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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CEO 리뷰]'현대자동차' 하언태, '코로나19' 찬바람 뚫고 경영정상화 속도전

[FETV=김현호 기자] 하언태 현대자동차 사장. 그는 34년 동안 ‘자동차’ 우물만 판 골수 엔지니어 출신의 정통파 현대맨이다. 하 사장은 요즘 얼굴에 걱정을 달고 산다. 현대자동차가 올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생산차질을 겪는 등 난항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가 정의선 수석 총괄부회장, 이원희 사장 등과 함께 현대자동차 공동대표 체제를 시작한 첫 해부터 현대차의 경영악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하 사장 입장에선 자신의 책임같다는 생각에 난감한 입장이다. 현대차의 경우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해 그가 진두지휘하는 생산공장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곧장 현대차의 '실적부진'을 키우는 악영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현장 지휘봉잡은 사령관…코로나19에 생산라인 휘청=1968년 설립, 공장 6개와 도로주행 시험장, 수출부두. 이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이력서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부다. 울산공장은 면적 500만m²로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공장이다. 여의도 1.5배, 국제규격의 축구장 670배에 달하는 사이즈다. 이는 독일 폭스바겐 볼프스부르크 공장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다.

 

울산공장엔 3만2000명의 근로자가 밤낮 없이 근무중이다. 울산공장에선 전기차, 승용차, SUV 등 16개 모델을 하루평균 6000대 가량 생산된다. 하 사장은 울산공장을 비롯해 전주, 아산공장 등 3개 국내 공장의 생산을 총괄하는지휘관이다. 그는 1986년 현대차에 입사해 지금까지 생산분야에서 활동하는 자동차 생산기술 전문가 출신 CEO로 통한다. 그는 생산기술기획지원실장을 비롯해 생산운영실장, 종합생산관리사업부장, 울산공장장을 거쳐 올해에는 국내생산담당 사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국내 공장 생산능력은 174만2000대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 측이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북미, 아시아, 유럽, 남미 등 7개의 공장중 국내공장의 생산 비중은 46.5%에 달했다. 가동률도 러시아(HMMR)와 함께 100%를 유일하게 넘겼다. 자동차, 금융, 기타부문으로 구성된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매출 비중은 지난해 83.4%에 달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생산공장이 멈추면 그룹 전체가 실적 하락에 빠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09년 신종플루 이후 처음으로 선언한 ‘팬데믹’은 글로벌 수요를 위축시켰다. 구매하려는 사람이 없어지면서 현대자동차의 국내생산도 ‘악화일로’를 나타냈다. 현대차가 발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내공장의 생산능력은 올해 1분기에 413만200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42만5500대) 대비 2.9% 감소했다. 지난 2018년(44만3600대)과 비교했을 경우 6.9% 떨어졌다. 가동률도 88.5%에 그치며 지난 2017년(86.2%) 이후 처음으로 80%대로 추락했다.

 

이로 인해 올해 1분기 실적도 타격을 맞았다. 현대차의 연결기준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5조3194억원, 863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에 비해 매출은 9%, 영업이익은 25.8% 급감한 숫자다. 글로벌 판매대수도 90만3400대에 그치며 1년새 11.6% 급감했다. 지난 2011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100만대 이하의 판매량을 기록한 셈이다.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도 26.3% 감소하는 등 신통치 않다.

 

현대차는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주차공간까지 빌려 쓰게 됐다. 생산 대수 대비 글로벌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고 있지 않아 공장 안에 있던 주차공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펠리세이드와 제네시스 등 인기차종은 내수로 막고 있지만 싼타페의 경우는 지난 5월 기준, 8000여대의 재고가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 노조 설득하며 위기 극복 모색…생산현장 소통의 달인=현대자동차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하 사장의 책임도 막중해졌다. 수요 침체가 일어나면서 공장을 기존의 방식처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 사장은 공장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위기탈출 모색을 시도했다. 해외 판매를 전담하는 라인은 특근을 최소화 하거나 일부는 휴업도 진행했다. 반면 내수라인은 특근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는데 이는 올해 1분기 국·내외 판매가 다른 방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올해 1분기 글로벌 판매는 90만3371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6% 감소했다. 내수는 15만9061대로 같은 기간 13.5% 줄었지만 ‘더 뉴 그랜저’와 ‘제네시스 GV80’, ‘팰리세이드’ 등의 신차효과로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 실제 1분기 매출은 내수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5.6% 늘어났다. 김상현 현대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판매는 코로나19 확산 관련 해외 주요 거점의 공장 및 딜러 셧다운(일시폐쇄)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의 견조한 판매로 글로벌 수요 대비 선방했다"고 분석했다.

 

하 사장은 내수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 3월 간부들과 노조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 설득에 나섰다. 그는 “해외 딜러망이 마비됐고 악화된 경제 정세로 생산량을 늘릴 수 없다”며 “특근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도 하 사장의 호소에 공감하며 탄력적 운영방식을 수용했고 현대차 특근 방식에 변화가 이뤄지게 됐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강성 노조 중 강성이다. 하 사장은 지금까지 노조와의 협상을 유연하게 풀어내면서 '소통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30년을 공장에서 노조원들과 ‘동거동락’한 경험이 유효했다고 풀이하고 있다.

 

지난 2017년 현대차 노조는 24차례의 파업을 단행했지만 하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8년부터 노사 협상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는 지난 2018년 임금교섭을 속전속결로 마무리 지었는데 이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여름휴가 전에 협상을 끝냈던 것이었다. 2019년에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임금과 단체협약(임단협)’을 추석 전에 마무리 지으며 파업 없이 끝내기도 했다.

 

앞서 하 사장은 2017년 관리담당으로는 이례적으로 부사장 승진을 했고 1년 만에 울산 공장장 자리까지 올랐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의 미래를 책임질 전기·수소차 등 차량생산을 하 사장이 유연하게 풀어낼 적임자라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가 완성차 업계를 덮친 가운데 그룹의 지지를 등에 업은 하 사장의 운영 능력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하언태 현대자동차 사장 프로필

▲1962년 출생 ▲아주대학교 산업공학과 학사 ▲1986년 현대차 입사 ▲2010년 현대차 생산운영실장 ▲2012년 종합생산관리사업부장 ▲2017년 현대차 울산공장부공장장 ▲2018년 현대차 울산공장장(부사장), 대표이사 ▲2020년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2020년 현대차 국내상산담당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