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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온라인 경쟁력 강화하라!"...롯데쇼핑, 이커머스 조직개편 승부수

각 계열사 이커머스 직원 ‘롯데온’으로 전환
공격적 M&A보다 롯데온 자체 경쟁력 강화 집중
식품·패션 등 핵심카테고리 설정...오픈마켓 확대

 

[FETV=김윤섭 기자] 이커머스 업체간 역대급 마케팅 경쟁이 불붙는 가운데 전통의 '유통지존' 롯데그룹이 롯데쇼핑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 육성을 위해 회심의 승부수를 던졌다. 기존의 각 계열사에 흩어졌던 이커머스 담당 직원들을 롯데온으로 일원화에 빠른 의사결정과 대응이 중요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취임 100일을 넘긴 나영호 대표의 리더십이 롯데온을 하반기 어떤 모습을 변화시킬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각 계열사 이커머스 직원 ‘롯데온’으로 전환...조직혁신 박차=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는 이달 부터 백화점, 대형마트사업부 등에서 각각 운영되던 온라인 관련 인력을 이커머스사업부로 재배치 발령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동안 롯데온의 운영만 이커머스사업부에서 맡고 각 사업부 소속 인사들이 각 사업부의 판매를 맡았던 시스템이 이커머스사업부로 일원화되는 것이다.

 

롯데온(ON)에 과감하게 힘을 실어주면서 독자생존의 전략을 모색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나영호 이커머스사업부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각 부문별로 이커머스를 담당하는 조직이 같은 공간에서 근무해왔으나, 이제 조직 자체를 이커머스 내부로 옮기려는 것"이라며 "8월까지 개편을 마칠 방침"이라고 말했다. 롯데온의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포기하면서 자체 경쟁력 강화를 선언한 롯데온의 승부수다. 롯데쇼핑이 대규모 M&A로 이커머스 사업을 키울 기회가 없어지면서 롯데온의 자생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방안으로 이번 대규모 조직개편을 들고 나왔다는 평가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1일 진행된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며 미래 관점의 투자와 과감한 혁신을 주문한 바 있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 5~6월 비공식 일정으로 롯데백화점 강남점과 대구점을 직접 방문해 개선사항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에 롯데쇼핑은 지난달 롯데백화점 강남점 MD 리뉴얼을 위한 별도 TF를 4명 규모로 꾸몄다. TF는 강남점을 새롭게 구성하기 위한 방향부터 설정해 대규모 새판 짜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이 롯데온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조직 강화에 나서면서 롯데온을 이끌고 있는 나영호 대표의 리더십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롯데그룹이 나 대표를 영입하면서 부사장급으로 대표직을 격상하는 등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내부 정비를 시작으로 그가 독자생존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나영호 대표도 취임 직후 “롯데그룹은 디지털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거기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혁신을 해야하는 상황이다”라며 “그것을 저와 우리 이커머스 사업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자신한 바 있다.

 

 

◆ 공격적 M&A보다 롯데온 자체 경쟁력 강화 집중=새로운 롯데온과 나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롯데온의 점유율 확대다. 롯데온은 지난해 거래규모는 7조6000억원으로, 연간 20조~22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이베이나 쿠팡 등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시장점유율은 2020년 기준 5%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빅(BIG)3’인 네이버(17%)·쿠팡(13%)·이베이코리아(12%)의 절반을 밑돈다. 지난해 4월 그룹의 7개 유통계열사를 모두 모아 야심차게 출범했으나 기대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이유다.

 

이베이코리아를 놓친 롯데온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인터파크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우선 롯데온은 자체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나 부사장이 이베이코리아에서 '간편결제' '모바일 e쿠폰 사업' 등을 이끈 베테랑인 만큼 롯데온 체질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온은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식품과 패션에 집중하고 있다. 식재료 전문관인 '푸드온', 패션 전문관인 '스타일온' 등 각종 전문관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그간 롯데온은 지난해 4월 출범 이후 줄곧 '꼭 써야 할 만한 특징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차별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 식품·패션 등 핵심카테고리 설정...오픈마켓 확대=실제로 롯데온은 지난 5월부터 입점하는 셀러들에게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입점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거래액 확대에 나서고 있다.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롯데온은 신규 셀러에게 광고 머니를 지급하고 있으며, 상품 노출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롯데온의 판매수수료 0% 프로모션은 이달 말 종료 예정이다.

 

롯데온에 따르면 판매수수료0% 프로모션의 성과는 신규 셀러 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행사 기간인 5월부터 7월까지 롯데온의 일 평균 신규 입점 셀러 수는 평소 대비 125.1% 증가했으며, 6월 말 기준 롯데온의 전체 입점 셀러 수는 연초 대비 57% 늘었다. 롯데온의 지원에 힘입어 신규 셀러들도 적극적으로 상품 등록 및 판매에 나서고 있다. 6월 말 기준 롯데온에 상품을 등록한 셀러 수는 프로모션 시작 전인 4월과 비교해 21.6% 늘었으며, 매출이 발생한 셀러 수도 14.5% 증가했다.

 

김동근 롯데온 셀러지원팀장은 “롯데온은 경쟁력 있는 신규 셀러 모집을 위해 지난 5월부터 판매수수료 0% 입점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라며, “판매수수료를 포함해 신규 셀러 상품의 노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신규 입점 셀러들이 롯데온에 안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현금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며 다음 행보를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년 이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자산(1조6000억원)까지 합하면 롯데쇼핑의 투자 가능 재원은 3조2400억원이 넘는다.

 

이에 롯데그룹이 인터파크 인수에 나설수 있다는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베이와 요기요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지만 언제든 M&A에 뛰어들 의지와 자금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수조원에 달했던 이베이코리아와는 달리 약 1600억원에서 2000억원 정도의 몸값으로 평가받는 만큼 가격에 대한 부담도 적은 상황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공연·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 부진에 빠졌다는 점과,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바이오와 B2B사업은 매각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매각전이 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도 향후 사업 규모 확대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M&A를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너지 및 가치평가 적정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M&A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며 “식음료와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플랫폼을 구축해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M&A와 지분 투자 등의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현재 인수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