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에서 운영하던 LCD 합작법인 지분을 정리했다. 이를 통해 2조1212억원이라는 대규모 현금을 확보했다. 오랫동안 적자가 이어진 LCD 사업을 접고, 차세대 주력인 OLED에 투자를 집중하기 위한 포석이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2025년 LG디스플레이의 매출은 5조5870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조7089억원에서 16.7% 줄었다. 영업이익도 -1160억원으로, 전년 동기(-937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LCD 가격 하락과 글로벌 IT 수요 부진이 겹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은 890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잠정 실적 발표 당시 6537억원이었던 순익이 확정치에서는 오히려 늘었다. 이유는 광저우 LCD 지분 매각에서 발생한 7646억원 규모의 처분이익이 손익계산서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회사 손익표상 기타영업외수익(1조8910억원) 항목에도 이 매각 효과가 잡혀 있다. 즉, 본업에서는 손실이 났지만 대규모 매각 차익 덕분에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셈이다.
![[사진 LG디스플레이]](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7/art_17574016029457_702f15.jpg?iqs=0.16911928035204193)
LG디스플레이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OLED 설비 투자에 투입할 계획이다. 회사 이사회는 이미 1조2600억원 규모의 OLED 신규 투자를 승인했다. 업계에서는 대형 OLED와 IT용 패널 중심의 증설일 것으로 보고 있다.
광저우 LCD 지분 매각과 OLED 신규 투자는 전략적으로 연결돼 있다. LCD 시장은 이미 중국 BOE·CSOT 등 후발 업체들이 공급 과잉으로 장악했다.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일찌감치 LCD 생산을 접고 OLED에 올인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LCD에서 손을 떼고 OLED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LCD 가격 회복은 쉽지 않고, 글로벌 IT 수요도 약세라 LCD에서 흑자를 내기 어렵다”며 “LG디스플레이가 OLED 수율을 안정화하고 단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투자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사업구조 전환과 동시에 비용 구조도 다듬고 있다. 올해 초 CPO(Chief Production Officer) 직제를 폐지하고, 제조센터를 통합했으며 일부 인력을 희망퇴직으로 줄였다. 고정비를 낮추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조치다.
OLED는 감가상각과 전력·유틸리티 비용 등 고정비 부담이 큰 산업이다. 따라서 신규 투자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생산 라인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수율이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난다.
여기에 제도적 변수도 남아 있다. 노란봉투법은 2025년 8월 국회를 통과해 2026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법은 협력사·용역업체 인력까지 ‘실질 사용자’ 범위에 포함시켜, 원청인 LG디스플레이와 직접 교섭이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는 라인보전이나 내부물류 같은 생산 보조 부문에 외주 인력이 상당하다. 법 시행 이후에는 이들 외주 인력이 교섭 요구를 할 경우 노사 관리가 훨씬 까다로워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OLED 전환 과정에서 노사 변수까지 겹치면 경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