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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중공업


“일감부족·선가부담” K-조선, 위기극복 성공할까?

수주목표 달성 모두 실패한 韓 조선, 올해 목표는 일제히 상향조정
극심한 불황으로... 누적 수주잔량, 지난해 기준 1.5~2년 치에 불과
10년 넘게 감소하는 신조선가, “수주 증가는 저가수주로 인한 결과”
12년째 동결인 철강재 가격 변수로... “올릴 때 됐다" vs "실적 부담”

[FETV=김현호 기자] 잇따른 수주랠리로 일감을 대거 확보했던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 목표치를 일제히 상향조정했다. 극심한 수주가뭄 속에서도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쓸어 담은 만큼 올해에도 이 같은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다만, 지속적인 일감부족과 선가 하락에 대한 부담감이 남아 있어 수익성 회복은 조선사들의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목표치 미달에도... 수주 목표 끌어올린 韓 조선=코로나19로 몸살을 알았던 조선업계는 지난해 상반기 전체 수주 규모가 135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중국(408CGT)에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분류되는 컨테이너선과 LNG선을 잇따라 수주하며 반전을 이뤄냈다.

 

영국의 조선·해운 조사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척당 가격이 2000억원 수준에 달하는 LNG선은 지난해 49척이 발주됐다. 이 가운데 조선3사(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는 73%에 달하는 36척을 확보해 중국을 압도했다. LNG선 수주에 힘입어 하반기에만 총 684만CGT를 수주해 중국(385만CGT)을 크게 앞질렀다. 특히 11월부터 두 달 동안 12조원을 쓸어 담으며 ‘괴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지난해 총 수주실적은 819만CGT로 수주액은 183억 달러에 그쳤다. 세계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전년대비 각각 16.5%, 19.9% 감소했다. 한국조선해양은 100억 달러를 수주하며 목표 대비 91%를 기록했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56억4000만 달러, 54억6000만 달러를 수주하며 목표 달성률은 각각 75%, 65%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3사의 눈높이는 일제히 높아졌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 대비 1.5배 높은 149억 달러를 제시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43%, 37% 증가한 78억 달러와 77억 달러로 설정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는 2023년 시행되는 EEXI(에너지효율지수) 규제를 준비하는 시점이지만 미래 선박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선박 발주가 갑자기 증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사들이 필요한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정상화로 진입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K-조선, 일감부족에 선가하락까지 겹쳐=국내 조선업계는 1월에도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을 잇따라 수주하며 지난해의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수주물량이 여전히 저조하고 선가문제까지 겹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조선3사의 누적 수주잔량은 저조한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 한국조선해양은 371억 달러 규모의 264척, 삼성중공업은 106척(약 222억 달러), 대우조선해양은 90척(187억 달러)을 확보해 둔 상태다. 이는 전년 대비 모두 감소한 것으로 약 1.5~2년 치에 불과하다.

 

선가 하락도 문제다.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신조선가 지수는 126p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소폭 올랐지만 지난 2008년(190p) 이후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수주증가에도 선가가 하락하고 있는 이유는 조선사들이 수주잔고 부족에 따라 저가수주에 나선 것”이라며 “저가수주는 결국 수익성 악화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사들 입장에선 철강재 가격도 부담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철강사들과 조선사들은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과 관련한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후판 가격은 t당 60~70만원 선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2008년(110만원 선)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철강업계는 철광석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원가 부담을 이유로 후판 비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선사들은 업황이 여전히 불황인 만큼 선박 제조원가의 15~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이 강점을 보이는 고부가가치 선박은 조선용 강재 사용량이 높다. 지난해 발주 물량(41척) 가운데 35척을 수주한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의 강재 사용량은 4만4000톤으로 선종 가운데 1위이고 LNG선(1만7400TEU급 기준)은 2위로 2만7800톤이 사용된다.

 

여러 악재가 겹친 조선사들은 발등에 불이 들어온 상황이지만 올해에도 불황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기회복을 위한 발주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해양플랜트 시장이 위축돼 있고 코로나19의 영향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이유에서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사는 2022년 하반기 인도 물량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박을 수주하고 설계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하면 1분기 중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2022년 하반기에는 조업량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다만, 하반기에는 발주량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선주들의 스탠스가 신중해 졌다”며 “이런 흐름은 상반기까지 이어지겠지만 물동량 증가 확인, 유동성 압박이 완화되는 하반기부터는 신조 발주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