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유찰 위기까지 치달았던 성수4지구 시공사 선정이 우여곡절 끝에 3자 합의로 정상화되면서 경쟁의 초점이 ‘절차 논란’에서 ‘재무 체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대규모 손실을 일시에 반영하며 재무구조 부담이 확대된 상황이고 롯데건설 역시 높은 원가율과 차입금 증가로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성수4지구 사업이 양사의 신용도 관리 능력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성수4지구는 지난 9일 입찰 마감 직후 조합이 대우건설의 세부 도면 미비를 이유로 10일 유찰을 선언하면서 파장이 시작됐다. 재입찰 공고는 몇 시간 만에 취소됐고 이사회·대의원회 의결 없이 절차를 진행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성동구청은 행정지도를 통해 절차상 하자를 지적하며 합의를 권고했고 이후 경쟁입찰 유지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조합이 13일 다시 서울시에 대우건설 홍보지침 위반 관련 지도·감독 강화를 요청하면서 긴장은 이어졌다.
결국 19일 조합과 양사는 ‘시공사 선정 과정 정상화를 위한 공동합의서’를 체결했다. 홍보요원 철수, 개별 접촉 금지, 위반 시 자격 박탈 및 입찰보증금 몰수 등 강도 높은 조건이 포함됐다. 대우건설은 대표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제출하며 논란을 매듭지었다. 이로써 절차적 리스크는 일단락되고 본격 경쟁이 다시 궤도에 올랐다.
합의 이후 남은 변수는 ‘재무 안정성’이다. 대우건설은 2025년 연결기준 매출 8조546억원, 영업손실 8154억원, 당기순손실 9161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미분양 및 수익형 부동산 관련 대손 약 5950억원, 해외 현장 추가 원가 약 6604억원을 일시에 반영한 결과다. 대규모 손실 반영으로 자본 규모는 4조3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축소됐고 부채비율은 192.1%에서 284.5%로 상승했다.
신용평가업계는 잠재 손실을 선반영한 ‘빅배스(Big Bath)’ 성격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순차입금 부담과 약화된 자본 완충력을 고려할 때 재무구조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성수4지구 수주는 대우건설 입장에서 단순 매출 확대를 넘어 시장 신뢰 회복의 시험대로 읽힌다.
롯데건설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2024년과 2025년 3분기 매출원가율은 각각 93.5%, 93.6%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지방 사업장의 미분양 지속과 공사원가 상승, 공기 지연 등이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주택사업 운전자금 부담으로 차입금은 증가해 2025년 9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약 3조원, 부채비율은 217.8%를 기록했다.
회사는 2025년 12월 3500억원 2026년 1월 3500억원 등 총 7000억원 규모의 30년 만기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보강했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의 부채적 성격을 감안하면 실질적 재무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반면, 그룹 차원의 직·간접적 재무 지원 가능성은 신용도 측면에서 긍정 요인으로 간주된다. 과거 유상증자와 자금대여 등 직접 지원 사례도 있어 유동성 안전판은 확보돼 있다는 분석이다.
성수4지구 재개발 사업은 성동구 성수동2가 일대 약 8만9828㎡ 부지에 지하 6층~지상 64층, 1439가구 규모 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총공사비는 약 1조4000억원, 3.3㎡당 공사비는 약 1140만원 수준이다.
이번 구도는 3년 전 한남2구역 수주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대우건설이 롯데건설을 제치고 시공권을 확보했다. 성수4지구에서도 두 회사가 다시 경쟁 구도를 형성하면서 ‘리턴매치’ 성격이 짙어졌다는 평가다. 롯데건설이 해당 구역에 공을 들여왔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번 경쟁은 단순 참여 수준을 넘어선 상징적 대결로 읽힌다.
공사 기간과 금융 구조를 고려할 때 시공사의 자금 조달 역량과 재무 안정성은 조합 의사결정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선제적 손실 반영 이후의 반등 가능성을, 롯데건설은 유동성 보강과 그룹 지원을 기반으로 한 안정성을 각각 내세우는 구도다.
갈등을 봉합하며 경쟁은 재개됐지만 이번 수주전의 본질은 ‘제안 조건’만이 아니다. 재무 부담을 안은 두 회사 모두 결국은 ‘재무 체력과 신용 관리 능력’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유찰 번복과 합의·재합의로 혼선을 빚었던 성수4지구는 이제 양사의 재무 건전성을 가늠하는 시험대로 옮겨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