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푸른 뱀의 해’로 불린 2025년 을사년, 국내 산업계는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크고 작은 변곡점을 지나왔다. FETV는 주요 산업별로 2025년 한 해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를 짚어보고, 각 업계가 어떤 선택과 변화를 겪어왔는지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
[FETV=이신형 기자] 올해 조선업계의 시선은 한미 관세협상의 주요 카드로 부상한 MASGA에 쏠렸다. 국내 조선사들은 미국 시장을 향한 거점 확보와 수주 확대에 나서며 전략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주 호황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3분기까지 국내 조선 빅3로 꼽히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최소 72.6%에서 최대 1235%까지 증가하며 업황 회복을 입증했다. 여기에 올해 8월 대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주목받은 MASGA까지 더해지며 국내 조선업계의 향후 미국 진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MASGA(이하 마스가)는 ‘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의 약자로 미국 조선업 부흥을 목표로 한 협력 구상이다. 이는 한국 조선사들의 미국 현지 투자, 기술 이전, 금융 지원 등이 포함된 패키지형 프로젝트로 지난 7월 대미 관세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제시한 주요 카드 중 하나다.
마스가 논의가 본격화되자 국내 조선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특히 방산 부문을 운영 중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먼저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사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내 조선소 거점을 보유한 기업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 인수를 결정했고 같은 해 12월 인수를 마무리했다. 필리조선소는 현재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각각 6 대 4 지분으로 공동 보유하고 있다.
필리조선소는 마스가 이후 미국 방산 조선 협력의 핵심 거점으로 여러 차례 언급됐다. 지난 8월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일정 중 직접 방문이 이뤄졌다. 또 지난 23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해군 대형 군함 건조 계획을 언급하며 한화그룹과 필리조선소가 함께 거론돼 관심을 모았다. 현지 거점을 확보한 한화오션은 상선·방산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협력의 거점으로 필리조선소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과 같이 미국 현지 거점은 없지만 마스가 이후 실질적인 수주 성과를 통해 존재감을 키웠다. 지난해부터 수 차례 미 해군 군수지원함 MRO 사업을 수행해왔으며 마스가 이후인 지난 8월 추가 MRO 수주에 성공하며 경험을 확대했다. 또 HD현대미포와의 합병을 추진하며 방산 부문 강화 의지도 확인했다.
지난 11월 HD한국조선해양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성기종 IR 부문장이 미국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하며 향후 현지 진출 가능성도 공식화했다. 직접적인 조선소 인수보다는 수주와 법인 설립, 합병 등을 통한 단계적 접근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은 방산 부문을 운영하지 않아 마스가 관련 언급은 앞서 언급된 두 조선사보다는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지난 8월 미국 방산 MRO 전문 조선사 비거 마린 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미 해군 MRO 시장 진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마스가 기대감은 각 사 주가에도 반영됐다. 한화오션의 주가는 지난 7월1일 7만8800원에서 8월1일 11만7400원으로 약 48% 상승했다. HD현대중공업은 같은 기간 13.5%, 삼성중공업은 10.7% 주가가 오르며 조선업 전반의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
종합하면 올해 조선업계는 기존 업황 회복 흐름 위에 마스가라는 정책 변수가 더해지며 대미 전략의 전환점에 들어섰다. 한화오션은 거점 기반 협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HD현대중공업은 수주와 법인 설립을 통해 단계적 진입 전략을 택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방산 MRO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마스가는 단기 수주보다는 중장기 협력 구조를 염두에 둔 프로젝트”라며 “美 정책 방향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의 전략도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