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커머스 업계에서 자존심을 구긴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출신의 나영호 대표를 영입하면서 쇄신에 팔을 걷어붙였다. 출범 1년을 앞두고 외부 인사 수혈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롯데온이 나영호 신임 대표를 맞아 활로를 찾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롯데그룹은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12일자로 롯데온 대표(부사장)로 정식 인사 발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롯데온 대표가 부사장급으로 격상됐다는 점이다. 롯데쇼핑의 4개 사업 부문(백화점·마트·슈퍼·이커머스) 가운데 그동안 백화점 부문장만 부사장급이었으며 나머지는 전무급이었다.
롯데그룹이 롯데온 대표를 외부에서 영입하면서 부사장 직위까지 준 것은 그룹 미래와 사업 전략 측면에서 롯데온의 중요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코로나19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실적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매출은 16조761억원으로 8.8%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19% 하락한 3460억원을 기록했다.
또 최근 쿠팡을 비롯한 경쟁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진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하면서 약 5조원의 자금을 투입할 준비를 마쳤고, 신세계는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통해 온오프라인 최강 연합군을 결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점유율 기준으로 롯데온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약 16% 점유율을 확보해 3강체제를 굳힐 수 있다는 평가다.
나영호 신임 롯데온 대표는 삼성물산·현대차그룹·LG텔레콤 등을 거쳐 2007년부터 이베이코리아에서 일했다. 이베이코리아에서는 간편 결제와 모바일 e쿠폰 사업 등을 맡은 온라인 쇼핑몰 전문가다.
업계에선 나 대표가 롯데온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한편 외부 인사를 새로 영입하는 등 조직 정비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에서 항상 선두권을 유지해온 이베이코리아의 문화를 롯데에 옮기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늘 28일로 출범 1주년이 되는 롯데온이 새로운 시작을 알렸지만 유통업체들의 경쟁이 갈수록 가열되는 만큼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불투명하다.
롯데온의 지난해 거래규모는 7조6000억원으로, 연간 20조~22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이베이나 쿠팡 등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애초 이베이코리아 사정을 잘 아는 나 대표를 영입한 것 자체에 이런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에도 나온다.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가 지난달 말 선정한 본입찰 적격 후보 명단(숏리스트)에는 롯데쇼핑과 이마트, SK텔레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23일 서울 롯데빅마켓 영등포점에서 열린 51회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IM(투자설명서)을 수령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