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한글’로 대표되던 한글과컴퓨터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오피스 프로그램과 방호복 제작 등으로 10년간 꾸준히 성장해온 김상철 회장의 한글과컴퓨터는 한계를 인식, 발빠르게 인공지능(AI)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FETV에서는 한컴이 AI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 배경과 과정, 전략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FETV=신동현 기자]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는 AI·SaaS 등 기술 분야에 집중하면서 문서 중심 기업에서 AI 플랫폼 등 기술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2022년부터 한컴은 한컴MDS 등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하고 AI와 클라우드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고 문서 기술과 AI를 결합한 AI 솔루션 제작, 해외 AI 기업 등과의 협력 등을 통해 2024년 실적 개선을 이뤘다.
2019년 10월 변성준 대표 이사 취임 이후 한컴은 다시 한번 수뇌부 체계에 변화를 줬다. 2021년 8월 한컴은 당시 다토즈의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던 김연수 한컴총괄부사장을 한컴 대표로 선임하며 변성준 대표이사와 함께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김 대표는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의 장녀로 한컴 계열사 위지트에서 해외사업팀장을 맡는 것을 시작으로 소프트포럼과 한컴 전략기획실 등을 거쳤고 2020년 다토즈 대표를 맡은 뒤 2021년 한컴 대표로 선임됐다.
◇김연수 대표 취임 이후, 전략적 체질 개선 본격화
김 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아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사용자 중심 서비스 기업'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웹 기반 구독형 서비스 ▲AI 여가정보 서비스 진출 ▲B2C·B2B 사업 확대 ▲메타버스 플랫폼 ‘한컴타운’ 출시 ▲API/SDK 기반 글로벌 SaaS 전략 등 6대 추진 방향이 포함됐다.
이를 바탕으로 한컴은 ‘워너고트립’ 운영사 매드엑스컴퍼니와 어반디지털마케팅 등을 인수해 B2C 진출을 확대했으며 NHN두레이, KDAN MOBILE, 싸이월드와 협업해 B2B 시장도 공략했다. 동시에 기술 수출과 해외 투자도 병행하며 글로벌 시장 진입을 본격화했다.
◇ AI 중심 사업 구조 재편·기술 내재화 등을 통한 기술 기업 전환
2022년에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한컴MDS, 한컴로보틱스, 한컴모빌리티, 한컴인텔리전스 등 기존 종속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연결 대상에서 제외했다. MDS Pacific, MDS China 등 해외 계열사도 정리했다.
그리고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 디바이스, AI 콘텐츠, 보안 등 신사업 중심으로 새로운 종속회사들을 편입했다. 대표적으로 한컴메디컬솔루션, 한컴지니케이, 한컴부스트, 디엠엑스, 청리움 등이 추가됐다.
이러한 사업구조 전환은 재무 건전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2022년 한컴의 부채는 전년 대비 약 820억원 줄어든 2140억원을 기록했고, 부채비율도 54%에서 44%로 하락했다.
실적 면에서도 개선 흐름이 나타났다. 중단영업이익은 전년 51억원 적자에서 384억원 흑자로 전환됐고 당기순이익은 44억원에서 16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후 한컴은 AI 및 클라우드 기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한컴독스’, ‘한컴싸인’, ‘웹기안기’ 등 구독형 서비스 출시를 통해 공공·기업 시장의 디지털 전환 수요를 선점했고, SaaS 제품군을 핵심 성장축으로 안착시켰다.
AI 부문에서도 ‘한컴독스 AI’, ‘한컴어시스턴트’, ‘한컴피디아’, ‘한컴 데이터로더’ 등 생성형 AI 솔루션을 출시했다. 이들 제품은 경량형(sLLM, 소형 언어모델)부터 초거대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까지 유연하게 연동할 수 있으며 클라우드뿐 아니라 온프레미스(On-Premise, 내부 서버 설치 방식) 환경에서도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온프레미스 방식은 공공기관이나 금융권처럼 보안이 중요한 환경에서 활용도가 높다.
![한컴어시스턴트와 한컴피디아 [이미지 한글과컴퓨터] ](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626/art_17510998693718_90b020.jpg)
기술 전략도 기존의 완성형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벗어나 SDK(Software Development Kit,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 형태로 기능을 모듈화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SDK는 특정 기능을 부품처럼 외부 서비스에 쉽게 붙일 수 있게 해주는 도구 세트로 기업 간 기술 협업과 확장이 훨씬 수월해진다.
글로벌 진출 전략도 강화됐다. 한컴은 미스트랄AI, 인텔, 스페인 페이스피 등 글로벌 AI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수출과 현지 진출을 병행 중이며 5년 내 글로벌 빅테크 수준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공·기업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실증사업(PoC)도 확대됐다. 경기도청, 한국전력공사, BGF리테일 등에 AI 솔루션을 공급했고 삼성SDS 컨소시엄과 함께 국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도 수주했다. 네이버클라우드와는 공공 특화 AI 서비스 공동 개발에 나섰다.
◇2024년 변신 성과 거둬...올해부터 본격 수익 창출 목표
이러한 전략은 실적에 반영됐다. 문서서비스 및 클라우드 SaaS 매출은 2022년 1280억원, 2023년 1265억원에서 2024년 1712억원으로 증가해 최근 2년 평균 대비 34.5% 성장했다. 연결 기준 전체 매출은 3047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 2022년 대비 약 25.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05억원으로 19%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279억원 적자에서 139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자료 한글과컴퓨터]](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626/art_17510985833555_c1864a.png)
한컴은 올해도 AI 기술 내재화 및 서비스 고도화를 중심으로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생성형 AI 기반 SaaS 상품군 확장과 산업별 특화 솔루션 개발, 글로벌 진출이 핵심 과제다.
특히 B2B 시장 확대를 위해 클라우드 기반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고, ‘한컴어시스턴트’를 포함한 업무 지원형 AI 에이전트를 웹 기반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공공, 금융, 교육, 헬스케어 등 분야별 솔루션도 확대해 실증 사업을 통한 확산을 추진한다.
기술 개발 측면에서는 LLM 경량화와 하드웨어 최적화를 동시에 진행하며 국내외 AI 전문 기업들과의 협업도 강화한다. 올해 역시 ‘한컴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파트너 네트워크를 확장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일본, 동남아, 유럽 등지를 중심으로 현지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일본 내 금융기관 및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문서 자동화 수요를 선점하며 글로벌 SaaS 생태계 내 입지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컴 관계자는 “공공 부문의 AI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한컴은 국회, 행정안전부 등 실질적인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는 기존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한컴AI 에이전트’ 출시하는 등 제품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룹 차원의 AI 기술을 다양한 사업 영역에 접목함으로써 수익모델을 다각화하고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