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임종현 기자] "경기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일정 기간 동안 획기적인 수익성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빠르면 올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 적자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지난 8월 '2024년 상반기 저축은행 결산 설명회'를 통해 현재의 업계 상황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2022년부터 이어진 고금리로 인한 이자비용 증가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이후 올해까지 적자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연간 순손실은 5599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업권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1년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 여파로 2013회계연도(2013년 7월~2014년 6월)에 5089억원의 적자를 낸 이후 처음이다. 올해 역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올 3분기 말 누적 순손실은 36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46억원)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다만 긍정적인 신호도 보인다. 올 3분기만 따로 보면 저축은행은 25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이어진 적자 흐름을 끊고 6분기 만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여전히 고금리 시기에 판매된 수신상품으로 인한 이자비용 부담과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적자 행렬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저축은행 업계는 2022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수신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비용이 급증했다. 특히 같은 해 불거진 강원중도개발 회생 신청 사태 당시 저축은행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고금리 수신상품을 대거 판매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저축은행업계의 이자비용은 5조3508억원으로 전년(2조 9177억원) 대비 83.3% 급증했다.
다만 올 들어 수신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며 이자비용이 소폭 감소한 점은 긍정적이다. 올 3분기 누적 이자비용은 3조132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480억원) 대비 22.6% 줄었다.
최근에는 충당금 적립액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저축은행 업계는 금융당국의 부동산PF 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 기조와 다중채무자에 대한 충당금 추가 적립 등으로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해 왔다.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지난해 4분기 1조2000억원 이후 올해 ▲1분기 1조 2000억원 ▲2분기 1조 1000억원 ▲3분기 6000억원이다.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은 연중 8%대를 유지했다. 3분기 저축은행 업계의 연체율은 8.73%로 직전 분기(8.36%) 대비 0.37%p 올랐다. 분기별 연체율은 ▲1분기 8.80% ▲2분기 8.36% ▲3분기 8.73%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지속 상승한 영향이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1분기 11.91% ▲2분기 11.92% ▲3분기 13.03%다.
고정이하여신비율(3개월 이상 연체)은 11.16%로 전 분기보다 0.37%포인트(p) 감소했다. 금융당국의 고정이하여신비율 권고치는 8% 이하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경기회복 둔화 등으로 인한 거래자 채무상환 능력 저하가 이어지고 있지만, 부실채권 감축을 위한 적극적인 매각과 상각 등의 자구 노력으로 연체율이 소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매각이나 상각 등 자구책으로 향후 연체율을 비롯한 건전성 지표는 안정화될 것이라고 봤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매각 등을 통해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는 등 연체율 관리에 나서고 있다"라며 "저축은행 업계는 이미 지난 10년간 성장을 이어온 만큼 손실을 감당할 만한 체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