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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의 고령화 이야기


노인요양시설 늘리기 해법

 

우리나라에서도 고령화율이 점차 높아지면서 노인주거 복지시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더구나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인구에 포함되어 고령자가 늘면서 자신이 바라는 노후를 보내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복지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어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고령자 인구의 약 4%, 일본은 약 2%가 노년기에 지역사회에서 자기 생활에 맞는 노인복지주택을 선택하여 생활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는 것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약 0.12%(9천 세대)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유한 고령자를 위한 고가의 유료노인복지시설과 기초생활수급자나 저소득층을 위한 양로시설로 양분되어 있고 지역적인 편차도 커서 입주를 위해서는 익숙지 않은 지역으로 생활터전을 옮겨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도 노인주거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다 노화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해나가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면 노인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 등으로 옮겨가서 일생을 마쳐야 되는 제도 간의 분절성 때문에 노후의 지속적인 생활 안정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우리나라에 앞서 고령화를 경험하여 노년의 삶터 요양을 중시하고 있다. 즉 자신이 오랫동안 생활해온 지역사회에서 자택 혹은 노인복지주택 등에서 제2의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삶터 요양이란 노화로 인하여 신심의 기능이 저하되어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워져서 일상생활에 상시적인 도움이 필요하게 되어도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와서 익숙하고 편안한 곳에서 의료와 요양서비스를 받으며 마지막까지 보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이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된지 오래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의 출산율은 2024년 72만 988명으로 전년 대비 5% 감소를 보여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일본의 출산율은 9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2024년 9월 기준 일본의 고령 인구가 3,625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일본 전체 인구의 29.3%가 65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40년이 되면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4.8%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의 저출산⦁고령화의 단면을 잘 나타난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화제다. 2025년 3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직면한 일본에서 러브호텔이 최근 장례식장으로 탈바꿈 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일본 사이타마현에 있는 한 러브호텔 건물이 지난 2월에 장례식장으로 바뀐 사진을 싣고 있다. 한편으로 한 소셜미디어(SNS)에 따르면 일본의 다른 지역에 있던 어린이 시설 건물이 추모 시설로 간판을 바꾼 모습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영유아 시설이 노인요양기관으로 바뀌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24년 말까지 약 10년간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한 사례는 총 283건에 이르고 있다.

 

전환 사례는 최근 들어 가속화되고 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간 101건에 불과했던 사례가 최근 큰 증가세를 보여 2021년 34건, 2022년 54건, 2023년 56건, 2024년 8월 기준 38건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52개소로 가장 많았고, 경상남도 47개소, 충청남도 28개소, 광주광역시 24개소, 경상북도 23개소 순이었다. 전환된 시설의 유형을 보면 요양원 131개소, 주야간보호 및 방문요양센터 등 재가시설이 153개소로 나타났다. 어리이집과 유치원뿐 아니라 산후조리원도 장기요양기관으로 전환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저출산⦁고령화로 영유아 교육과 보육 기관의 경영난이나 노인장기요양기관 수요 폭증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 서울에서만도 4만 4,512명의 노인요양시설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서울의 노인요양시설 정원은 1만 6,318명에 불과해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더욱이 기존 노인요양시설은 서울 외곽에 집중돼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도심 내 어린이집이 요양시설로 전환되면 이러한 접근성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어린이집의 전환은 전국에 비해 서울시의 경우 상대적으로 미진한 상황이다. 이는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선입관이나 비용 문제로 전환을 꺼리는 곳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계기로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이 직접 나서서 전환 지원에 나설 때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어린이집, 유치원, 산후조리원 등이 노인요양시설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보조금, 세제 혜택, 융자 및 보증 등 다양한 지원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보조금, 저리융자, 정부보증 등은 민간사업자의 자금조달 비용과 재무적 불확실성을 완화함으로써 그 리스크가 소비자인 고령자에게 전가되어 나타나는 시설 입주비용 상승 압력을 구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김형기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