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대한항공 체질이 1년 만에 180도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화물수송을 높이자 매출 비중이 역전된 것이다. 백신접종이 시작됐지만 여객수요가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대한항공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화물수송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화물운임이 급등하면서 수출기업은 선박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2분기엔 ‘하늘길’을 통한 화물 수송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호기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의 2분기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發 '화물특수'라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한 만큼 올핸 '화물특수'를 반영한 기저효과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치솟은 유류비 부담도 수익성 압박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1Q 보고서 뜯어보니...180도 체질 바뀐 대한항공=대한항공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7924억원, 영업이익은 101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4.7%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1000억원 이상 개선된데 힘입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뿐 아니라 재무상태도 크게 개선됐다. -3.41%이던 영업이익률은 6%대로 돌아섰다. 부채비율도 채권단 지원에 힘입어 1222%에서 307%로 개선됐다.
현금흐름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현금성 자산은 3조1707억원으로 75% 이상 증가했고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495억원에서 5105억원으로 흑자전환 됐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여객수가 급감하면서 여객사업은 여전히 부진했지만 화물기 가동을 높이면서 화물사업의 매출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 유상승객(RPK)을 통해 157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8% 이상 감소한 수치다. 국내선 매출은 405억원으로 39.3% 줄었고 국제선은 90.3% 감소한 1173억원에 그쳤다. 반면, 화물 매출은 109% 증가한 1조3530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여객사업의 매출비중은 54%에서 9.1%로 급락했고 화물은 27.5%에서 77.3%로 급증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타 국가들의 코로나19 재확산과 주요 국가들의 출입국 제한 영향으로 여객 수송이 급감했다”며 반면, “2분기에는 수에즈 운하 사태로 컨테이너선 적체가 심해지면서 항공 화물에 대한 수요 확대로 이어져 화물 수송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여객감소에 화물에 기대야하지만...2Q 실적 ‘빨간불’=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여객은 3940만명으로 전년대비 68.1% 줄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이후 세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국제선 고객은 1424만명으로 84.2% 감소했고 국내선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된 3차 유행의 영향으로 23.7% 줄어든 2516만명에 그쳤다.
1분기부터 코로나19 백신접종이 본격화 되자 정상적인 일상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올해에도 항공여객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여객 수요는 2019년대비 50% 수준에 그칠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 여객수가 45억명인 점을 고려하면 23억명 안팎에 불과한 것이다. IATA는 최소 2024년이 돼야 코로나19 이전과 유사한 여객수를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에도 여객수요가 회복되기 어려워지면서 대한항공은 화물운송에 기대를 모아야 하는 입장이다. 다만, 화물수송에 대한 증권업계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는 모양새다. 최고운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펜데믹이 장기화되는 지금의 상황이 유리하다”며 “글로벌 물류대란이 심화되면서 컨테이너 해운과 마찬가지로 항공화물 사업은 여객 손실을 만회하고 남을 만큼의 수혜를 얻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기준,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3343.34을 기록했다. 전주대비 248.19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1년 전보다 4배 이상 급등한 수치다. SCFI는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지수를 뜻한다.
해운운임이 폭등하면서 수출기업 입장에선 수출용 선박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이에 항공기를 통한 화물운송에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분기 화물사업은 여객기 벨리(Belly, 여객기 하부 화물칸) 공급 부족, 해운 물류 적체수요 증가 등으로 상반기까지 실적 호조가 전망된다”며 “화물노선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유 기재를 유연하게 활용해 해운 물류 수송 개선 등이 예상되는 하반기 시장 변동성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2분기 실적에 대한 큰 기대가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화물 시황은 2분기에도 견조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기저가 높아지는 구간에 진입하면서 모멘텀은 축소되고 항공유가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량 상승해 비용 부담도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대항항공의 2분기 영업이익을 559억원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지난해 2분기 대비 49% 이상 줄어든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