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산업용 장비 제조 기업 '톱텍'이 1600만원을 들여 기업신용평가 등급을 받았지만 2주만에 취소 결정을 내렸다. 신용평가사에서 부여받은 기업신용평가 등급에 대한 불만족이 배경으로 손꼽힌다.
톱텍은 지난달 29일 NICE신용평가의 기업신용평가에서 BB등급(안정적)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지난 13일 NICE신용평가는해당 등급 책정을 취소했다. 톱텍의 요청에 의한 결정이었다.
톱텍은 올해 1분기 기준 총자산은 약 5926억원으로, 이번 기업신용평가를 위해 약 1600만원의 수수료를 납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놓고도 2주만에 평가 취소를 요청한 만큼 배경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진 상황이다.
NICE신용평가는 기업신용등급을 AAA에서 D등급까지 구분하며 AA등급부터 CCC등급까지는 ‘+’와 ‘-’ 기호로 세분화한다. 이번에 톱텍이 부여받은 BB등급은 원리금 지급에는 즉각적 문제가 없지만 장래 안정성 측면에서 투기적 요소가 내포된 등급이다.
![지난 13일 공개된 톱텍의 기업신용평가 등급 취소 안내 [이미지 NICE신용평가]](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835/art_17562791587118_df9816.png?iqs=0.08765942189133125)
NICE신용평가가 톱텍을 안정적 투자처라기보다는 투기적 성격이 강한 기업으로 판단한 셈이다. NICE신용평가는 톱텍에 대해 산업용 장비 제조 기반과 양호한 이익창출력을 보유했지만 전방산업 경기 변동성에 따른 실적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톱텍은 2023년 이후 실적 감소세가 유지됐다. 2024년 연결기준 총 매출은 전년 대비 21.3%감소한 4736억원,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대비 82% 감소한 12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78.5% 감소한 71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손실 68억원으로 적자전환해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실적 악화가 이번 신용평가 등급 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NICE신용평가는 지속적인 영업실적 개선과 연결기준 매출액 대비 EBIT(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이 6%를 지속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경우 등급 상향조정이 검토된다고 밝혔다. 반면 실적 부진 등으로 매출액 대비 EBIT이 2%를 지속 하회하거나 운전자금 부담 확대 등 재무부담이 크게 확대될 경우 등급 하향조정이 검토된다고 설명했다.
톱텍의 경우 매출액 대비 EBIT이 2023년 11.5%에서 지난해 2.6%로 급락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 대비 EBIT 역시 1분기 –1.1%에서 –9.6%로 크게 감소했다. 이러한 기준에 따른 등급의 하향 조정 검토 요인도 톱텍의 기업신용평가 취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톱텍 최근 실적 및 EBIT/매출액 추이 [이미지 톱텍 공시자료]](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835/art_17562935025508_7823d0.jpg?iqs=0.8368999595682892)
NICE 신용평가는 2025년 매출액 대비 EBIT은 –1.1%로 저조하나 무차입 구조와 기수주잔고에 기반한 현금 창출력으로 현 수준의 재무 안정성은 유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영업확장 과정에서 투자계획이 확대될 경우 등급 변동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종합하면 톱텍의 기업신용평가 취소는 NICE신용평가가 부여한 BB등급이 투기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어 자금 조달과 대외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톱텍은 산업 변동성과 실적 부진으로 인해 신용평가 상향보다 하향 가능성이 더 큰 상황에 놓여있기에 향후 투자 확장 등을 고려한 조치임을 예상해볼 수 있다.
정확한 사유와 관련해 톱텍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담당자가 부재해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이번 신용평가 취소는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라기보다 비교적 낮은 기업신용등급이 공개될 경우 자금 조달과 대외 신뢰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향후 톱텍이 투자 확장 과정에서 재무 안정성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신용등급 재산정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편 톱텍은 코스닥 상장사로, 한때 주가가 4만2000원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10분의 1 수준인 4000원 중반대에 머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