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형지그룹의 오너 2세인 최준호 부회장은 2021년 계열사 형지글로벌 대표에 오르며 ‘2.0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로부터 4년 후인 올해 간편결제 서비스와 스테이블코인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무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FETV는 형지그룹 오너 2세가 그리는 청사진과 이를 위한 재무구조를 살펴보고자 한다. |
[FETV=김선호 기자] “지금도 회장으로서 일하고 있지만 패션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데는 젊은 사람을 따라갈 수가 없다. (최준호 부회장이) 밤낮으로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사업 본격화 등) 싱가포르에서 추진하는 것들이 많은 데 현지에 크로커다일 본사가 위치해 있고 여러 번 방문해서 잘 알고 있다”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은 최근 FETV와 전화 통화에서 장남 최준호 부회장에게 거는 기대를 감추지 않으며 이와 같이 밝혔다. 2021년 형지글로벌(옛 까스텔바작) 대표에 오른 오너 2세인 최준호 부회장도 2.0시대 개막에 맞춰 입지를 넓혀나가고 있는 중이다.
![(왼쪽부터)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 최준호 형지그룹 부회장 [사진 패션그룹형지]](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729/art_17525380414331_9cc982.jpg?iqs=0.5640612186540347)
형지그룹은 1982년 동대문 시장에 한 평 남짓한 의류 가게에서 출발했다. 동대문 시장에서 ‘크라운’이라는 회사를 창업해 여성 바지 의류도매업을 시작했지만 결국 부도가 났고 1994년 형지물산 설립, 1996년 크로커다일레이디 브랜드를 론칭하며 재기했다.
이를 기반으로 여성복, 남성복, 골프웨어, 학생복, 제화, 유통 등 다각화를 이뤄내며 현재 지주사 역할을 하는 패션그룹형지를 비롯해 계열사 형지엘리트, 형지I&C, 형지글로벌, 형지에스콰이아, 아트몰링, 형지리테일 등을 거느리는 그룹으로서 성장했다.
최준호 부회장은 이러한 부친의 형지그룹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라온 오너 2세다. 1984년생인 그는 단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패션그룹형지 구매생산팀에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후 형지엘리트 등을 거치면서 그룹 전반 사업을 경험했다.
이를 통해 2021년 형지글로벌 대표에 오를 수 있었다. 이때에 최준호 부회장은 오너 경영의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형지글로벌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새롭게 거듭나게 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시작으로 형지그룹의 2.0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패션그룹형지 공급운영부문대표와 전략기획컴퍼니장을 맡고 있던 최준호 부회장이 계열사 대표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후 2024년에 스포츠상품화사업이 성공하며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형지엘리트의 대표까지 맡게 됐다.
당시 최병오 회장은 형지엘리트 대표에 오른 최준호 부회장에 대해 “10년 가까이 내 밑에서 경영수업을 받았고 이제는 보다 앞에 나서서 일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장남의 나이로 볼 때 한창 일할 때다”라고 말했다. 이로써 오너 2세는 주요 신사업에 대한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그는 형지글로벌에서는 골프웨어 까스텔바작을 상위 버전의 패션 브랜드로 리뉴얼하고 캐주얼·명품·화장품까지 품목을 확장해나가는 청사진을 그렸다. 패션그룹형지의 매출 증가와 함께 형지엘리트에서는 스포츠상품화사업에 이은 워크웨어, 기업 소모품 및 산업용 자재(MRO) 등 신사업을 성장시키는 계획을 세웠다.
![형지그룹 유통망 현황 [자료 형지그룹 회사소개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729/art_175253863686_35941d.jpg?iqs=0.17035120825881667)
특히 최근 형지글로벌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간편결제 플랫폼인 ‘형지페이’와 스테이블코인 ‘형지코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형지글로벌에 따르면 글로벌 사업확장과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 사업 본격화를 위해 2025년 하반기 내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을 설립할 방침이다.
싱가포르 법인은 까스텔바작의 현지와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며 싱가포르 정부가 세계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한 점에 착안해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더군다나 크로커다일 인터내셔널이 싱가포르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전략을 세우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최병오 회장은 크로커다일 인터내셔널을 통해 현지 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고 이를 활용해 최준호 부회장이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줬다고 설명했다.
형지글로벌도 크로커다일 인터내셔널과 협업을 강화해 고객 접점 확대, 디자인·마케팅·지역별 운영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신사업을 추진하고 글로벌 확장을 모두 이뤄내겠다는 최준호 부회장의 전략인 셈이다.
다만 이를 추진할 실탄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형지글로벌은 외상매입대금결제도 힘겨운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기관 차입도 제한됨에 따라 최근 불가피하게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유상증자로 유입한 자금은 대부분 대금 결제와 매장 리뉴얼에 활용한다.
형지글로벌을 앞세워 디지털자산 사업을 본격화하고자 하지만 이를 위한 자금 마련이 과제로 떠오르며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2021년 최준호 부회장이 형지글로벌 대표에 오른 이후 적자경영이 이어진에 따른 결과다.
관련해 최병오 회장 또한 신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여력에 대해 “우선적으로 형지글로벌의 유상증자가 잘 돼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형지엘리트가 이익을 잘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지그룹 관계자는 “신사업과 관련해서는 충분한 검토와 준비 과정을 거치고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절차에 따라 단계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