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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권 들어온 4대 은행 '혁신기업' 지원 200조 시대

작년 11월 기술신용대출 잔액 170조원 돌파
기업대출 활로 모색·ESG경영에 '역대 최대' 눈앞

 

[FETV=권지현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혁신기업 지원액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설까. 

 

국내 대형 시중은행이 기술신용대출을 크게 늘리며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기술신용대출'은 자본이 부족하고 신용도가 높지 않은 중소기업에 은행이 기술력을 담보로 제공하는 대출이다. 기업의 기술혁신 전 과정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며, 지식재산권(IP) 대출을 포함한 기술금융의 가장 큰 부분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 171조2097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은행 전체(320조8922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3.4%를 차지한다. 4대 은행이 작년 11월까지 취급한 기술신용대출은 전월(168조1477억원)보다 3조620억원 증가한 것으로, 이들 규모가 17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업영업 확대와 사회적 책임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되는 가운데 올해 지원액이 또다시 사상 최고액을 경신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현재 기술신용대출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한 국내 시중·특수·지방은행 17곳이 2014년부터 모두 취급하고 있다. 은행은 중소기업이 대출을 신청하면 기술보증기금·한국기업데이터·나이스평가정보 등 기술신용평가기관(TCB)에 평가를 의뢰해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4대 은행은 지난해부터 기술신용대출 규모를 크게 늘려왔다. 특히 신한은행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작년 3월까지 이들 4곳 중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40조원을 넘어선 것은 국민은행이 유일했다. 하지만 같은 해 4월 40조원을 넘어선 이래 신한은행은 4곳 중 가장 크게 기술신용대출 규모를 늘려 3개월 만인 작년 6월, 국민은행을 약 5500억원 차이로 따돌렸다. 이후 현재까지 기술신용대출 규모 1위를 지키고 있다.

 

우리은행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작년 6월 기술신용대출 잔액 38조7171억원으로 40조원을 밑돌던 우리은행은 한 달 만에 1조2937억원을 늘려 ‘40조원 클럽’에 입성했다. 하나은행도 부지런히 기술신용대출 규모를 키워왔다. 작년 11월 37조345억원을 기록, 1년 전(31조5885억원)보다 5조5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1년 만에 30조원 가까이 기술신용대출액을 늘리며 이에 집중한 데는 '기업대출'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과 연관돼 있다. 현재 4대 은행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인해 이전처럼 가계대출 영업환경이 자유롭지 못하다. 기업 고객의 ‘가중치’가 커진 만큼 기술신용대출 영업에 집중, 이전보다 많은 실적을 달성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창업을 하거나 유망기술을 보유, 혹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기술신용 공급 규모를 늘렸다"면서 "본점 차원에서 마케팅 리스트를 제공해 현장에서 영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영업점 RM(영업부지점장)을 대상으로 신성장산업 교육을 진행해 기술혁신 기업을 발굴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은행 경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술신용대출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득이 되기에 해당 실적은 은행이 얼마나 사회적 책임에 기여했는지를 보여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술금융의 경우 기업여신에 포함된 만큼 기술신용대출 실적이 늘면 기업여신액도 늘어나게 된다"며 "기술력 있는 혁신기업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기술금융 규모를 늘렸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4대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11월 141조7437억원이던 4대 은행의 잔액이 1년 뒤 29조4660억원 늘어 171조원대를 형성한 것을 보면 2022년 누적액 200조원 돌파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0년 11월 국내 17개 은행이 취급한 전체 기술신용대출액이 270조118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올해 4대 은행이 200조원을 돌파할 경우 금융권 '새역사'를 쓰게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연말이 되면 '마감'과 관련해 영업에 더욱 드라이브를 거는 만큼 작년 12월도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적지 않게 늘었을 것"이라며 "기술금융은 자금 사정이 넉넉치 않은 신생기업 등을 지원한다는 의미와 함께 기업여신 규모도 늘릴 수 있어 은행들의 집중 전략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