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지수 기자] 증여세 회피 목적으로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매도하도록 지시한 의혹으로 1심서 무죄를 선고받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 배임 혐의를 두고 허 회장 측과 검찰이 2심에서도 팽팽히 맞섰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1부(부장판사 한창훈 김우진 마용주)는 이날 오전 10시 10분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과 조상호 전 총괄사장, 황재복 대표이사 등 임원 2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허 회장의 변호인은 “사실관계에서나 법리적으로나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심 재판부가 이미 구체적인 판결 이유를 설시했고, 검찰이 항소 이유로 주장하는 것은 모두 1심 단계에서 다툰 부분”이라며 “밀다원 주식을 저가에 양도한 것이 부당한 지원은 아니라는 판결은 관련 행정소송에서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총수 일가에 일방적 이익을 주는 만큼 배임이 성립하고, 이들에게 배임의 고의도 있었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허 회장 등은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취득가(2008년 3038원) 또는 직전 연도 평가액(2011년 1180원)보다 크게 낮은 주당 255원에 삼립에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주식 판매로 샤니는 58억1000만원, 파리크라상은 121억6000만원의 손해를 각각 입었고 삼립은 179억7000만원의 이익을 봤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이 판단한 적정 가격은 1595원이다. 검찰은 2012년 1월 법 개정으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가 신설됨에 따라 총수 일가에 부과될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이런 행위를 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는 지난 2월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칙적 방법에 따라 양도 주식 가액을 정한 행위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에게 배임의 고의가 인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