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지난해 SKT,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탈통신’ 행보로 바삐 움직였다. 코로나19 위기속에서 기존 통신사업 중심의 수익구조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각 사는 신사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체질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또 5G 1000만 시대를 열면서 5G시대를 본격화 했지만 기대보다 5G 가입자 수 증가 속도가 정체됐고 품질 논란도 여전해 올핸 5G 스피드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 무선사업 비중 낮추고 탈통신 전략 본격화=코로나19 여파는 통신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해외여행의 길이 막히면서 로밍 매출이 급락하면서 기존 통신 사업구조의 한계를 경험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각 사가 추진해온 신사업 전략이 효과를 보면서 통신 3사의 실적을 코로나19 영향을 벗어나는 실적을 기록했다.
2020년 분기별 3사 합산 매출은 1분기 13조5687억원, 2분기 13조7519억원, 3분기 14조1440억원으로 성장했다. 산업 전반이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5G 가입자도 1000만명을 넘겼다. 지난해 10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산한 5G 가입자는 998만3978명으로 총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전체 이동통신가입자 가운데 15% 이상이 5G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한 셈이다.
특히 통신 3사의 전략은 ‘탈통신’으로 귀결된다. 통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ICT기업으로 변화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 ‘빅테크’·KT ‘디지털 플랫폼’·LG유플러스 ‘미디어’라는 간판을 걸고 2021년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할 예정이다.
◆ 클라우드·미디어 등 성장세 ‘뚜렷’...실적 상승세=SK텔레콤은 지난해 3분기 신사업(New Biz)으로 꼽고 있는 미디어·보안·커머스 부문이 성장해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18.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0.3% 상승, 역대 최초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무선 매출은 전년대비 1.0% 증가한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KT 역시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X) 사업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에 비해 17% 증가했다. 같은기간 무선사업은 5G 가입자 확대에도 매출이 0.9% 증가에 그쳤다.
LG유플러스도 올 3분기 인터넷(IP)TV 사업이 전년 동기 대비 13.2% 성장을 이뤄냈다. 같은기간 누적 수익 8542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인프라 사업도 클라우드 수요 증대에 따른 대형고객사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매출과 소호사업 성장으로 전년 동기대비 2.7% 증가했다. 탈통신 전략에 성공하면서 첫걸음을 뗀 통신3사지만 오히려 본래의 사업인 5G사업에서는 좋은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 본연 사업인 5G 논란 여전...가입자 속도 정체=현재 5G이용자 수는 1000만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6% 정도가 5G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초 5G 가입자가 1700만명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더욱 촘촘한 기지국을 구축해야하는 5G지만 상용화 이후 아직 충분한 기지국이 구축되지 않으면서 5G품질논란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5G요금제의 높은 가격도 가입자 확보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중저가 단말기가 출시하면 본격적으로 가입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4G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가 인기를 끌었다.
특히 갤럭시노트20, 갤럭시Z폴드2, 아이폰12 시리즈 등 주요 프리미엄 인기모델이 5G 전용으로만 국내에서 출시되자 이용자들은 프리미엄 단말기를 통신사와 무관한 '자급제'로 구입한 뒤 알뜰폰에 가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현상은 아이폰12가 출시되면서 더 뚜렷해졌다. 아이폰12가 국내에서 출시된 이후 작년 11월 한달간 알뜰폰 번호이동가입자는 전월대비 17% 증가했고 이중 이동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해온 가입자만 추리면 24.9%나 급증했다.
과거 이동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겨가는 이들은 데이터와 서비스 이용량이 극히 적은 노인이나 어린이 등이 주류를 이뤘다면 최근 알뜰폰을 선택하는 이들은 월 3만원대 안팎의 '알뜰폰 주류요금제'를 선택하는 2030세대라는 점이 주목할 점이다.
코로나19 속에서 통신3사의 IPTV 사업과 OTT 사업은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섰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미디어사업이 크게 성장한 것이다.
2020년이 이통3사에게 있어 탈통신의 첫걸음을 뗀 한해였다면 대망의 2021년은 각 통신사의 본격적인 탈통신 행보가 이뤄지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이미 통신 3사는 지난해 정기인사를 통해 2021년의 목표가 통신사업에 국한되지 않는 그룹을 만드는 것에 있음을 보여줬다. 통신사업으로는 더 이상 외형성장이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 디지털 플랫폼과 빅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 SKT 중간지주사 전환 속도...“AI빅테크 기업 도약”=올해 코로나19로 여러 어려움을 겪었던 통신 3사는 최근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에서 탈통신을 향한 의지를 동시에 밝혔다. SK텔레콤은 기존 핵심 기술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들을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재편해 ‘AI 빅테크’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기존 MNO사업부를 자율성과 성과를 강조하는 의미의 ‘마케팅컴퍼니(CO)’로 탈바꿈시켰다.
AI 서비스단은 AI&CO로 조직명을 변경하고, SK ICT 패밀리사의 모든 상품 및 서비스에 AI를 적용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기업공개(IPO)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MS‧아마존‧우버 등 글로벌기업 협력, 해외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코퍼레이트센터’ 산하에 기업공개(IPO) 추진담당을 신설했다.
국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해 자회사들의 IPO 지원에 나선다. SK텔레콤은 원스토어, ADT캡스, 11번가, SK브로드밴드, 웨이브와 최근 분사한 티맵모빌리티에 이르는 자회사들의 IPO를 예고해 왔다. 또 박정호 사장은 반도체 자회사 SK하이닉스의 부회장을 겸직해 SK텔레콤의 그룹내 중간지주사 전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사장은 지난 2018년 10월 제주도에서 최태원 SK그룹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보유 지분 상향을 전제로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SK텔레콤이 주장하고 있는 탈통신과도 맞닿아 있다.
◆ KT 공동경영 체제 강화...“플랫폼 기업 ‘디지코’ 목표”=구현모 대표 취임 2년차를 맞이한 KT도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모를 공식화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업고객과 공공부문의 디지털 전환에 중점을 뒀다. 2인자 박윤영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구현모 대표의 측근인 강국현, 박종욱 부사장 2명이 사장으로 승진됐다. 지난 1년간 ‘투톱체제’에서 ‘3인 사장단’ 체제로 전환, 각 사업의 전문 경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조직개편은 기업, AI, 디지털 전환 등 신사업을 필두로 재편했다. 우선 지난 달 선보인 B2B 브랜드 ‘엔터프라이즈’에 걸맞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기존 기업부문을 ‘엔터프라이즈부문’으로 재편했다. 현재 35% 수준인 비통신 분야 매출을 2025년까지 5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구현모 대표가 공을 들이고 있는 AI/DX도 대폭 강화했다. 해당 사업 부문장으로는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이었던 송재호 전무를 최고디지털혁신책임자(CDXO·부사장)를 앉혔다.
AI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성과를 달성한 김채희 AI-빅데이터사업본부장을 KT 전략기획 실장으로 중용, 그룹차원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임무를 맡겼다. 이 외 새 사업 추진을 위한 KT랩스(KT Labs)도 신설했다. KT측은 “이번에 혁신적인 조직과 인사를 통해 ABC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기업으로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며 “아울러 고객과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젊고 새로운 KT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KT에 대해 성장이 저조하고 올드하며 관료적이란 우려가 있지만 지난해 미디어와 기업 IT 솔루션, AI/DX 부문은 20%, 18%, 8%씩 성장했다"며 "미디어와 AI·DX 분야의 성장이 내년부터 더 본격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가 구 대표에게 있어 혁신을 위한 기반을 닦는 한해였다면 내년부터는 혁신과 주가부양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모두 해결해야하는 본격적인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지난해 3분기 매출 6조12억원, 영업이익 2924억원을 기록하면서 통신 3사중 유일하게 뒷걸음쳤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4%, 6.4% 감소한 수치다. 2021년엔 연간 매출도 24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역성장 할 것으로 전망된다.
◆ LGU+ CEO 교체 승부수...“신사업 통해 먹거리 찾겠다”=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말 수장교체를 통해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신임 사장으로 취임한 황현식 사장은 대표적인 사내 영업통으로 유무선을 두루 거친 전문가로 꼽힌다. 황현식 사장은 LG유플러스 내부에서 성장한 인물로는 첫 CEO 취임 사례이며, 20여년의 풍부한 통신 사업 경험과 온화한 리더십으로 그룹 안팎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졌다.
황현식 사장은 1962년생으로 한양대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산업공학 석사를 받았다. 1999년 LG텔레콤에 입사해 강남사업부장, 영업전략담당 등을 역임하며 B2C 영업 및 영업 전략을 두루 경험했다. 이후 ㈜LG 통신서비스팀을 거쳐 2014년에 다시 LG유플러스에 합류했고,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도 LG유플러스의 모바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LG그룹에서는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했다.
황 사장은 모바일과 IPTV, 인터넷 등 스마트 홈을 통합한 커스터머사업총괄 사장을 맡아 LG유플러스의 유무선 사업을 이끌고 있다. 황 사장은 취임 후 첫 행보로 기존 1개 사업총괄, 4개사업부문을 6개부문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특히 ‘신규사업추진부문’을 신설, 신사업 영역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신규사업추진부문은 스마트 헬스·보안·교육·광고·콘텐츠·데이터 사업 등 산재된 사업 조직을 한데 모았다. 각 사업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해 수익을 창출하는 견실한 사업 구조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다.
LG유플러스는 "각 신사업 분야에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성장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서"라며 "최우선 과제로 신사업 영역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황현식 신임 CEO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고 밝혔다. 또 기업부문은 5G 확산과 정부의 디지털 뉴딜 등에 따른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을 위해 전담 조직을 두는 등 기업간거래(B2B) 신규 사업에 주력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