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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중흥건설, ‘PF 신용보강’ 관행에 제동 걸려...건설업계 긴장

자금보충약정 등 3조원대 무상지원에 공정위 ‘부당지원’ 판단
건설업계, PF 구조상 불가피한 조치...제도 개편 가능성 주목

[FETV=박원일 기자] 계열사에 대한 중흥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보강 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지원으로 판단하고 대규모 제재에 나서면서 건설업계 전반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대보증과 자금보충약정 등은 PF 구조상 ‘관행’으로 여겨져 왔지만 이번 제재를 계기로 제도 정비와 규제 강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계열사인 중흥토건이 시행·시공한 12개 주택건설·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 관련해 중흥건설이 약 3조2000억원 규모의 연대보증·자금보충약정을 무상으로 제공한 것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지원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시정명령과 과징금 약 18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조치까지 단행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신용보강이 총수 2세가 지배하는 계열사 이익을 위해 그룹 자원을 동원한 사익편취라고 규정했다. 특히, 보증과 약정이 반복적으로 제공됐고 그에 대한 대가가 없었다는 점이 위반 판단의 핵심이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이번 판단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PF 구조상 시행사가 단독으로 금융기관 대출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모기업의 연대보증이나 자금보충약정은 시장 작동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은 수천억원에서 조단위 자금이 투입되는 고위험 사업이다. 금융기관들도 단일 기업의 신용만으로는 대출을 해주지 않으므로 그룹 차원의 신용보강이 사실상 필수가 됐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PF 대출에서 모회사의 지급보증이나 자금보충약정 없이는 아예 사업 진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를 모두 부당지원으로 본다면 건설업계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 IMF 외환위기 전까지는 건설사가 직접 개발사업 주체가 돼 사업을 이끌었지만 외환위기 이후에는 허약해진 재무상태 하에서 건설사가 자기 이름으로 대규모 부채를 감당할 수 없었기에 별도의 주체(SPC)를 만들면서 PF가 도입됐다. 하지만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개발사업에서 시행사(SPC)가 온전한 주체가 되기에는 부족했으므로 건설을 담당하는 시공사가 여러 방식으로 지원해 줄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현재의 모습이다.

 

 

이처럼 대다수 건설사는 자회사나 시행사(SPC)가 사업을 추진할 때 일정한 신용보강을 제공해왔으며 이는 수주 확보·자금조달·분양 승인 등 다방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 중흥건설처럼 무상 제공이 반복되고 수혜 법인이 총수일가 소유라는 점이 문제를 키웠다는 해석도 있지만 건설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은 작지 않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재가 단발성 조치에 그치지 않고, 건설 PF 전반에 대한 규제와 감독 강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내부거래 관리 강화, 신용보강에 대한 대가 수취 기준 마련, 외부 감사 프로세스 강화 등 제도 정비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사실 우리나라 PF 문제의 근본 원인은 사업주체가 극히 적은 자기자본을 투입하고 제3자 보증에 과도하게 의존해 총사업비 대부분을 부채로 조달하는 데 있다. PF 도입 당시 시행사 규모는 작고 건설사 규모는 컸던 상황에서 ‘저자본·고보증’ 구조가 강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PF의 바람직한 개선방향으로 제기되는 것이 자기자본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제3자 보증을 폐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본확충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중흥건설에 대한 이번 제재는 단지 한 기업의 사례를 넘어 PF 중심의 한국형 개발사업 구조에 경고등이 켜졌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향후 제도 정비 방향과 건설사의 대응 전략이 업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조치들에 대해 “그동안 당사의 입장을 충분히 소명하였으나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 승계 작업도 아니며 부당지원과도 거리가 멀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결서 접수 후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중흥건설이 시공참여만이 반대급부가 아니며 다른 경제적 이익도 거두었다. 이자 수익, 브랜드 이용 수수료 수취, 브랜드 가치 증가, 시행 및 시공사업 참여 기회 등 사업적 이해관계에 따라 신용보강약정 관련 다양한 유·무형의 반대급부를 얻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