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가람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연봉이 가장 높은 업종은 증권으로 확인됐다. 억대 보수를 수령한 증권맨도 속출했다. 주식시장 호황 및 성과주의 특성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직원이 100명 이상인 상장사 중 지주회사를 제외하고 올 상반기 직원 1인당 평균 급여가 8000만원이 넘는 기업은 22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7곳을 증권사가 휩쓸었다. 소득세법 제20조에 의거해 관할 세무서에 제출하는 근로소득지급명세서의 근로소득(고정급·성과급·복리후생비 등) 기준으로 산정됐으며 기간제 근로자도 포함한 결과다.
1위는 메리츠증권(1억3468만원)이 차지했다. 전년 대비 23.6% 상승했다. 삼성전자(4800만원)의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 뒤를 이베스트투자증권(1억3100만원), 한양증권(1억2800만원), 부국증권(1억1518만원)이 따랐다. 비상장사인 BNK투자증권(1억5600만원)과 한국투자증권(1억190만원)을 포함하면 총 6개 증권사가 반년 동안 평균 1억원이 넘는 보수를 지불했다. 하나금융투자(9300만원), KB증권(9200만원), 삼성증권 (9100만원), 미래에셋증권(8500만원) 등 대형 증권사들도 고연봉 릴레이에 동참했다. 공룡기업으로 손꼽히는 카카오(8300만원), 네이버(8123만원), SK하이닉스(5859만원) 등과 비교해도 높다.
개인별로 살펴보면 김남원 BNK투자증권 이사가 44억500만원을 받았다. 급여는 4000만원가량이었지만 성과급으로 43억6400만원을 수령하면서 퇴직금이나 주식매수선택권행사 등의 일회성 소득 없이도 선두에 올랐다. 강정구 삼성증권 영업지점장도 43억9000만원을 타갔다. 상여금(43억3900만원)이 급여(3900만원)의 100배 이상이었다.
김진영 하이투자증권 투자금융총괄(31억1500만원), 이주한 이베스트투자증권 부사장(30억3400만원), 노영진 메리츠증권 전무(30억2074만원)도 최고경영자(CEO) 부럽지 않은 보수를 자랑했다. 김경규 하이투자증권 대표이사(2억7700만원),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16억3300만원),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16억8051만원)의 반기 보수를 최소 2배에서 최대 15배까지 웃돈다.
임원이 아닌 억대 연봉자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정승용 KTB투자증권 과장이 18억2600만원을 벌었다. 급여가 3300만원이고 상여가 17억9200만원으로 성과급 비중이 월등했다. 이승민 KTB투자증권 차장(13억7700만원)과 박해경 하나금융투자 차장(13억6900만원), 김기완 DB금융투자 차장(13억2300만원), 홍완기 키움증권 부장(12억1500만원)도 비슷했다.
초저금리와 부동산 규제 강화가 이어지고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자금이 증권시장으로 모이면서 투자시장이 커지고 있다. 전례 없는 브로커리지부문 확대에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달성하면서 직원들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올 2분기 당기순이익은 2조3687억원으로 1분기(2조2968억원) 성적을 뛰어넘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 어느 필드보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곳이 증권업”이라며 “이직 또한 잦은 업계인 만큼 우수한 영업 인력을 확보하고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좋은 성과를 낸 직원에게 고액연봉을 제시하는 것이 당연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성과주의는 앞으로도 증권사의 기본 기조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