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현대건설 윤영준 vs 삼성물산 오세철"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1,2위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건설부문)의 신임CEO가 올해 상반기 어떤 성적표를 받았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과 삼성물산 오세철 사장은 각각 올해 초 지휘봉을 잡은 뉴페이스 최고경영자(CEO)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상반기 실적이 공개됐다. 양사 CEO의 성적표를 비교할 수 있는 첫 경영지표가 나온 셈이다.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과 삼성물산 오세철 사장의 취임 첫 반기 성적표는 다소 신통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양사 모두 상반기 실적이 기대에 밑도는 등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중 삼성물산은 현대건설과 달리 도급계약 잔액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두 CEO는 실적 부진뿐 아니라 잇따른 근로자 사망사고의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하반기에는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있다. 폭염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친 영향이 컸다. 공사 일정이 지연되면 그만큼 추가비용이 반영되는 만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도시정비사업에서 다소 소극적이던 삼성물산은 해외사업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반면 현대건설은 압도적인 국·내외 일감을 앞세워 실적 개선의 고삐를 쥘 것으로 전망된다.

◆반기보고서 열어보니...삼성물산·현대건설 ‘기대 이하’=상반기 삼성물산은 합병 이후 최대 성과를 냈지만 건설부문은 부진한 실적을 나타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매출은 5조433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지만 상사부문 실적이 크게 오르면서 매출 비중은 5.51%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8.5% 하락한 2483억원을 기록했다. 건설부문의 영업이익이 2400억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 2017년 이후 4년 만이다.
전체 사업 가운데 상사, 패션, 리조트 등 다른 부문의 수익이 크게 오른 것에 비해 건설부문만 유독 부진했다.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대형 프로젝트 현장이 준공된 영향이 컸다. 상반기까지 기록한 신규 수주는 7조5000억원으로 올해 목표(10조7000억원)에 70%를 달성했다. 반면, 도시정비사업 수주 일감은 줄어들었다. 지난해 1조487억원을 수주했던 삼성물산은 2800억원 규모의 일감을 확보하는데 그쳐 주택사업 도급잔액은 3.3% 줄어든 26조1404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은 별도 기준 매출 4조7030억원, 영업이익은 9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30.7% 줄어든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 2001년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는 2분기, 3년 전 준공한 싱가포르 마리나 사우스 복합개발 사업과 관련해 809억원의 본드콜(Bond Cal : 계약이행보증)을 반영해 매출이 감소한 영향 때문이다. 본드콜은 건설사와 발주처의 계약에 보증을 섰던 금융기관이 건설사의 계약위반 등으로 인해 발주처에 보증액을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외 수주 규모는 크게 늘어났다. 현대건설의 상반기 도급 계약잔액은 국내 34조3383억원, 해외는 14조5924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98% 이상 늘어난 48조9308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은 도시정비사업에서 리모델링과 재건축, 가로주택사업 등을 잇따라 확보하며 상반기에만 1조2919억원을 수주했다. 지난 14일에는 6200억원 규모의 부산 범천4구역 재개발 사업을 따내며 수주일감을 1조912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도시정비사업에 물량만 3년 연속 2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것이다.
◆삼성·현대, 잇따른 사망사고 논란=오세철 사장과 윤영준 사장은 모두 안전관리 조치는 크게 미흡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현장에서는 상반기에만 2명의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건설은 이와관련, 고용노동부로부터 안전보건관리체계 개선을 권고받기도 했다. 특히 윤 사장은 안전관리에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삼성물산 현장에서는 2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지난 2월18일에는 강릉안인화력 1,2호기 건설공사 현장에서, 3월1일에는 성남시 정자동 업무시설 신축공사 현장에서 각각 1명이 사망했다. 현대건설에서도 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3월11일에는 현대케미칼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 현장에서, 5월27일에는 주안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지에서 사고가 터졌다.
국토부는 삼성물산 건설현장 8곳을 특별점검하면서 2곳에서 지적사항이 발견돼 현지시정조치를 내렸다. 21곳의 현장을 특별점검 받은 현대건설도 모든 현장에서 지적건수가 발생해 국토부로부터 시정도치를 받았다. 현대건설은 지난 10년 사이 총 5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고용부 조사 결과, 안전관리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윤영준 사장에 대해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체적인 추진전략이 없고 성과측정을 위한 지표 등이 부재했다고 꼬집었다.
고용부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주간 단위로 안전점검회의를 진행하는 등 현장의 위험성평가를 수시로 실시하고 있지만 위험공정을 누락시키거나 개선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이에 위험성평가를 하면 동일 위험이 반복적으로 발견되고 본부 차원의 모니터링도 부재했다. 또 500여명 이상의 안전보건관리자가 각각의 업무를 전담 수행하고 있지만 정규직 비율이 낮고 타 직군의 전환배치도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고용부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윤영준 사장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을지 주목된다. 경·재계에서는 경영위축을 이유로 관련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 붕괴 사고로 내년 1월 시행을 눈앞에 둔 상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1명 이상 사망,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 등을 중대산업재해 적용대상으로 분류한다. 이럴 경우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834/art_16297635519098_c05b14.jpg)
◆건설현장 위축됐는데...하반기는 괜찮을까=실적 개선에 고삐를 쥐어야 하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하반기 건설경기 위축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7.9포인트 하락한 92.9를 기록했다. 감소폭은 지난 2010년 7월 이후 가장 컸다. CBSI는 지수가 100 미만일 경우 건설경기를 비관적으로 판단하며 반대의 경우에는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측은 “올해 이례적인 폭염으로 건설현장의 어려움이 커졌고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가 지수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폭염이야 시간이 지나면 해소되겠지만 코로나19 확산세와 델타 변이까지 겹친 점은 건설 현장의 공기 지연을 유발시킬 수 있어 건설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연구원은 8월에도 CBSI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물산은 그룹의 ‘준법경영’ 방침으로 그동안 정비사업에 소극적으로 임했던 만큼 현대건설과 달리 해외사업을 필두로 실적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초 수주한 1조8700억원에 달하는 카타르 LNG발전소와 1조6000억원 규모의 대만공항 사업이 하반기에 착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경쟁사를 압도하는 국·내외 수주 일감을 앞세워 하반기 반전을 노릴 계획이다.
백재승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의 분양 세대 수 흐름을 감안하면 주택사업 매출은 하반기 이후로도 꾸준할 것”이라며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다소 주춤할 수 있지만 기수주한 해외 프로젝트들의 매출 기여도 향후 증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