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3분기 순이익을 흑자로 전환하며 실적 개선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안전 사고·수주 급감 등이 겹치며 중장기 사업 전망에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이 국내외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룹 내 일감 확대가 회사의 반등 기회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3분기 매출 3조3141억원, 영업이익 3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5%, 35.6% 감소했지만 순이익은 35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빅배스(Big Bath)’로 1조2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반영한 이후 올해부터 수익성이 정상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해외 플랜트 현장의 관리비 증가로 판관비가 38.0% 치솟으며 영업이익 감소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설비·안전 관리비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올해 초부터 국내 현장에서 대형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신뢰도 추락이 현실화됐다. 4월 말 현대엔지니어링은 내부 점검에 돌입하며 건축·주택 부문의 수주를 전면 중단했다. 문제는 건축·주택 부문이 3분기 현재 전체 매출의 절반(51.3%)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라는 점이다. 신규 수주 공백이 지속된다면 내년부터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플랜트 부문 역시 글로벌 발주 위축과 경쟁 심화가 겹치며 수주 절벽에 놓인 상황이다. 특히, 폴란드·말레이시아 현장에서 ‘본드콜(Bond Call, 발주처의 계약이행보증금 청구)’이 발생하며 약 2200억원 규모의 비용 리스크 부담이 커졌다. 현재 플랜트 부문 직원 1000여 명에 대해 유급휴가를 시행 중인 상황은 수주 부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수주 잔고 역시 빠르게 줄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3분기 말 수주잔고는 27조233억원으로 지난해 말(34조8247억원) 대비 크게 감소했다. 올해 신규수주는 5조3346억원으로 전년 대비 36.9% 줄었고 연간 수주목표(13조1542억원)의 40%만 채운 상태다. 건설업 특성상 안정적 수주 잔고는 곧 미래 실적을 의미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수주 파이프라인 약화가 가장 큰 리스크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에는 그룹사 프로젝트라는 확실한 방패가 존재한다. 현대차그룹이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2000억원, 미국에 31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공장·배터리 공장·AI 인프라 등 굵직한 공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미 현대엔지니어링은 울산 전기차 신공장, 미국 SK·LG 배터리 공장, HMGMA 조지아 공장 등 그룹 핵심 프로젝트를 맡아 왔다. 일부 프로젝트가 올해 마무리되면서 단기 잔액은 줄었지만 향후 그룹 투자 확대가 신규 수주 회복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증권업계 역시 안정적 그룹 매출을 현대엔지니어링의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기준 그룹 매출은 연간 7조원이 넘는 규모로 대외 리스크가 커지는 환경에서 수익성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드콜 등 리스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그룹 물량이 외부 변수에 대한 방어막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결국 현대엔지니어링의 향후 방향성은 ‘수주 회복’에 달려 있다. 회사는 안전관리 강화, 원가 경쟁력 제고, 해외 대형 프로젝트 확보 등 체질 개선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업계 일부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의미 있는 수주 증가가 없으면 구조조정·사업축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재무 개선·그룹사 시너지라는 긍정 요소와 안전 리스크·수주 절벽이라는 부정 요소가 동시에 존재하는 ‘전환기’에 서 있다. 결국 향후 실적은 ▲안전관리 재정비 ▲수주 회복 ▲현대차그룹 투자 프로젝트 수행 등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사업 보안상 상세 사항을 밝힐 수는 없지만 올해 말과 내년 초 수주를 목표로 하는 사업들에 집중하고 있다”며 “특히, 해외 수주 관련해 기존 진출 국가 내 사업 확대와 더불어 신규 국가 진출도 모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