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가람 기자]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혔던 롯데렌탈의 주가가 연일 공모가격을 밑돌고 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대표주관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지난 19일 공모가(5만9000원)와 비교해 3500원(-5.93%) 내린 주당 5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다음 날인 지난 20일에는 전장보다 2100원(-3.78%) 하락한 주당 5만3400원으로 거래를 종료하면서 이틀 연속 낙폭을 키웠다. 이날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공모주 투자자들은 벌써 13%가 넘는 손실을 본 셈이다.
시초가부터가 공모가 대비 2.54%가량 낮은 5만7500원으로 형성됐다. 시초가는 상장 당일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 공모가의 90%~200% 사이에서 호가 신청을 받아 매도 호가와 매수 호가가 합치되는 금액으로 정해진다. 어떻게 보면 예견된 수순이었다. 롯데렌탈은 조단위 몸값을 자랑했음에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 경쟁률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주문을 받은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각각 217.6대 1과 65.8대 1로 저조해 시초가가 높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롯데렌탈은 지난 2005년 설립돼 자동차·일반렌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 1위 렌터카업체인데다가 공모가 산정 시 42%를 할인하는 등 보수적인 가격을 제시했지만 기업 가치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롯데렌탈은 기업 가치를 추산하는 지표로 주가이익비율(PER)이 아닌, 시장가치(EV)를 세전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값을 사용했다. 롯데렌탈에는 5.6배가 적용됐다. EV/EBITDA에는 기업의 부채, 세금, 이자 등이 반영되지 않는다. 차량 대여 산업 특성상 감가상각비 비중이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피어그룹으로 SK렌터카와 AJ네트웍스를 선정했다.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가 글로벌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상식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SK렌터카와의 롯데렌탈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280억원과 609억원으로 2.1배 차이인데, 당시 SK렌터카 주가와 롯데렌탈 공모가는 4.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여기에 중고차 업체와 캐피탈 회사 등이 렌터카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점유율도 지난 2018년 24%에서 현재 21% 안팎까지 축소돼 투자시장의 우려를 샀다. 그 결과 롯데그룹으로서는 3년 만에 나선 계열사 상장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이에 따라 롯데렌탈의 상장 대표 주관을 맡은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자타공인 톱 티어로 투자금융(IB)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는 하우스인 만큼 아쉬운 실책이라는 평가다.
상장은 기업의 역사에 있어 단 한 번뿐인 이벤트다. 원하는 시가총액을 인정받고 주식시장에 데뷔하는 것이 목표다. 이 과정에서 주관사단에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1~2년간 IPO 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어 커질 대로 커진 발행사의 기대치를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향후 딜 성사 여부까지 걸려 있어 주관사는 철저히 을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질서를 지키면서 상장 전 과정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도 대표주관사의 역할이다. 복수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우스의 역할이 우호적인 가격 책정인 만큼 발행사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발행사가 해 달라고 한다고 다 들어주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와 NH투자가 무리수(?)를 둔 주요 원인으로 실적이 거론된다. 통상 공모 규모가 클수록 주관사가 받게 되는 수수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공모 흥행 시 별도의 인센티브도 수령할 수 있다. 따라서 주관사 입장에서는 공모가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특히 입찰 경쟁이 치열한 IPO 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도전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NH투자와 한국투자는 올 상반기 IPO 주관 부문에서 나란히 리그테이블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각각 3곳(9657억원)과 10곳(9087억원)을 상장시키며 IB 명가의 저력을 보여 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