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산업과 금융권에서는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치적 혼돈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부흥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FETV는 업권별 현안과 과제를 점검하고 차기 정부에 바라는 규제 완화 요구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
[FETV=박민석 기자] 주요 대선후보들이 나란히 가상자산 제도화를 공약으로 내건 가운데, 업계에서는 외국인 투자자 진입 허용과 파생상품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논의가 본격화된 만큼,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와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등은 대선 공약으로 모두 가상자산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도입을 제시하며, 청년과 중산층의 자산 형성 기회를 확대하겠다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정부와 여당이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 검토에 착수하면서 대선 이후 제도화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물 ETF가 제도권에 편입될 경우, 기관투자자 및 퇴직연금 계좌 등 다양한 투자 주체의 시장 진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 ‘유동성 확대·세수증가 효과'...외국인 투자 허용해야
현물 ETF 도입 논의가 진전을 보이는 가운데, 업계는 외국인 투자자 진입 허용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는 사실상 외국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불가능해 폐쇄적인 시장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국내에는 가상자산 실명제와 외국인 거래를 직접 금지하는 법적 조항은 없으나, 정부는 2017년 가상자산 관련 긴급대책의 일환으로 비거주 외국인의 신규 계좌 개설과 거래를 금지한 바 있다.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이후에는 지정된 은행에서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개설해야 해, 비거주 외국인의 거래소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글로벌 가상자산 통계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약 3조5154억달러(약 4800조원)에 이른다. 이는 2023년 1월 1조1652억달러(약 1593조원)에서 근 2년 만에 세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반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은 약 107조원으로, 전 세계 시장의 3%에도 못 미친다.
특히 외국인 참여가 차단된 국내 시장은 가상자산 공급 제약으로 인해 ‘김치 프리미엄’이라 불리는 가격 왜곡 현상과 유동성 부족 문제를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 공급이 제한된 가운데 수요가 국내에 국한되다 보니, 특정 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현저히 높아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업계는 외국인 투자자 유입을 통해 ▲시장 유동성 확대 ▲글로벌 가격 정합성 확보 ▲국제 자본 유입 ▲세수 기반 확대 등 다각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거래소 이용이 수수료 수익과 양도차익 과세를 통해 정부 세수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의 코인베이스(Coinbase)는 100개 이상 국가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실질적인 세수 기여를 하고 있는 대표 사례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기관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시장이 성숙해지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개인 투자자 중심의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외국인 투자 허용은 단순한 시장 개방이 아닌,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제도 정비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 파생상품은 리스크 관리 수단…제도권 도입 시급
현물 ETF와 외국인 투자 허용 외에도, 업계는 가상자산 파생상품의 제도권 도입도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변동성이 강한 가상자산 시장에서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은 리스크를 분산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가격 하락기에 파생상품은 손실을 헤지할 수 있는 ‘보호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전 세계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6조9900억달러로, 전체 가상자산 거래의 66%를 차지했다. 현물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파생상품 거래가 전면 금지된 상황이다. 이에 많은 국내 투자자들이 바이낸스, 바이비트 등 해외 거래소를 우회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부유출과 함께 투자 손실 발생 시 보호받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2023년 11월~2024년 11월 글로벌 가상자산(현물, 파생상품) 거래 규모 [자료 자본시장연구원]](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522/art_17482118194747_64681a.png)
이 같은 환경은 투자자 보호에 큰 공백을 초래한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상자산 파생상품은 고위험 고변동성 구조로, 개인 투자자가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며 “제도권 내 도입 시 투자자 교육, 거래 한도 설정, 위험 관리 체계 구축 등 보호 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현재처럼 파생상품이 금지된 국내보다 규제가 허술한 해외 거래소에서 위험한 투자를 감행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며 “이제는 파생상품을 제도권 내로 편입시켜, 규제와 보호가 함께 작동하는 건전한 시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