장 수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군사적 충돌과 함께 핵심 해상 물류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로 글로벌 에너지와 원자재 시장의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
실제 이란 공습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 이후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1.2달러에서 80.8달러까지 상승하며 약 13% 넘게 뛰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동반 상승했고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건설업계는 유가 상승 자체보다 물류와 자재 공급망 충격 가능성을 더 큰 리스크로 보고 있다. 해협 봉쇄나 해상 운송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철강·시멘트·석유화학 제품 등 주요 건설 자재 운송이 지연되면서 공사 일정 차질과 공사비 상승 압력이 동시에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망 불안이 단순 물류 문제를 넘어 건설 원가 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동에 현장을 둔 건설사들은 현장 운영 리스크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치안 불안이나 항로 통제 등으로 인력 이동이나 장비·자재 반입이 지연될 경우 공사가 일시 중단되거나 공기가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다. 에너지 가격 급등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금리 상승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 실제 2021~2022년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기에는 자재비·운송비 상승으로 건설사들의 마진 스프레드가 축소됐었다. 금리가 오르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비용 부담도 커져 발주 및 착공 환경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해외 현장뿐 아니라 국내 건설 원가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사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통화당국도 상황 관리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해외건설협회 및 중동 진출 기업들과 긴급 점검 회의를 열고 현지 안전 대책을 확인했다. 현재까지 우리 기업의 피해 사례는 접수되지 않았으며 위험 지역에 대해서는 재택근무 등 선제 조치가 시행된 상태다.
한국은행 역시 중동사태 상황점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국제금융시장 동향과 국내 금융·외환시장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위험회피 심리 강화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점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도 중동 정세의 전개 방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 현장에서 직접적인 피해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공정 지연과 자재 수급 차질 등 간접적인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불가항력 조항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직접적인 손익 훼손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발주 일정 지연이나 원가 상승 등 간접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