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 부회장,롯데쇼핑 대표이사. [사진=롯데쇼핑]](http://www.fetv.co.kr/data/photos/20191042/art_15710207249399_042abe.jpg)
[FETV=김윤섭 기자] 지난 30여년동안 롯데그룹에 몸담으며 롯데 유통을 이끌어온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 부회장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그에게 2019년은 매우 어려운 한해다. 롯데그룹의 한 축인 롯데쇼핑이 불매운동과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로 실적이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마트, 슈퍼마켓, 홈쇼핑, 영화관 등을 운영하며 온·오프라인 유통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롯데그룹의 최대 계열사 이자 한 축이다. 그러나 2019년 상반기에도 롯데쇼핑은 뚜렷한 반등을 보여주지 못했다.
롯데쇼핑은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8조9033억원, 영업이익 2986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전년 동기대비 영업이익이 3.6% 감소한 수치다. 마트는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롯데백화점이 실적을 견인하면서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문제는 업계에서 롯데쇼핑의 하반기 전망도 좋게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이원준 대표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1981년 입사 후 30여년간 롯데지켜온 롯데맨=이원준 대표는 지난 81년 롯데백화점 입사한 이후 현재까지 그룹 유통 사업 전반을 거쳐온 대표적인 ‘롯데맨’이다. 지난 2014년 롯데쇼핑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지난 2017년 롯데그룹 유통BU장 부회장 직책도 맡게 됐다.
신동빈 회장은 2019년 임원인사를 통해 4명의 BU장 가운데 절반인 2명을 교체했는데 이 대표는 계속 유통BU 부회장을 맡으며 다시한번 신회장의 신임을 입증받았다. 업계에서의 이 대표 평가는 30여년간의 현장 근무로 쌓아온 현장전문가·온화한 맏형 리더쉽이다.
1999년부터 롯데백화점 숙녀복 매입팀을 이끌다 1년 만에 숙녀잡화 매입부문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2004년 롯데백화점 본점장을 맡으며 명품관 에비뉴엘의 성공적 개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본점장 시절 매일 매장을 돌며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정장 차림에 운동화를 신었다는 것은 직원들 사이에서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그 뒤에도 상품본부장과 영업본부장을 두루 거치며 유통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현장경영을 강조하는 대표적 경영자다. 백화점 상품본부와 판매본부를 번갈아 맡아 현장에 강하며 유통BU장에 오른 뒤에도 계속 현장을 강조해오고 있다. 지난 2015년 추석부터는 추석과 설날 전에 본사 소속 임직원들과 함께 직접 고객에게 선물을 배송해주고 있다. 명절 직전의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면세점 대표 당시에는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며 롯데면세점을 글로벌 면세점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2012년 롯데면세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당시 인도네이사와 괌 등 해외진출에 적극적 모습을 보이며 롯데면세점의 글로벌 성장을 견인했다.
롯데면세점은 2012년 1월 인도네시아 수카르노하타공항에 매장을 열었고 같은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토산품과 패션잡화 매장을 열기도 했다. 그 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국내 최초로 해외 시내면세점 운영권을 획득했다. 10년 장기 사업권이 달려있던 괌공항 면세점 입찰에도 성공했다.
이 대표의 경영은 철저하게 외형 확장보다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펼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이원준 대표 2년째인 2016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가 늘어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저가형 아울렛 ‘팩토리 아울렛’과 20-30대를 겨냥한 2-5층 전문점 ‘엘큐브’도 이 대표의 작품이다.
![[사진=롯데백화점]](http://www.fetv.co.kr/data/photos/20191042/art_15710207251573_41a074.jpg)
◆3분기 예상 영업이익 전년비 감소 잠정 전망=그러나 2019년은 이원준 대표에게 가장 큰 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실적이 정체되면서 그룹 내에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고 실적방어에 성공한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연결 기준 롯데쇼핑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대비 6.5%감소한 186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당기순이익도 6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2050억원, 920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3분기엔 올해 첫 감소세를 보이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 박종대 연구원은 "3분기 유통업종 실적발표에서 가장 관심의 초점이 된 업체는 롯데쇼핑"이라며 "그동안 계속 실적이 부진했는데, 일본제품 불매운동 영향이 컸던 만큼 3분기에도 증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일본 불매운동이 실적 부진의 주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 백화점과 할인점의 매출 성장률이 유독 부진한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며 "경기 부진에 더해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에 따른 트래픽 감소 영향까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소비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넘어가고 있는 상황도 백화점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는 명품관을 온라인으로 옮긴 ‘롯데 프리미엄 몰’을 론칭하면서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다른 온라인 쇼핑몰이 초저가를 내새워 경쟁할 때 가격이 아닌 브랜드의 가치과 신뢰성을 통해 다른 방향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전형식 롯데백화점 디지털전략본부장은 “이번 프리미엄몰을 통해 롯데백화점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사라지는 O4O 서비스에 한 발짝 더 다가설 것으로 예상하며 아직 국내에 생소한 온라인 프리미엄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티몬·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 인수로 이커머스 점유율 확보 나설까=이 대표가 새롭게 눈을 돌린 유통시장은 이커머스다. 이커머스가 유통시장의 글로벌 시장을 하나로 묶는 확실한 미래 성장동력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이같은 계산은 각종 이커머스 매출 통계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8월 온라인쇼핑 총 거래액이 11조2535억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7조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는 가운데 유통업체들간의 온라인 쇼핑 경쟁도 계속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은 올해 매출만 7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국내 대형마트 2,3위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와 비등한 수치다. 쿠팡뿐 아니라 신세계그룹의 SSG닷컴도 공격적 투자를 계속하고 있으며 G마켓, 11번가도 여전히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롯데는 지난 2018년 롯데이커머스사업본부를 출범시키면서 백화점,마트,홈쇼핑 등 7곳의 온라인몰을 통합한 ‘롯데ON’과 유료멤버십서비스 ‘롯데오너스’를 내놓았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롯데쇼핑은 출범당시 2022년까지 이커머스에서 거래액 20조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지금의 성장세로는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롯데쇼핑이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또 신동빈 회장은 이커머스 사업을 위해 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3조원은 지난해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쿠팡이 유치한 투자금액 20억 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다.
인수합병의 파트너로는 상대적으로 업계에서 자본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티몬’이 꼽히고 있다. 티몬의 최대주주는 해외 사모펀드로 KKR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지분 약 80%를 갖고 있다.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티몬의 지분 매각은 시간 문제로다른 이커머스보다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티몬은 2015년부터 4년째 적자를 내고 있으며 누적적자 7700억원 등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티몬이 9월 광고비를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도 인수합병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쇼핑과 티몬 측은 인수설과 관련해 “인수·합병(M&A)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롯데리츠가 상장을 앞두고 있어 실탄 확보가 가능한 만큼 업계에서 롯데쇼핑이 M&A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은 계속 나올 것을 보인다.
◆상장 앞둔 롯데리츠로 1조원 확보 예상…롯데쇼핑 숨통 트일까=롯데AMC는 이달 7일 롯데리츠 공모, 상장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투자 대상은 롯데쇼핑이 보유한 백화점, 마트, 아울렛 등으로 구성됐으며 상장 이후 1조5000억원 가량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최대규모 상장리츠가 될 전망이다. 최근 정부가 공모 리츠에 대한 지원대책을 발표하며 활성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성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IPO가 완료되면 롯데쇼핑은 현금 1조629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롯데쇼핑이 올 상반기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조47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큰돈이 한번에 유입되는 셈이다. 이 대표와 롯데쇼핑은 롯데쇼핑 측은 이번 자산 유동화가 신사업 추진에 적지 않은 동력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6년 이후 꾸준히 실적이 감소하는 등 사업이 침체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또 이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롯데쇼핑은 M&A를 위한 현금도 충분하다. 올해 1분기 롯데쇼핑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전년 대비 0.7% 늘어난 1조122억원이다. 여기에 IPO가 완료되면 1조원의 수익이 추가로 유입된다. 유통 시장이 무작정 투자를 늘린다고 해서 수익을 담보할 수 없는 환경인 것은 분명하다.
이 대표의 입장에서도 시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시장 상황도 지켜봐야 한다. 유력 후보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쿠팡을 제외한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합병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게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롯데지주가 이커머스 업체들의 인수에 무게를 두고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단기간에 확보하려면 M&A가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그동안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져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맞췄던 이원준 대표 입장에서 인수합병은 매우 큰 승부수다. 인수 효과를 장담할 수 없으며 적자 기업을 인수할 만한 여력이 되는지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 30여년간 롯데를 지켜온 ‘롯데맨’이 다시 한번 롯데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원전 롯데그룹 유통BU장 부회장·롯데쇼핑 대표이사 프로필
▲1956년 충청북도 청원 출생 ▲청주대학교 행정학과 ▲1981년 롯데그룹 입사 ▲2004년 롯데쇼핑 본점장 ▲2008년 롯데쇼핑 상품본부 본부장 ▲2011년 롯데쇼핑 부사장 ▲2012년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문 대표이사 ▲2017년 롯데그룹 유통BU장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