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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Pick]"뭉쳐야 산다”...유통업계 합종연횡 본격화

쿠팡 상장하며 이커머스 넘어 유통업계 긴장감↑
네이버-신세계 2500억원 지분교환 합의...최강연합 탄생
롯데쇼핑 중고나라 지분인수 참여하며 승부수
증권가 “경제회복 가시화”...유통업계 짝짓기 봇물

 

[FETV=김윤섭 기자] 연초 쿠팡의 상장을 시작으로 이커머스를 넘어 유통업계의 움직임이 어느때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도 신세계, 롯데 등이 참여했고 네이버는 신세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단행하면서 온오프라인 연합군을 구축했다. 증권업계는 백신접종과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경제회복이 가시화되자 유통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반기에도 11번가와 티몬 등 주요 업체들의 움직임이 예정된만큼 유통업계의 판도가 어떻게 변화될지 업계의 이목이 모이고 있다.

 

◆ 쿠팡 상장하며 이커머스 넘어 유통업계 긴장감↑=쿠팡발(發) 유통업계 재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와 마케팅에서 출혈 경쟁을 벌여왔던 이커머스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하면서 시장 재편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미 증시 상장으로 5조원대 자본을 확보하면서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뭐든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는 분석이다.

 

우선 올해 유통업계에서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곳은 단연 신세계다. 야구단 인수에 이어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도 참여했고 네이버와 2500억원의 지분교환을 체결하면서 강력한 연합체제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것까지 검토하는 등 유통업계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는 네이버와 지난 16일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등 양사 주요 관계자가 만나 커머스, 물류, 멤버십, 상생 등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이번 사업 협약을 통해 온∙오프라인 유통 최강자로 재탄생, 유통 시장을 압도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신세계그룹과 네이버의 이용 고객수는 신세계그룹 2000만명, 네이버 5400만명에 이르고, 양사 결합을 통해 45만명에 달하는 판매자수, 즉시/당일/새벽배송이 가능한 전국 물류망, 7300여 개의 오프라인 거점 등을 확보하게 돼 확고한 경쟁력을 가지게 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2500억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진행한다. 이마트 1500억원, 신세계백화점 1000억원 규모로 네이버와의 상호 지분 교환을 통해 양사간 결속과 상호 신뢰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 네이버-신세계 2500억원 지분교환 합의...최강연합 탄생=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이번 사업협약을 통해 온∙오프라인 커머스 영역 확대, 물류 경쟁력 강화, 신기술 기반 신규 서비스 발굴, 중소셀러 성장 등 유통산업 전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국내 온∙오프라인을 선도하는 신세계그룹과 네이버가 만나 커머스, 물류, 신사업 등 유통 전 분야를 아우르는 강력한 협업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신세계그룹이 가진 국내 최고 수준의 온∙오프라인 유통, 물류 역량과 네이버의 플랫폼, AI기술 등이 결합해 고객들에게 최고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중소 셀러 등 파트너들과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도 참여하면서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밝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롯데, 이마트, SK텔레콤,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는 격변의 유통시장에서 판도를 뒤흔들 ‘게임체인저’로 재평가 받고 있다. 당초 5조원에 달하는 높은 몸값이 매각이 성사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쿠팡의 상장과 함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상장 직후 쿠팡 시가 총액이 100조원까지 치솟은 걸 감안하면 몸값 5조원은 오히려 저평가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거래액 20조원을 돌파하며 쿠팡, 네이버쇼핑과 함께 3강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 유일하게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알짜' 매물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이베이코리아의 이커머스 점유율은 12%로 네이버(17%)와 쿠팡(13%)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순간 쿠팡과 네이버를 위협하는 위치까지 단숨에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이마트가 보유한 스타벅스 코리아 지분 전량 획득을 위한 움직임에도 착수했다. 그룹 관계자는 “여러 가지 방안을 두고 다각도로 검토 중이나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스타벅스코리아가 최근 꾸준히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지분 인수에 나설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타벅스는 신세계 이마트와 미국법인 스타벅스 커피 인터내셔널(Starbucks Coffee International, Inc.)이 각각 50%씩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공동 기업이다. 1997년 신세계그룹 계열 이마트와 미국 본사가 합작법인으로 설립했다. 스타벅스 매장 수는 2017년 1141개, 2018년 1262개, 2019년 1378개, 2020년 1508개로 확대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9284억원, 영업이익은 1644억원에 달한다.

 

 

◆ 롯데, 이베이코리아 이어 중고나라 지분인수 참여...온라인 승부수=신세계와 라이벌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롯데도 그간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과감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것을 깨고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 참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지난해 야심차게 롯데온을 선보였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최근 롯데온을 이끌던 조영제 이커머스 사업부장까지 사임하면서 흔들리고 있는 만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단숨에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롯데빅마켓 영등포점에서 열린 51회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IM(투자설명서)을 수령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또 강 대표는 롯데온에 외부 전문가 영입 계획을 공개했다. 내부 시스템도 안정화한 만큼 고객 만족을 높이는 플랫폼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그는 "이커머스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받아 주주들에게 송구하다"며 "외부 전문가를 도입해 그룹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롯데온을 SSG닷컴과 동일하게 별도 사업부로 분리할 계획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롯데온은 당시 자금력에 한계가 있었던 롯데닷컴에서 출발해 그룹 주력으로 키우기 위해 합병했다"며 "신세계와 다른 전략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지난 23일 코로나19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고거래 시장 진출도 본격화했다.중고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롯데온과의 시너지 확대를 통해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노린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은 중고나라 지분 93.9%(약 1000억원)를 인수하는 사모펀드 유진-코리아오메가에 전략적·재무적 투자자(SI)로 참여해 300억원을 투자한다.

 

롯데쇼핑은 나머지 재무적 투자자(FI)들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보유했다. 즉 롯데쇼핑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언제든 중고나라의 최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인수 거래 금액은 총 1000억~1100억원 수준"이라며 "이 가운데 롯데쇼핑이 200억~300억 정도를 투자하게 된다" 며 "중고나라 경영권은 인수 주체인 유진자산운용이 갖는다. 롯데쇼핑은 지분 일부를 보유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투자에 따라 롯데쇼핑이 보유하게 될 중고나라 지분은 투자 금액에 비례해 23%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국내 중고 시장이 주류 소비문화로 성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중고거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투자를 결정했다. 국내 중고 시장은 2008년 4조원에서 지난해 20조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2003년 네이버카페로 시작한 중고나라는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에 밀려 중고거래 시장 3위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다. 중고나라는 작년 거래액은 5조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회원수도 2330만명이며, 월사용자(MAU)도 1220만명에 달한다.

 

 

◆ 하반기 GS리테일 합병, 11번가·아마존 협업, 마켓컬리 상장 등 예고=올 하반기에는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도 예고돼있다.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자산 9조원, 연간 취급액 15조원, 하루 거래 6백만건에 이르는 초대형 온·오프라인 겸업 단일 유통기업이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합병을 결의한 후 법적 절차를 진행중인 두 회사는 △온·오프라인 채널이 통합된 커머스 플랫폼 구축 △로얄고객 확보 및 상품 경쟁력 강화 △물류 인프라와 배송 노하우의 결합으로 종합 풀필먼트 사업 강화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같은 목표를 중심으로 연평균 10% 이상 성장, 오는 2025년 기준 취급액 25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GS리테일은 현재 전국 1만5000개 이상의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고, GS홈쇼핑은 3000만에 가까운 TV홈쇼핑 시청가구와 18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모바일 쇼핑앱을 운영중이다. 멤버십 회원 기준으로 GS리테일은 1400만명, GS홈쇼핑은 1800만명의 고객을 보유중이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은 “두 회사는 밸류 넘버원이라는 GS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왔다. 어느 때 보다 경영환경이 불확실하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시기, 두 회사의 사업역량을 한데 모아 더 큰 고객 가치를 만드는 일에 함께 매진하자”고 밝혔다.

 

 

11번가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아마존과의 협업이 올해 진행될 전망인데다 상장까지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호 SK텔레콤 커머스사업부장(11번가 대표)은 25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아마존 서비스로 성공적인 기업공개(IPO) 추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이상호 대표는이날 △아마존 서비스 출시 △SKT 구독형 서비스 연계를 통한 고객 유입 강화 △배송 경쟁력 강화 △성장영역 선점 등의 올해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이 대표는 “성공적인 IPO 추진을 위한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며 “특히 아마존 직구 서비스에서는 언어, 결제, 배송, CS 등 네 가지 영역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가장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작년 9월부터 시작한 선물하기 거래액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올해는 선물하기 전용 단독 상품을 준비할 것”이라며 “라이브 커머스 역시 시청자 수가 지속해서 늘고 있어 올 하반기에는 중소 판매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오픈형 라이브 커머스 인프라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 마켓컬리 쿠팡 상장에 자신감...“초심으로 가겠다”=코로나19속에서 새벽배송 시장을 이끌고 있는 마켓컬리도 연내 상장을 추진한다. 그간 상장에 대해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던 마켓컬리가 쿠팡의 상장과 동시에 상장계획을 밝혔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이달 초 팀장급 이상 간부들을 소집해 컬리의 기업공개(IPO) 일정에 대한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최근 회의석상에서 “국내 e커머스 업계가 지금까지와 또 다른 격변의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마켓컬리가 아직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하다”며 IPO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 대표가 최근 IPO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쿠팡의 상장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상장으로 조달한 5조원 가량의 자금이 대규모 투자로 이어지면 시장의 판도가 빠른 속도로 바뀔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쿠팡에 끌려다니지 않고 컬리만의 색깔을 유지하며 생존하기 위해서는 컬리 역시 대규모 자본 유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연내를 목표로 상장 준비에 들어간 것은 맞다. 미국 증시로 한정하지는 않았다"면서 "한국과 미국 시장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마켓컬리는 국내 '새벽배송'의 선구자다. '샛별배송'으로 불리는 새벽배송을 도입해 다른 곳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프리미엄' 상품으로 입소문을 탄 마켓컬리는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하며 신선식품 분야에서 국내 주요 유통업체 중 하나로 부상했다. 그 결과 2015년 29억원 수준이었던 연매출은 2019년에 4289억원으로 불어났고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성장해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과 실적 개선 기대감에 마켓컬리 주가도 23% 가량 뛰었다. 지난 17일 기준 컬리 주식 거래가는 상장 주식 거래플랫폼인 '서울거래소 비상장'에서 5만7700원으로 전날 대비 23.74% 뛰었다. 컬리의 기업가치 또한 1조3213억원으로 불어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신접종과 함께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에 유통업계가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며 어떤 동맹, 협업이 더 진행될지도 관심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