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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의 고령화 이야기


치매환자 증가와 민간신탁제도 활성화

 

 

우리나라는 2018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이후 2025년도에 7년 만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면서 치매환자도 급증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60세 이상 치매환자 수는 101만 명이 될 것으로 추정되며 2050년에는 226만 명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치매 전단계로 기억력이나 기타 인지기능이 감퇴하는 상태인 경도 인지장애로 진단받은 고령자를 포함할 경우 치매환자는 2050년 569만 명까지 늘어나 크나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치매환자의 자산동결 문제, 즉 치매머니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25년 기준으로 국내 65세 이상 고령 치매환자가 보유한 자산인 치매머니는 국내총생산(GDP)의 6.4%인 약 154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치매머니의 확대는 투자 및 소비로 이어질 경제의 순환구조를 붕괴시킬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치매환자가 증가할 것에 대응하여 지난 2008년 1차 치매관리 종합대책수립을 시작으로 다방면에 걸쳐 치매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근래 들어 금융 분야에서는 치매와 관련하여 주로 신탁제도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이 논의되어 왔다. 최근 발표된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치매환자의 자산관리를 위해 공공신탁의 도입과 함께 민간신탁을 활성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공공신탁은 공공기관이 자산을 관리 및 운영하다가 가입자가 인지능력이 저하될 경우 신탁계약에 따라 생활비 지급, 병원 및 요양비 결제, 장례 및 상속 절차를 종합적으로 이행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공공신탁과 함께 민간신탁이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는 고령자 대상 원금보장형 신탁상품 허용, 일부 합동 운영의 허용, 불특정 다수 대상 홍보 금지 규제 완화 등 실효성 있는 제도 도입이 시급히 필요해 보인다.

 

고령화의 진전이 빠른 해외 주요국에서는 금융회사를 통한 치매케어가 우리나라보다 활성화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치매머니의 문제에 대응하여 일반 민간인의 신탁컨설팅이 활성화되고 있고, 금융회사에 의한 치매 전용 주식관리계좌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역시 장기요양보험과 퇴직연금을 연계해 노후 충격을 완화하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은 가족과 연계를 통해 인지능력이 저하된 고령자의 소비내역을 모니터링하고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특화 선불카드 등이 활용되고 있다.

 

일본에서 운영되고 있는 민간신탁제도는 고령화시대에 매우 중요한 금융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찍이 교육자금 증여신탁 제도를 도입하여 큰 폭의 증여세 면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부의 세대 간 이전과 소비촉진 효과까지도 거두고 있다. 또한 간병비용 등 노후에 필요한 비용을 위해 재산의 일부를 민간신탁회사에 맡기는 유언대용신탁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언대용신탁 제도는 활용되고 있지만 최근까지 5대 시중은행의 잔액은 3.9조원으로, 60세 이상 고령층의 보유자산이 약 4천 3백조 원이며 치매머니 규모가 150조 원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적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아직 신탁에 대해서는 ‘부자들의 법’이라는 인식이 강해 이러한 상황에서 유언대용신탁 제도가 당장 민간 금융회사의 수익으로 연결되기가 어렵다는 데 있을 것이다.

 

신탁시장의 경우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상속 및 증여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활성화가 잘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신탁법 등의 개정을 통해 규제완화 사항을 정비하고 적극적인 홍보와 세제지원을 통해 신탁시장을 조속히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본은 2000년대 초 신탁법 및 신탁업법을 개정하여 신탁업을 육성하였으며, 고령화, 경제성숙 등으로 신탁수요가 확대되자 대대적으로 신탁법제를 개선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신탁법은 법 제정 후 50년 만에 전면 개정되어 시행함으로써 새로운 신탁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하지만 신탁업자에 대한 규제 법률인 자본시장법은 개정된 신탁법 사항을 반영하지 못하여 신탁법과의 괴리가 큰 상황이다. 신탁법은 신탁재산의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재신탁 및 신탁재산의 합동운영을 허용하고 있는데 자본시장법은 여전히 이를 불허하고 있다. 따라서 신탁법제의 두 축인 신탁법과 자본시장법 사이의 괴리가 큰 상황이므로 자본시장법을 조속히 개정하여 새로운 신탁수요에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요양서비스 등 고령층을 위한 생활지원 기능도 신탁을 통해 적절히 결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도 도입과 함께 금융회사도 치매케어가 가능한 방향으로 사업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시니어 고객 전체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보다 세분화 하여 치매와 관련된 고객 니즈에 맞게 특화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면서 치매환자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