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로 내다봤다. 반면 기준금리는 현 수준인 연 0.5%로 동결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도입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역대급'으로 유동성이 풀렸지만 금리를 올려 경기를 위축시킬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한은은 약 3개월 전인 지난 2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로 제시했으나 이에서 1%포인트(p) 올린 것이다.
한은이 상향 조정한 4% 성장률은 세계 금융기구가 제시한 국내 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3%, 아시아개발은행(ADB)은 3.5%를 전망했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5%에서 3%로 0.5%p 상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8%로 원유,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반영해 기존 전망치인 1.3%보다 0.5%p 올렸다.
금융권은 한은의 이 같은 움직임이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이미 연구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에 앞서 한국금융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올해 2.9%에서 4.1% 성장할 전망했으며,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4.3%로 상향 조정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0.50%로 동결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후 작년 9월과 12월, 올해 3월을 제외한 8번째 동결이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지난해 3월 '빅컷'(1.25%→0.75%)과 5월 추가 인하(0.75%→0.5%)를 통해 금리를 2개월 만에 0.75%p나 내린 바 있다.
이번 '동결'은 금리를 올려 돈을 거둬들여 경기를 위축시킬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최근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어지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최대 수준으로 풀려 물가상승, 자산거품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일단 금통위는 금리를 동결함으로써 현재의 경기 회복세를 좀 더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금리 동결은 금융권의 전망과도 맥을 같이 한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1~14일 국내 채권시장 종사자 100명(57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채권 전문가 100명 중 98명은 기준금리가 현행 연 0.5%로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기준금리와 격차는 0.25∼0.5%p로 유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