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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클로즈업]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오리무중' 경영권 어디로 흘러가나

선친의 갑작스러운 별세에 안정적인 경영 이어갔던 조원태 회장
'남매의 난' 이어 '모자의 난'까지…막장드라마 써낸 오너 일가
KCGI와 반도건설의 잇따른 견제…3월 주주총회에서 운명 갈린다

 

[FETV=김현호 기자] 오너 경영 3세를 맞이한 한진그룹의 2020년 향방이 ‘오리무중’이다. 중심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있다. 그는 아버지인 故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 이후 갑작스럽게 회장에 올랐다. 지난해 정기인사까지 단행하며 조원태호(號)의 비상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은 가족간 불화와 주주들의 잇따른 견제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이런 와중에도 조 회장은 지난 31일 중국교포를 실어나르기 위해 전세기를 몰고 신종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을 다녀오는 등 항공사 CEO로서의 역할도 소홀하지 않는 면모를 과시했다. 이번 중국 우항 전세기 출항으로 조 회장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상당히 올라갔다.     

 

◆취임후 ‘탄탄대로’로 흘러갔던 조원태 회장=조원태 회장은 선친의 장례를 치르고 한진그룹의 공식 회장으로 4월 취임했다. 그는 지난해 6월 항공업계의 유엔(UN) 총회로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 첫 데뷔전을 치렀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선친이 참석해야 할 총회에 대신 참석했다는 부담감에 적지 않은 고생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평소 장점으로 평가 받았던 자신감과 유학시절 쌓아온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막힘없이 풀어내 눈길을 끌었다. 이후 선친이 여덟 번 연임한 IATA 집행위원회 의원까지 선임되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 항공업은 부침이 지속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면,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을 964억원 기록했다. 2분기 적자가 986억인 걸 고려하면 1분기 만에 실적 반등에 성공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3분기는 일본 불매운동으로 항공업이 휘청거렸던 시기다. 3분기는 휴가, 방학 시즌이 있어 항공업계의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 대한항공을 제외한 국적 항공사가 적자 상태였던 걸 고려하면 조원태 체재의 대한항공은 안정적인 3분기를 마감한 것이었다.

 

 

◆막장 드라마 완성된 한진그룹=조원태 회장은 올해 사내이사 연임을 두고 주주총회가 예정돼있다. 연임에 실패하면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조양호 전 회장은 지난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서 경영권을 잃은 전례가 있다. 주주들이 오너일가에 대한 신뢰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원태 회장은 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 6.52%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이어 누나인 조현아씨가 6.49%, 동생 조현민 전무는 6.47%, 어머니 이명희 고문은 5.31%를 보유 중이다.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모두 28.94%인걸 고려하면 그룹 경영권을 완벽하게 방어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오너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 가족 간 화합이 중요한 마당에 남매간 분쟁이 벌어졌다. 조현아씨가 12월23일 법률대리인인을 통해 발표한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며 조원태 회장을 공개저격했기 때문이다. 조씨는 조원태 회장이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공개저격은 조 회장의 낮은 지분에서 비롯된 결과다. 조씨가 조 회장을 굳이 지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다른 통로로 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계산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조현아씨의 공개저격은 11월 이뤄진 한진그룹 정기 인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회장은 당시 조씨의 복귀는커녕 소위 ‘조현아 라인’으로 분류됐던 상당수 임원들을 내보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조 회장이 조씨의 ‘손 발’을 잘랐다고 분석했다.

 

조현아씨는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에 큰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 정기인사에서 조씨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조병택 기내식기판사업본부 전무와 양준용 상무, 함건주 상무 등이 물러났다. 이 자리에는 조원태 회장의 측근인 이승범 부사장이 임명됐다. 조씨가 입장문을 배포하며 ‘남매의 난’을 유발한 이유는 조 회장의 지난해 인사에 상당한 분노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남매의 난이 발발한 이후 조원태 회장은 모친의 집에 찾아가 난동까지 부렸다. 이명희씨가 조현아씨를 지지한다는 소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모자의 난’이라는 보도가 연일 쏟아져 나오자 모자간 공동명의의 사과문까지 발표하며 한진그룹의 ‘막장 드라마’를 완성했다.

 

◆잇따른 주주견제, 대한항공 경영권은 어디로?=한진칼 주총에서 이사가 선임되기 위해선 참석 주주의 50%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오너일가는 특수관계인의 지분과 ‘백기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델타항공의 지분(10%)까지 포함하면 40%에 이른다. 조원태 회장의 연임에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주주들의 잇따른 견제가 지속되며 대한항공 경영권이 오리무중이 됐다. '화룡점정'은 지난달 31일 터졌다. 한진칼의 지분을 17.29%까지 끌어올린 2대 주주인 강성부 사장의 KCGI와 한진칼 지분을 8.28%까지 확보한 반도건설이 조현아씨와 손을 잡았다.이들의 한진칼 지분은 총 31.98%에 달한다. 여기에 이명희씨와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보유하고있는 한진칼 지분을 합하면 43.75%에 달한다. 반면, 조원태 회장 측은  그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6.46%와 특수관계인,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0.0%)과 카카오(1%)의 지분을 더해도 20.89%에 그친다.

 

이들의 합동작전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상실을 현실화 할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한진그룹의 경영권 여부가 결정되는데 최악의 경우 총수일가 모두 경영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 조 회장이 얽혀있는 경영권 실타래를 풀고 국적항공사이자 국내 항공업계 1위인 대한항공의 비행(飛行)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프로필

 

▲1976년(양력) 출생 ▲미국 마리안고등학교 ▲인하대학교 경영학과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2003년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 ▲2004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경영기획팀 부팀장 ▲2006년 대한항공 자재부 총괄팀 팀장 ▲2008년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 본부장, 상무 ▲2009년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 본부장, 전무 ▲2013년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 본부장, 그룹경영지원실 부사장, 경영전략본부 본부장 ▲2014년 대한항공 그룹경영지원실 실장, 한진칼 대표이사 ▲2016년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대한항공·진에어 대표이사 ▲2017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2019년 한진그룹 회장, 한진칼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