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최근 게임업계에서는 IP(지식재산권) 분쟁을 비롯해 영업비밀 유출, 계약 해지, 내부 갈등 등 다양한 이유로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개발자 이직과 유사 게임 출시를 둘러싼 갈등은 산업 관행에 대한 법적 기준을 다시 세우고 있으며, 기업 간 소송은 게임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FETV가 주요 분쟁 사례를 중심으로 사건들을 둘러싼 핵심쟁점과 그에 따른 여파 등을 살펴봤다. |
[FETV=신동현 기자] 크래프톤이 언노운월즈와의 소송으로 '서브노티카 2' 출시가 내년으로 미뤄지는 등 IP 확장 행보에 차질을 겪고 있다. M&A 당시 맺은 성과보상금(Earn-out) 지급 조건이 발목을 잡은 셈인데,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으로 인해 앞으로 대형 게임사의 스튜디오 인수 및 운영 방향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당시 성과급 지급 이슈 쟁점…계약 위반·경영 간섭 이슈도 언급
이번 소송은 지난 7월 10일, 언노운월즈엔터테인먼트(이하 UWE)의 전 주주 대표인 포티스 어드바이저스(Fortis Advisors, LLC)가 크래프톤을 상대로 미국 델라웨어 형평법 법원(Delaware Court of Chancery)에 소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소송의 당사자는 UWE의 창업자이자 전 CEO인 찰리 클리블랜드를 비롯해 테드 길, 맥스 맥과이어다. 이들은 전 주주 대표 포티스 어드바이저스를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클리블랜드는 해외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을 통해 소송 사실을 직접 공개하며 여론전까지 펼치고 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3400억원 규모의 성과보상금(Earn-out) 지급 조건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다. UWE 창립자 측은 '서브노티카 2'의 글로벌 흥행 기대감이 높아지자 언아웃 계약 이행을 회피하기 위해 크래프톤이 신작 개발을 방해하고 경영진을 해고했다는 주장했다. 전 경영진은 크래프톤이 UWE의 마케팅, 현지화, 서버 인프라, 법적 자문 등 퍼블리싱 지원을 중단하고, 기존 미국 현지 팀 대신 경험 부족한 한국 본사의 인력을 투입해 출시 준비를 고의로 지연시켰다고 주장했다.
.크래프톤은 이에 대해 전 경영진이 핵심 책임을 이행하지 않아 '서브노티카 2' 개발 과정에서 책임 방기와 프로젝트 일정 지연이 반복됐고, 현재 얼리 액세스 빌드 또한 콘텐츠 볼륨이 부족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크래프톤은 '문브레이커' 프로젝트 종료 이후에도 전 경영진에게 '서브노티카 2' 개발에 복귀할 것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이들이 이를 거부하고 개인 활동에 집중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팰월드·다크앤다커에 서브노티카까지…제동 걸리는 IP 확장 시도
서브노티카 이외에도 크래프톤은 외부 IP를 기반으로 한 확장 전략을 이어왔지만 인수 IP 프로젝트들이 연기되거나 저작권 이슈 등에 연루되면서 크래프톤의 ‘제2의 배틀그라운드’ 찾기는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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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크래프톤은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 IP에 대한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모바일 버전 개발을 시작했다. 블루홀 스튜디오가 개발한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원작의 콘셉트를 차용했지만 콘텐츠는 전면 재구성됐다. 해당 게임은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캐나다에서 소프트 론칭을 시작한 상태였다.
그러나 원작 ‘다크앤다커’를 둘러싼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간의 저작권 및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크래프톤의 계획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5년 2월,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에 85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으며, 크래프톤은 당초 중립 입장을 견지했지만 이후 전략을 선회했다.
2025년 2월 26일, 크래프톤은 아이언메이스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하고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어비스 오브 던전’으로 리브랜딩했다. 크래프톤은 이 결정이 법적 판결과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논란의 여지를 없애고 독자 브랜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전개 방향을 바꿨다. 정식 출시일은 미정이며 앱스토어에는 8월 20일로 표기됐지만 크래프톤은 국내 출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크래프톤은 2023년 10월, 일본 포켓페어와 계약을 체결해 ‘팰월드’ IP를 모바일로 확장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펍지 스튜디오가 개발을 맡았으며 원작의 핵심 요소인 몬스터 수집과 오픈월드 서바이벌을 모바일 환경에 맞게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원작인 팰월드는 출시 직후 스팀 누적 판매 1500만장, 엑스박스 사용자 1000만명, 동접자 수 약 210만명을 기록하며 흥행 중이었다.
하지만 팰월드는 출시 직후부터 닌텐도의 ‘포켓몬스터’ 시리즈와의 유사성 논란에 휩싸였다. 닌텐도와 포켓몬컴퍼니는 2024년 9월, 포켓페어를 상대로 일본 도쿄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닌텐도는 몬스터 포획 방식, 탑승 시스템, 전투 메커니즘 등에서 자사 특허권 침해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서비스 중단과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러한 분쟁은 크래프톤의 ‘팰월드 모바일’ 프로젝트에도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IP 원작자인 포켓페어가 패소할 경우 크래프톤은 주요 콘텐츠 수정이나 사업 중단 등의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2025년 3월에 관련 개발 인력 채용 공고 이후 게임 출시 일정이나 진행 상황에 대한 공식 언급은 없는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외에 믿을 만한 대표 IP가 없는 상황에서 신규 IP를 확보하려는 시도가 잘 안풀리고 있다”며 “다크앤다커, 팰월드 등 인수 대상 IP들의 논란이 지속되면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신중해질 개발사 인수…운영 방향성도 변화 필요
이번 크래프톤과 언노운월즈 간의 소송으로 인해 업계에선 향후 게임사의 인수에 있어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게임사들이 스튜디오 인수 시 성과보상 조항(Earn-out)이나 경영권 통제방식 등 계약 세부 항목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성이 제기된 탓이다. 특히 분쟁 가능성이 있는 IP나 개발 일정이 불투명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임이용자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철우 변호사는 “스튜디오를 통째로 인수해 IP를 확보하려는 전략은 단기적으로 개발 유연성을 줄 수 있지만 일정 관리 실패나 분쟁 리스크가 뒤따를 수 있다”며 “앞으로 개발사 인수에 있어서 피인수사의 프로젝트 포트폴리오와 함께 관련 이력도 더 철저하게 살펴보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사들의 스튜디오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직접 고용과 독립 스튜디오 운영은 각각 장단점이 있어 게임사들이 항상 저울질하는 사안”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업계 전반에서 IP 인수 및 스튜디오 운영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