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9 (금)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철강·중공업


[KDDX 수주전] HD현대중공업 "수의계약으로 끝까지 원칙 지켜야"

방위사업법 시행령 '기본 설계 업체가 상세 설계 진행 기본'
사업자 최종 선정 둘러싸고 정치권까지 가세해 충돌 가중

[FETV=류제형 기자]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의 최종 사업자 선정이 24일 방위사업청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하며 기약없이 미뤄졌다. 정부 관계자는 "KDDX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국방부 차원의 사업추진방안 점검과 국회 대상 설명과정을 거친 후 방위사업청 사업분과위원회에 재상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을 둘러싸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사업자 선정 방식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서도, 원칙적으로도 수의계약이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KDDX 사업자 최종 선정 방식은 ▲수의계약 ▲경쟁입찰 ▲양사 공동개발이라는 3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경우 별도의 경쟁이나 평가 절차 없이 방위사업청에서 직접 HD현대중공업을 사업자로 선정한다. 상세 설계와 초도함 건조를 HD현대중공업이 단독으로 진행한 후 후속함 건조 단계에서 타 업체가 들어오는 식이다.

 

경쟁입찰로 진행할 경우 두 업체에 대한 평가를 통해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업체가 선정돼 상세 설계를 진행하게 된다. 양사 공동개발은 상세 설계부터 건조 단계까지 두 업체가 같이 진행하는 방식이다. 사업 진행 방식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이나 한화오션이 사업비를 어떻게 배분받을 수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방위사업청은 그간 기본 설계를 담당해온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진행하자는 입장이었으나 이 방식이 공정성에 위배된다는 목소리 역시 크다. 한화오션 측이 수의계약 방식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방위사업청 내부에서도 일부 위원들 사이에서 수의계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화오션도 초기부터 사업 주체에 포함되기에 이후 절차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근거다.

 

HD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청이 신속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며 수의계약 방식을 끝까지 고수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본 설계를 담당한 업체가 상세 설계와 이후 단계까지 이어서 진행하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봐도 당연한 것"이라며 "상세 설계와 초도함 건조가 결국 기본 설계의 연장선이라는 것이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방위사업법 시행령 제61조 제3항에 따르면 현재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는 업체에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건조하도록 할 때는 수의계약으로 계속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서 개념 설계 단계는 연구개발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 반면 기본 설계는 연구개발에 포함된다.
 

2006년 방위사업청 개관 이후 총 17번의 국내 함정사업 모두 예외 없이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해왔다. 위 원칙을 통해 대규모 국방 예산이 투입되는 함정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며 전략자산의 조기 전력화, 국방 예산 절감 등을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 HD현대중공업의 주장이다.

 

2018년 12월 방위사업청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심의⋅의결한 KDDX 사업추진기본전략에서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는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하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했다. 이 내용은 2020년 5월 29일 KDDX 기본설계 제안요청서 1.2 사업추진 방침에도 포함됐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화오션 측의 경쟁입찰 방식에 대해 "경쟁입찰을 통해 상세 설계에 돌입할 경우 담당 업체의 기술력 전반을 평가하는 단계가 존재하는데 이 단계에서 점수 평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며 "이는 기술력을 평가하는 단계에서 부정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방위사업청 입장에서도 올바른 사업 진행을 위해 수의계약 외의 방식을 고려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이 경쟁입찰 방식 외에 양사 공동개발 방식도 함께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은 양사 공동개발 방식에도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서 기본 설계를 완료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사업 전체의 60% 이상이 진행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상세 설계부터 타 업체가 개입하는 순간 그 업체의 하청업체까지 모두 사업 주체로 들어와 사업 진행이 복잡해지는데 업체마다 설계 및 건조 인프라가 달라 현실적으로 업무 분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본 설계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가 상세 설계를 담당할 경우 타사의 기본 설계 결과물을 자사 방식에 맞게 다시 이해하고 적용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그만큼 사업 완료 시기가 지연된다. 지난 2월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양사에 서한을 보내 국산 함정 전략화가 더 이상 지연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KDDX 사업자 최종 선정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만장일치 의결 방식으로 진행되며 위원회 위원에는 민간위원 6명이 포함된다. 현재 민간위원 6명 모두 수의계약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방위사업청 내에서 정부위원이 수의계약을 강행하려는 기조가 존재하는 것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은 "수의계약을 끝까지 고수하는 것은 일각에서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결코 방산비리나 특혜가 아니다"라며 "이 사안에 대해 불필요한 여론전이 지속되지 않고 마지막까지 원칙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확실한 결론이 나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금일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책조정위원회의에서 "KDDX 사업에서 국방부가 끝까지 특정 업체와의 수의계약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방산비리라고 규정할 수 밖에 없다"고 발언했다. KDDX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충돌과 갈등은 당분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