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임종현 기자] 올해 초 신한카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부임한 박해창 상무 앞에 놓인 환경은 한마디로 '연체율 리스크'다. 지난해 3분기부터 높아지기 시작한 1개월 이상 연체율이 올 1분기 1.61%로 치솟으며 5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기 둔화로 최전선에 선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진 탓이다.
연체율 상승은 고정이하여신 확대와 충당금 부담 증가로 직결됐다. 올해 상반기 고정이하여신은 5321억원, 신용손실충당금은 50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3%, 16.8% 늘었다.
박 상무의 임기 내 핵심 과제는 연체율 개선이다. 연체율만 개선되어도 충당금 부담이 줄고 이는 곧바로 이익 확대로 이어진다. 반대로 충당금을 많이 쌓는다는 건 그만큼 수익에서 비용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많다는 뜻이다.
신한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2492억원으로 전년 대비 34.5% 줄었다. 영업수익이 3조2357억원으로 5% 가까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자비용과 충당금 부담이 급증한 탓이다. 1분기부터 이어진 비용 압박은 신한금융지주 컨퍼런스콜에서도 핵심 이슈로 다뤄졌다.
박 상무는 비용 부담이 완화되기만 해도 예년 수준의 수익성 회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신한카드의 평균 조달금리가 3~4%대까지 올라 이자비용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봤다. 조달 방식의 차이도 영향을 주지만 결국 기준금리가 내려와야 본격적인 비용 개선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충당금은 관리가 가능한 영역이라는 판단 아래 연체율 억제에 힘을 쏟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4월 채권 전담 회수조직인 채권사무소를 신설해 콜센터(신용지원센터)에서 대응이 어려운 2개월 이하 연체채권을 집중 회수·관리하고 있다. 박 상무는 3분기 이후에는 개선 흐름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개월 연체 전이율 흐름을 근거로 향후 건전성 지표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지표는 정상채권이 1개월 연체를 거쳐 2개월 연체(60일 이상)로 넘어가는 비율을 뜻한다. 전이율이 낮아진다는 건 연체 차주가 추가 부실로 악화되지 않고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2개월 연체 전이율은 지난 2월 0.45%로 정점을 찍은 뒤 7월에는 0.41% 수준으로 낮아질 정도로 개선되고 있다. 연체율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올해 1분기 1.61%에서 2분기 들어 1.5%로 하락하며 단기간에 0.11%포인트(p) 개선됐다.
고정이하여신은 연체된 채권이 고정이하로 분류돼 상매각을 통해 관리되고 있다. 신한카드는 연체율이 증가하지 않도록 상·매각을 늘려 대응하고 있다. 특히 2분기 상·매각 규모는 4381억원으로 전년 대비 29.6% 증가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채권사무소 신설 이후 연체율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연체 전이율이 점차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