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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전국 광역자치단체 산하 개발공사들은 도시개발과 산업단지 조성 등 지역 성장의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인구 감소, 재무 부담 확대 등 경영 여건이 변화하면서 사업 모델과 재무 구조 전환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FETV는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평가 결과를 토대로 각 개발공사의 현황과 구조적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
[FETV=박원일 기자] 전국 15개 광역 개발공사는 지난 10여 년간 대규모 도시개발과 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앞세워 지역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인구 감소, 분양시장 둔화 등 대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공사들의 경영 체질과 사업 구조는 중대한 갈림길에 놓였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의 지방공기업 평가는 이런 변화 속에서 공공개발기관이 갖춰야 할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산하 개발공사들은 도시개발·산업단지·재생사업·공공주거·복합개발 등 지역의 핵심 인프라 구축을 전담해왔다. 그동안 성장 전략은 비교적 명확했다. 도시 확장과 산업단지 확대에 따른 수요를 기반으로 공사들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중심의 외형 성장과 분양 수입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시장 환경은 과거와 전혀 다른 국면이다.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수요 축소, 경기 둔화로 인한 분양·매각 리스크 증가 등은 모든 개발공사가 공통으로 맞닥뜨리고 있는 구조적 변화다.
행안부의 지방공기업 평가는 이러한 환경 변화를 전제로 공사들의 사업 방향성과 관리 체계를 점검하는 장치다. 단순히 ‘재무 성적표’를 보는 것을 넘어 경영관리·내부통제·사업 타당성·중장기 리스크 대응력 등 다층적 요소들을 포함한다. 행안부가 최근 평가에서 강조하는 핵심은 ‘확장보다는 체질’, ‘성장보다 안전’으로 보인다.
‘지방공기업 경영평가’는 지방공기업법 제78조(경영평가 및 지도) 및 동법 시행령 제68조에 근거해 지방공사・공단, 지방직영기업(상‧하수도)을 대상으로 공인회계사 회계감사 종료 후 4개월 이내 완료하도록 되어있다. 평가 내용은 기업의 경제성 증대, 공공복리 증진 등 지방공기업의 경영원칙 준수와 경영목표 달성도, 업무의 능률성, 공익성 및 고객서비스 등이다.
평가에 적용하는 ‘경영평가 지표체계’는 종합적인 평가가 가능하도록 크게 경영관리와 경영성과로 구성돼있다. 경영관리는 리더십, 경영시스템, 사회적 책임으로 구분되고 경영성과는 주요사업성과, 경영효율성과, 고객만족성과, 권장정책성과로 구분된다.
2024년도 지방공기업 평가에서 15개 도시개발공사 전체의 평균평점은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경영관리 측면에서 조직·인사관리 평점은 상승한 데 비해 전략 및 혁신 평점은 하락했다. 경영성과 측면에서는 지역개발사업 추진 등은 성과를 보였으나 영업수지가 하락하고 자본·노동생산성이 3개년 평균 대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징적인 부분은 대규모 개발사업의 사전 타당성·리스크 관리 항목 평가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성 검토의 깊이, 민간 파트너십의 적정성, 사업 단계별 위험 통제 등이 주요 평가 요소로 자리잡았다.
또한 거버넌스와 내부통제의 중요성도 크게 강화됐다. 공사의 외형이 커진 만큼 조직운영 효율성, 정보공개, 감사 지적의 반복 여부,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주요한 평가 축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는 공사들이 단순 개발 주체에서 벗어나 공공적 책임을 갖는 기관으로서 수준 높은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개발공사들이 직면한 가장 큰 변화는 '공공성'과 '재무건전성' 사이의 균형 요구다. 과거에는 지역 개발을 위한 공격적 사업 추진이 당연하게 여겨진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재무 안정성, 현금흐름 구조, 장기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점검이 필수 요건으로 자리잡았다. 행안부는 공공개발기관이 지역의 장기적 신뢰를 확보하려면 재무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개발공사의 역할이 단순한 사업 시행에서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지속 가능성 관리로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도시정책과 산업정책의 축소·변동이 잦고 인구 감소와 지역 편차가 커지는 만큼 개발공사의 전략적 판단은 더욱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FETV는 이번 기획을 통해 각 광역개발공사 15곳을 개별적으로 심층 분석한다. 개발공사마다 처한 재무 구조, 사업 포트폴리오, 지역적 특수성, 경영관리 이슈는 모두 다르다. 이에 개발공사들의 현재 위치·성과와 미래 모습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