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포스코이앤씨가 ‘안전 리스크’로 올해 3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룹의 산업 전환 전략을 반영하는 친환경·신사업 중심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미래 성장 기반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단기 실적은 흔들렸지만 중장기 경쟁력은 오히려 선명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건설업계가 PF 유동성 위기와 주택 경기 침체로 흔들리는 가운데 포스코이앤씨의 3분기 실적은 ‘안전 리스크’가 얼마나 큰 재무적 충격을 가져오는지 보여줬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194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466억원 흑자에서 큰 폭의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2400억원 넘는 실적 감소 규모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조사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낙폭이다.
회사는 2025년 2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4분기에도 약 2300억원의 추가손실액 발생 여지도 있어 연간 손실 규모는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4월 신안산선 5-2공구 붕괴사고를 비롯해 함양~창녕고속도로, 광명~서울고속도로 등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며 8월에는 100여 개 현장의 작업이 한 달 가까이 중단됐다. 이 영향으로 매출 공백이 발생하고 중단 손실이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흔들렸다.
부문별로는 인프라(-1910억원)와 플랜트(-210억원)에서 적자가 확대됐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인프라 부문은 전 분기(-560억원) 대비 영업손실이 1350억원 증가하며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3분기 인프라 사업의 추정총계약원가가 약 2637억원 증가한 점도 수익 악화의 핵심 요인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두 배에 가까운 규모로 당초 공사비용 자체가 대폭 늘어났다는 의미다.
이번 분기에만 반영된 일회성 비용은 총 2881억원. 안전 점검·재시공·공정 지연과 함께 해외 플랜트 현장의 추가원가, 지체상금(LD) 반영, 부실채권 증가 등이 겹쳤다. 영업이익률도 2분기 -4.9%에서 -13.8%로 8.9%p 급락해 업계에서는 “사고 이후 비용 폭탄이 한 번에 터진 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코이앤씨가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뚜렷한 차별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대부분의 건설사가 주택·토목 중심의 구조를 유지하면서 주택·PF 리스크 등에 대한 ‘방어’에만 집중하고 있는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그룹의 산업전환 전략을 등에 업고 산업·에너지 전환기를 맞아 신성장 EPC(설계·구매·시공)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미래 수익 기반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포스코그룹의 생존 전략으로 꼽히는 수소환원제철 ‘하이렉스(HyREX)’다. 석탄 대신 100% 수소로 철을 생산하는 이 공법은 탄소 배출을 사실상 없애 글로벌 규제에 대응할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포스코이앤씨는 실증 플랜트부터 상용 플랜트까지 EPC를 전담하게 되며 장기적으로 대규모의 그룹 내 일감을 확보할 전망이다.
여기에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음극재 공장 증설이 잇따르며 2차전지 소재 플랜트도 지속적으로 배정되고 있다.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매출이 가능한 구조라는 점에서 회사의 비주택 실적에 큰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자체 신사업 확장도 추진 중이다. 노르웨이 에퀴노르와 추진 중인 ‘울산 반딧불이’ 부유식 해상풍력은 지난 5월 기본설계(FEED)를 체결하며 본격화됐다. 또 SMR(소형모듈원전) 분야에서도 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수력원자력·지자체와 협력망을 확대하며 차세대 원자로 기반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자로 모듈 외 구조물·터빈·전력계통 등 EPC는 필수적이기에 원전·화력 경험이 있는 포스코이앤씨는 향후 SMR EPC 시장의 유력 선두주자로 꼽힌다.
물론 주택 사업(더샵·오티에르)은 여전히 중요한 현금창출원이다. 그러나 업계는 포스코이앤씨가 주택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산업 플랜트 중심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을 통해 그룹 시너지와 미래 일감의 질적 전환을 위한 다음 단계 사이클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한편, 회사가 선도하고 있는 리모델링 부문을 비롯한 도시정비사업에서도 전략적 수주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원자력·해상풍력 등 신사업에도 집중하며 사업을 다각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