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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책임준공 판결 후-신한자산신탁] 소송 접고 3000억 ‘조기 정산’ 승부수

책임준공 미이행 소송 9건 합의 종결→PF원리금 선제 지급
불확실성 줄이고 자본 확충 병행, 재무·사업 정상화에 방점

[FETV=박원일 기자] 부동산 PF 책임준공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국면에서 신한자산신탁은 법적 다툼 대신 ‘합의 종결’을 선택했다. 책임준공 의무 미이행을 둘러싼 소송을 장기화하기보다 원리금 지급을 통해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방향으로 대응 전략을 정리한 것이다.

 

신한자산신탁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들어 책임준공 의무 미이행을 이유로 제기된 6개 사업장의 소송 9건을 모두 합의로 종결했다. 이 과정에서 대주단에 지급한 전체 대출 원리금과 지연손해금은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지급 규모가 가장 컸던 사례는 인천 서구 원창동 물류센터 신축 사업으로 해당 사업과 관련해 약 696억원이 집행됐다. 이 밖에도 광주 동명동 오피스텔 사업 등 복수의 PF 사업장이 합의 대상에 포함됐다.

 

 

이 같은 결정은 책임준공 신탁사업을 둘러싼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비용 부담과 사업 불확실성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PF 시장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법적 공방을 이어가기보다는 실익을 따져 조기에 정산하는 편이 재무·경영 측면에서 더 합리적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자산신탁은 지난해 5월, 8월, 11월 평택·안성·인천 물류센터 소송 3건에서 책임준공 미이행에 대해 대출 원리금 전액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으며 잇따라 패소했다. 이미 리스크가 현실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연이어 원고(대주단) 전부승소 판결이 나오면서 향후 유사 소송에서 신탁사에 불리한 해석이 자리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2025년 9월 말 현재 신한자산신탁이 연루된 책임준공 미이행 관련 손해배상 소송은 13건으로 관련 소송금액은 약 3047억원이다. 이처럼 시공사의 준공 지연에 대해 신탁사가 실질적으로 보증기관 역할을 하면서 손실이 고스란히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소송 관련 합의·지급에 의한 재무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자산신탁은 이번에 종결된 소송들과 관련한 충당부채를 이미 재무제표에 반영해왔으며 합의에 따른 지급 역시 예상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다만 책임준공 리스크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추가 대응 여력을 확보할 필요성은 커졌다.

 

이에 신한자산신탁은 지난달 30일 사모 방식으로 1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만기는 30년이며 발행 5년 이후부터는 이자 지급주기(3개월)마다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 책임준공 관련 현금 유출에 대비해 재무 완충력을 보강하고 전반적인 자금 운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신한자산신탁의 대응은 책임준공 사업을 바라보는 신탁업계 전반의 기조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책임준공 확약이 걸린 PF 사업에서 대주단과의 소송을 이어가기보다 합의를 통해 원리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더 실익에 부합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송 장기화에 따른 시간·비용 부담과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유사한 선택에 나서는 신탁사도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신한자산신탁의 선택을 두고 책임준공 리스크를 ‘법리 다툼의 대상’이 아닌 ‘관리해야 할 비용’으로 인식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한 신탁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법원 판단 흐름과 무관하게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자본 여력과 리스크 감내 수준에 따라 신탁사별 대응이 더욱 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적 판단을 통해 책임 범위를 다투는 방식과 달리 신한자산신탁은 비용을 감내하더라도 조기 정리를 택하며 보수적인 리스크 기조를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다.

 

신한자산신탁 관계자는 “일련의 1심 소송 결과를 검토한 결과 조기 합의 종결이 향후 재무건전성 회복과 사업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그렇게 결정하고 실행했다”고 밝히며 ”이미 지난해 중반기 이후부터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은 취급하지 않고 있으며 이후에도 그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신탁상품의 구조 개선이나 내용 변경 여부에 대해 업계 의견이 모아진 것은 아니므로 상품 자체의 존폐 여부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