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최근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각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 방지를 핵심으로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쟁의 확산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등 부담이 커진다. FETV가 각 산업별 주요 기업들의 안전사고율, 협력사 구조 등 노동 관련 리스크를 짚어봤다. |
[FETV=신동현 기자] 노란봉투법 통과는 게임업계에도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노조 결성 이후 작년 구조조정 때 갈등을 빚었고 크래프톤은 전년 대비 비정규직 비율이 증가했다. 넷마블과 카카오게임즈도 작년부터 노조를 꾸리면서 노동쟁의 리스크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노란봉투법 통과…사용자 범위 확대가 핵심
지난달 24일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사용자’ 범위 확대다. 현행 노동조합법에서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업주나 경영자를 뜻했지만, 이제는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주체까지 포함된다.
이에 따라 원청기업, 지주회사, 플랫폼 운영사도 하청·특수고용 노동자의 교섭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제재를 받는다. 하청노조의 파업 시 원청의 대체근로 투입도 금지돼 생산 차질과 서비스 중단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노동쟁의의 범위 역시 확대됐다. 기존에는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한정됐지만, 구조조정·정리해고·공장 이전·M&A 등 경영상 결정까지 포함됐다. 이로써 노조가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 법적으로 개입할 근거가 마련됐다.
◇ 산업재해율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
게임사 ESG 보고서를 보면 산업재해 리스크는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크래프톤의 경우 2022~2024년 본사 임직원 재해 건수는 단 1건으로, 2023년 재해율은 0.3%, 3년 평균은 0.1%에 그쳤다.
엔씨소프트는 2021~2024년 평균 재해 인원이 1.5명으로 전체 재해율은 0.0325%였다. 중대재해는 없었으며 모두 근로손실재해로 분류됐다. 특히 2024년 근로손실재해율은 0.25%로 2023년과 동일한 2명이었지만 전년 대비 0.19%보다 높았는데 이는 직원 수가 줄면서 표본이 작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넷마블은 2022~2024년 1건의 재해가 발생했으며, 국내환산재해율은 0.12%, 근로손실재해율은 0.57%를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4년간 본사 기준 재해율 ‘0’를 유지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일정 인원을 기준으로 한 근로손실재해 발생률인 LTIR로 표기했지만 ESG보고서에 따르면 산출식은 LTIFR 기준(백만 근무시간당 산출)을 사용했다.
정리하면 매출 상위권의 주요 게임사들의 산업재해율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 크래프톤 제외 노조 결성 본격화
노조 결성 현황을 보면 크래프톤은 별도의 노조 없이 노사협의체인 ‘소통위원회’를 매달 운영 중이다. 처리율은 100%를 기록했지만, 임직원 고충 건수는 2022년 9건에서 2024년 13건으로 증가했다.
엔씨소프트는 2023년 노조 ‘우주정복’을 결성해 활동 중이다. 노조 가입률은 2023년 20.4%에서 2024년 26.7%로 상승했다.
넷마블은 ‘열린협의회’를 운영하면서 2024년 화섬식품노조 넷마블지회를 결성했다. 노조 가입률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경영진과의 협의회는 연 4회 열린다.
카카오게임즈도 노사협의체인 ‘크루협의회’를 운영한다. 노조는 기존 모기업 카카오의 ‘크루유니언’ 소속이었으나 지난해부터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내 분회로 독립했으며 노조 가입율은 2024년 기준으로 26.7%에 달한다.
종합하면 크래프톤은 노조 없이 협의체를 통해 노사 갈등을 관리하는 모습이고 엔씨소프트는 노조 결성 이후 가입률이 늘고 있다. 작년 독립스튜디오 분사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했고 올해도 추가 구조조정이 예정돼있다. 넷마블과 카카오게임즈도 최근 노조를 결성하며 향후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있다.
◇ 크래프톤, 비정규직 비율 3년 연속 ↑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하청·특수고용 노동자까지 포함하는 사용자 범위 확대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비율도 중요한 변수다. 주요 게임사들은 대체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24년 기준 전체 직원 3823명 중 비정규직이 100명으로 2.6%를 기록하며 전년의 4%보다 하락했다. 넷마블과 카카오게임즈 역시 각각 3.6%, 4.8%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크래프톤은 2024년 전체 직원 1905명 중 비정규직이 172명으로 9%에 달했다. 2022년 4.5%, 2023년 5.2%에 이어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비정규직 노동자도 교섭에 나설 수 있게 되면 이 증가세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자회사·협력사 리스크는 지배·관리 구조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철우 변호사는 “발주자인 모기업이 자회사나 협력업체 근로자에게 직접 지시·감독을 하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라며 “크래프톤과 언노운월즈엔터테인먼트와 같이 독립성이 큰 스튜디오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지만 엔씨소프트 내 독립스튜디오와 같이 본사의 통제를 받는 곳은 확대 적용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분쟁 사례들이 법원에 올라가 판결을 받으면서 ‘된다, 안 된다’로 나뉘게 될 것이고 지금 단계에서는 그 선이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