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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은행, 본사로 '쩐의 이동'...그 뒤엔 '법인세' 그림자

SC제일·한국씨티, 8000억원 배당 의결...'순익의 178%'
안그래도 낮은 ROE에 한미 법인세 역전되자 배당 급증

 

[FETV=권지현 기자]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8000억원에 달하는 배당에 나서면서 자본을 빼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마다 나오는 외국계 은행들의 '국부 유출' 논란이다. 지난 2018년 한국과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역전되면서 한국 법인세율이 높아져 해외로 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우려가 수년째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가 모기업인 SC제일은행은 최근 정기 이사회를 열고 2320억원 규모의 결산 배당을 의결했다. SC제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잠정)은 전년보다 5.6% 줄어든 3311억원이다. 배당은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배당액은 전년(2500억원)보다 7.2% 줄었지만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약 70%로 비슷하게 유지됐다. '70%' 배당성향은 국내 금융지주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한국씨티은행의 올해 배당금은 5560억원이다. 지분의 99.98%를 보유한 미국 씨티그룹 본사로 현금을 내보낸다. 한국씨티은행은 작년 10월 약 4000억원 중간 배당에 이어 지난달 14일 1559억원 결산 배당을 의결했다. 이번 배당금은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연간 순익(3119억원 추산)의 178%에 달한다. 

 

잇단 국부 유출 지적에도 외국계 은행들이 매년 모기업에 고배당을 하는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법인세가 자리해있다.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연간 영업이익 3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적용되는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미국의 35%보다 훨씬 낮았다.

 

이 시기 SC제일과 씨티 등 외국계 은행들은 철수(撤收)설이 끊이지 않았을 만큼 국내에서 영업이 힘들었는데,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적다는 장점으로 수익이 떨어지는 단점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외국계 은행들로선 비판을 받아가며 자본을 빼 해외에서 고율의 법인세를 내느니 최고세율이 외국보다 훨씬 낮은 한국에 돈을 묶어두는 쪽이 나았던 것이다.

 

하지만 2018년 이후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당해 우리나라가 법인세율을 최고 25%로 올리고, 미국은 21%로 낮추면서 세금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우리 정부는 2022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4%로 낮췄지만 여전히 미국, 영국(25%)보다 높다. 똑같은 자본으로 세금을 덜 내면서 모기업이 있는 미국·영국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외국계 은행 입장에서는 금리, 금융시장의 역동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모두 나은 선택이었던 것이다.  

 

실제 이 즈음 외국계 은행 두 곳의 배당금은 크게 늘었다. SC제일은행 배당금은 2020년 490억원, 2021년 800억원으로 1000억원을 밑돌았으나, 2022년 1600억원으로 크게 뛰더니 최근 2년간은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씨티은행도 2020년 465억원, 2022년 732억원에 이어 2023년 1388억원으로 배당금을 대폭 늘려왔다. 2021년에는 소비자금융 부문 철수에 따른 희망퇴직 비용으로 당기순손실을 내 배당을 하지 않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사자인 두 은행이 직접적으로 법인세 영향을 언급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한국에서는 장사가 잘 안돼 낮은 수익에 불만이 컸는데 '법인세'라는 자본을 빼낼 좋은 구실이 생긴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은 그동안 벌이가 신통치 않았다. 이자 마진이 적고, 수수료도 받기 어려운 금융 규제 탓에 자본 투자 대비 수익(자기자본이익률·ROE)은 6%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9월 말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ROE는 각각 6.03%, 6.74%로,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평균 11.06%에 한참 못 미친다. SC제일, 한국씨티 본사로선 수익률 6%에 불과한 한국에 각 6조원에 달하는 자본이 묶여 있는 셈이다.

 

외국계 은행들로선 자본을 회수하는 유일한 수단이 배당인데, 실제 이들 은행은 배당을 자본 활용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작년 10월 한국씨티은행은 2018년 이후 6년 만에 40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의결했는데 이는 3분기 누적 순익(2679억원)보다 1300억원 이상 많은 규모다. 당시 씨티은행은 해당 결정에 대해 "자본효율성 증대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